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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孝)' 자를 풀어보면, 자식[子]이 노인[老]을 업고 있는 형상이다. 나를 낳아준 부모와 그 부모와 같은 장로 세대를 모셔 공경한다는 뜻이 새겨져 있는 문자이다. 옛 문헌들이 두루 말하기를 "인륜을 모르면, 짐승과 같다." 했는데, '효'가 바로 인륜의 첫 덕목이었던 것이다. ▶그 같은 전통적 가치관으로 예의범절을 지키고, 말을 삼가며 어른을 모셨던 것이 우리의 미풍양속이었다. 그러던 사회가 황금만능주의의 늪에 빠져 허덕이면서 '효' 사상을 망각하게 되자, 걷잡을 수 없는 미증유의 도덕적ㆍ윤리적 대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지난 19일 인천종합문예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가천길재단(회장 이길여)의 제16회 '심청 효행 대상' 수상식은 그런 면에서 주목해야 할 사회기풍 진작운동으로 보인다. '효'가 긍지를 갖고 지켜야 할 전통적 가치임을 환기시키는 동시에 그를 되찾자는 노력이기 때문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은 시상식에 오른 전국 각지의 효자, 효부, 다문화 가정 효부들의 선행을 뜨겁게 격려했고, 가천길재단의 '효 실천'에 동참해 '재능 기부'로써 참신한 축하공연을 마련한 '이 마에스티리' 합창단에게도 갈채를 보내 늦가을 밤을 뜻 깊게 장식했다. ▶전국 각지의 음대 교수 60명이 모여 결성했다는 창단 배경도 이색적인 데다가 그들이 아낌없이 보여준 보기 드문 열연은 청중을 환호하게 했다. 이들은 기존의 화음 위주의 남녀 혼성 합창에서 벗어나 남성 특유의 웅장한 '보이스 오케스트라'의 진수를 한아름 선사하였다. ▶연출력도 뛰어났다. 합창단 전원이 음악의 성격에 따라 수도사 복-한복-연미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등장하는가 하면, '피가로' 연주 중의 꽃다발 증정, 피아노와 전자악기와의 유려한 호흡, 타악기의 다양한 활용 등이 예의 공연들과는 현격히 달라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효의 실천'과 '재능 기부'가 아름다운 하모니로 어우러진 시상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낙엽이 우수수 몰려가고 있었지만, 세상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효는 사회와 나라를 지탱하는 규범으로 세상을 보는 눈을 밝게 만든다"는 말씀이 되새겨졌다.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