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원정 평가전 0대 1 분패
'골키퍼 차징' 논란 속에 실점
부임 후 4경기 전적 2승 2패
남태희·김진현 등 중용 수확
아시안컵 엔트리 경쟁 관심
▲ 18일(한국시간) 오후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한국과 이란의 평가전 후 슈틸리케 감독이 고개를 숙인채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 18일(한국시간)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이란의 평가전에서 한국 선수들이 실점한 뒤 심판에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후 모든 경기에 출전하며 슈틸리케의 황태자로 거듭나고 있는 남태희. /연합뉴스
슈틸리케 2기의 평가전이 끝났다.

지난 1기에 이어 성적표는 1승 1패. 도합 2승 2패를 기록하고 있다.

국민적 관심을 모았던 이란전에는 아쉽게 패했다.

하지만 지난 홍명보 감독 체제에서 기회를 얻지 못했던 선수들을 찾아낸 계기가 된 것은 사실이고 유럽팀과의 대결, 아시안컵을 대비해 판을 짜는 슈틸리케 감독에게는 얻은 것도 많은 이번 경험이었을 것이다.



▲이란전 오심 논란 … 전문가 "차징 아닌 것은 사실"

특히 지난 18일 저녁에 열려 0대 1로 패한 이란전을 두고 말이 많다.

사실 이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은 원정팀의 무덤이라 불렸던 곳이다.

해발 1273m에 위치해 있다.

일반인이라면 조금만 뛰어도 체력적으로 힘든 공간이다.

이로써 아자디 스타디움의 저주는 40년째 되고 있다.

각종 오심, 편파 판정 논란이 많지만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사건이 바로 '골키퍼 차징' 문제일 것이다.

골이 들어간 과정은 이렇다.

후반 36분 페널티 박스 바로 앞에서 프리킥을 허용한 한국의 실수에서 비롯됐다.

해당 프리킥을 이란 자바드 네쿠남이 바로 슈팅으로 연결, 왼쪽과 오른쪽 골대를 번갈아 맞췄다.

이 과정에서 공이 공중에 떴고, 골키퍼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이 뜬 공을 잡으려는 순간 이란 아즈문이 쇄도하며 김진현과 충돌, 공은 그대로 한국 골대로 흘러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슈틸리케 감독도 강력하게 항의하는 모습을 보였고, 선수들도 마찬가지 였다.

결국 선수들 간의 심한 말도 오가는 상황까지 번졌다.

한데 어처구니 없는 일은 득점 후 이란의 주요 전술(?)인 '침대축구'가 발동한 것이다.

아무 이유없이 그라운드에 눕는 선수가 생겼고, 공을 주지 않아 곽태휘(알 힐랄)와 언쟁·몸싸움을 벌이는 모습도 보였다.

오프사이드로 주심의 휘슬이 울려도 공을 멀리 차 주심의 경고를 받기도 했다.

경기 종료 후 슈틸리케 감독은 "전반전에 손흥민이 받은 옐로카드는 올바른 판정이었다. 그러나 이란은 20번 파울을 하면서 단 한 번의 카드도 받지 않았다. 상당히 불합리한 판정으로 실점까지 했다. 주심, 부심 모두 큰 오심을 범했다. 절대 용납할 수 없는 것은 부당한 골을 허용한 것이다"라며 언성을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케이로스 이란 감독은 "오심이라는 주장은 슈틸리케 감독의 개인적 생각일 뿐, 깨끗한 프리킥 골이었다"며 "슈틸리케 감독이 그런 말을 해서 놀랐다"고 당당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사실 일부 전문가는 골이 맞다고 인정하고 있다.

인천에서 활동하는 지도자 A씨는 "볼 경합과정에서 김진현 골키퍼가 먼저 공을 잡았다면 차징이 될 수 있으나 공을 완전히 잡은 상태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분통 터지는 일이긴 하지만 정당한 골이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침대 축구 논란에 있어서는 "이란은 늘 그랬던 팀이다. 더티하긴 하지만 '약팀'의 이기는 방법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며 "이미 진 경기에 대해 왈가왈부하기보다는 다음 경기를 응원하는 것이 선수들과 슈틸리케 감독을 위하는 길일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슈틸리케호 남태희, 손흥민, 김진현 UP 구자철, 박주영 DOWN

이로써 슈틸리케 감독은 통산전적 2승 2패를 거뒀다.

앞선 1기는 모두 홈경기였지만 2기는 중동원정길에서 일궈낸 성과다.

4차례 경기를 치르며 슈틸리케 감독이 얻는 것도 분명히 있다. 남태희(레퀴야)는 '슈틸리케호의 황태자'로 거듭났다.

남태희는 이란전 교체출전을 포함해 슈틸리케 감독 부임 후 열린 네 차례의 평가전에 모두 출전했다.

이중 선발출전이 세 차례다.

특히, 지난 10월10일 열린 파라과이전에서는 전반 32분 추가골을 뽑아내는 등 해결사 기질을 선보이기도 했다.

손흥민(레버쿠젠)은 이미 간판 공격수로 이름을 올린 바 있고, 골키퍼에서는 김진현의 모습이 인상 깊다.

평소 정확한 골킥을 강점으로 뽑았던 김진현이었지만 이번 이란전에서는 수 차례 멋진 선방을 보였다.

또 그는 슈틸리케 감독의 4번의 평가전에서 골키퍼 중 유일하게 2경기에 출전하며 이번 아시안컵 출전 전망을 밝혔다.

이에 비해 예전 기량을 보이지 못한 선수도 있다.

구자철(마인츠)이 대표적이다.

과거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득점왕(5골)에 올랐고, 1년 뒤인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도 동메달을 목에 걸었었던 구자철이었지만 이번 이란전에서 보인 모습은 축구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그는 경기 속도를 늦추는 플레이와 함께 부적확한 패스까지 보이며 힘든 모습을 보였다.

깜짝 선발로 관심을 한몸에 받은 박주영(알 샤밥)도 마찬가지다.

지난 요르단전은 풀타임 출전했고, 이란전에는 후반 교체투입됐지만 그라운드에서 그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올해 마지막 평가전을 마친 대표팀은 다음달 중순 소집돼 내년 1월 호주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에 대비한다.

슈틸리케호에 탑승할 태극전사가 누굴지 축구팬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김근영 기자 kky8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