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대여 기간 만료
모스크바 대학 유치 등 4년간 문화교류 제자리
'역사의식 비판'만 남겨
▲ 러시아 바리야크함 깃발.
4년간 러시아에 빌려준 바리야크함 깃발이 인천으로 돌아온다. 대여 조건으로 러시아와 추진되던 문화교류는 제자리 걸음이라 깃발만 대여하고 '제국주의'에 대한 환상만 심어줬단 비판만 남게 됐다.

인천시는 2010년 러시아에 대여한 바리야크함 깃발의 임대기간이 만료돼 다시 인천으로 돌아온다고 21일 밝혔다.

시는 지난 2010년 11월11일 러시아에 이 깃발을 빌려줬다. 대여기간은 2년, 러시아는 지난 2012년 깃발 대여기간을 한 차례 연장했고 국내법에 따라 깃발이 다시 인천으로 돌아오게 된다.

문화재보호법 제6장 일반동산문화재에 대해선 2년 대여 후 한 차례 연장이 가능하다. 지난 1904년 러·일전쟁 당시 자폭한 러시아 함정 바리야크함의 깃발을 일본이 수거했고, 이후 인천시립박물관에 보관됐다.

인천시립박물관은 깃발 반환 일정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으로, 이 깃발은 11월10일까지 인천에 도착해야 한다.

송영길 전 인천시장은 지난 2010년 11월11일 G20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 중이던 드미트리 메디베데프 전 러시아 대통령과 주한 러시아대사관에서 만나 깃발을 대여했다.

당시 송 시장과 메디베데프 대통령은 깃발 대여를 기념해 각종 문화교류를 약속했다. 러시아에 보관 중인 대한민국 독립운동사 자료와 한반도의 지리와 역사관련 자료의 현황에 대한 조사와 국내 대여전시를 진행키로 했다. 또 교육협력 증진을 위해 국립 모스크바 대학교 및 상트페테르브르크 대학교의 분교를 인천에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여기에 인천과 러시아 상트페테르브르크의 자매결연을 추진하고, 두 도시에 각각 상대도시 지명을 딴 거리를 조성하기로 약속했다. 1년 안에 이뤄질 수 있도록 실무반 설치에도 손을 잡았다.

이에 맞춰 송 전 시장은 이듬해인 2011년 러시아를 방문해 분교 설치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활발한 교류가 기대됐다. 하지만 깃발 대여 후 4년이 지났지만 상당 부분 약속 이행이 이뤄지지 못했다.

시는 수 차례 러시아를 방문하며 모스크바 대학과 상트페테르브르크 대학에 대한 인천 분교 설치를 추진했지만 성과는 전무하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음악원 송도분교 설치를 위한 MOU가 체결돼 러시아 정부가 심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시일을 장담하기 힘들다.

4년 전 바리야크함 깃발 대여는 물론 러시아와의 문화사업에 깁숙하게 개입해 송 전 시장과 함께 푸틴 대통령에게 러시아 훈장을 받은 정모 명예총영사가 이날 유정복 시장과 면담을 한 것으로 알려지며 깃발 대여 재추진 등의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러·일전쟁에 대한 별다른 비판 없이 상트페테르부르 광장에 이어 바리야크함 선언을 위한 추모 공간이 건립된 것에는 지금도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이광호 사무처장은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 없이 교류를 핑계로 추모 공간을 짓는 등 인천의 역사의식이 퇴보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주영 기자 leejy96@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