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0일은 어린 학생들 57명 사망하고 80여 명이 부상한 인천 인현동 화재 참사사건 15주기를 맞는 날이었다. 이날 유족회 20여명은 이날 참사 15주기를 맞아 인현동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인근 위령비에서 합동추모식을 열었다. 유족들은 추모식이 끝난 뒤 참사 희생자들의 유골을 뿌렸던 팔미도 앞 바다로 나가 헌화하며 고인들의 넋을 위로했다.
인천 인현동 화재 참사는 1999년 10월 30일 불법영업 중이던 인천 인현동의 한 호프집에서 발생한 대형사건이다. 이날 사고로 인근 학교에서 축제를 마친 뒤 뒤풀이를 하던 학생 등 57명이 숨지고 80여 명이 부상했다.

이후 참사현장 근처에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이 건립됐고 위령비와 추모석이 세워졌으며 30일로 15주기를 맞은 것이다. 사건 당시 자식을 잃은 부모와 유족들은 장학회를 만들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등 뜻깊은 활동을 하고 있다.
이날 추모식에서 이재원 인천 인현동 화재 참사 유족회장은 인현동 화재 참사뿐 아니라 세월호 사고 등 최근 잇따른 대형 참사는 기성세대들이 원리·원칙을 지키지 않은 세태 때문이며 대형 사고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청년들을 되새기며 반성해야 한다는 요지의 말을 했다. 그의 말처럼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많은 사건들은 기성세대들의 책임인 경우가 많다. 특히 성년이 되지 못한 아이들의 문제에서는 더욱 그렇다. 아이들은 대부분 어른들의 행동을 모방하는 경우가 많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듯이 어른들이 행동을 똑바로 해야 아이들도 바르게 자란다는 얘기다. 인현동 참사는 아이들에게 술을 팔고 이를 묵인한 주인과 학생들이 공공연하게 술을 마실 수 있도록 방치한 어른들에게 있다.

여기에 덧붙여 아이들이 호프집을 가야만 했던 이유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아이들이 호프집에 갔던 것은 자신들이 갈 만한 곳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이 그 자리에 들어선 것도 학생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주기 위함이었다. 그렇지만 지금도 여전히 아이들이 갈 만한 곳은 많지 않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가끔은 공부에서 벗어나 마음껏 소리치고,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어두운 곳에서 서성대는 아이들을 욕하기에 앞서 그들이 갈 곳을 먼저 마련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