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
16인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로 도심 환풍구시설의 안전에 대한 관심이 급속도로 고조되고 있다. 그렇지만 환풍구에 대한 구체적인 설비기준과 안전점검 규정 등에 관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아 각 시도가 우왕좌왕 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행 '건축물의 설비 기준 등에 관한 규칙'엔 설비 자체를 어떻게 설치해야 한다는 등을 명시하고 있으나 안전 기준 관련 내용은 명시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늘은 마침 '성수대교'가 붕괴된 지 20년이 되는 날이다. 20년 전 오늘 그 거대한 다리가 일순간에 무너지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할 수 없었다. 그러나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을만큼 다리 한 가운데가 붕괴된 모습이 생생하게 중계됐다. 성수대교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듬해인 1995년 삼풍백화점이 또다시 붕괴되면서 14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일까. 악몽은 되풀이됐고, 사람들은 경악했다. 이후 입으로 말하기조차 싫은 세월호 침몰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는 온갖 대형사고로 얼룩져 있다.

홍수나 쓰나미와 같은 자연재해라 해도 기가 막힐 노릇이거늘,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대형사건들이 대부분 인재로 밝혀지다보니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손을 써야 할 지 막막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눈을 감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까지의 사고를 잘 분석해서 앞으로 닥쳐올지 모를 인재를 잘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선 우선 중앙정부가 안전사고 예방 메뉴얼을 만들고 지방정부는 모든 안전시설에 대한 철저한 점검 내지 훈련을 정기적으로 해야 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시민의식이다. 시민들이 나서서 위험하거나 불안해 보이는 시설에 대해 정부의 안전점검을 요구하고, 스스로도 위험을 예방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내 일이 아니라고, 우리 지역 일이 아니라고 피해가기보다 어디를 가더라도 조금이라도 위태로워 보이는 것에 대해선 신고와 함께 대책을 촉구해야 한다. 그게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줄이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