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빨대작업' 11억 상당 유류절취 사건 적발두고
환경미화원 "범행주유소 지목해줬는데 모른척" 분통
공사측 "신고 이전부터 자체 인지 … 포상 불가" 입장
대한송유관공사가 제보를 받아 송유관 기름을 훔쳐온 주유소를 적발하고도 한 푼의 포상금도 주지 않는 등 제보자를 푸대접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일 인천경찰청과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에 따르면 경찰과 송유관공사는 최근 송유관 기름 60만500ℓ(시가 11억1500만원 상당)를 훔친 혐의로 인천 서구 백석주유소 운영자 K(52)씨를 구속했다.

K씨는 자신의 주유소 앞에 송유관이 매설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땅굴을 파고 들어가 송유관에 구멍을 뚫고, 고압 호스를 주유소까지 연결하는 수법으로 지난해 6월부터 최근까지 유류를 절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송유관공사는 이 같은 혐의를 자체적으로 인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구 환경미화원들은 자신들이 송유관공사에 제보함으로써 사건이 해결됐다고 주장한다.

환경미화원 김모씨는 "지난해 6월 송유관공사 A 차장에게 '백석주유소 쪽에서 기름 냄새가 심하게 난다'며 기름 절도 의심 주유소로 백석주유소를 지목해 줬다"며 "수사 결과 제보가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송유관공사 측은 최근 '포상금을 지급해 줄 수 없다'고 답변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앞서 A 차장이 지난해 6월 김씨 등 환경미화원 20여명을 불러 놓고 "인근에 송유관이 매설돼 있으니 기름 냄새가 심하게 나는 곳이 있으면 제보해 달라"고 부탁했다는 게 김씨의 주장이다. 백석주유소가 송유관을 뚫고 기름을 빼돌리기 시작한 시점과 같은 시기다.

김씨는 또 A 차장이 '제보로 사건이 해결되면 포상금 6000만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적힌 홍보물을 돌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A 차장의 설명을 듣고 곧바로 백석주유소를 지목해 제보했다"며 "백석주유소 쪽에서 기름 냄새가 심하게 났기 때문이다. 일반 주유소에서 나는 냄새에 비해 훨씬 강했다"고 말했다.

제보를 받은 A 차장은 "실제로 기름 절도가 이뤄지고 있는지는 기계로 살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한 뒤 돌아갔다고 김씨는 설명했다.

이후 백석주유소의 기름 절도 혐의는 1년2개월 만에 드러났다.

이에 대해 송유관공사 측은 "백석주유소가 송유관 인근에 있었기 때문에 환경미화원들의 제보 이전부터 백석주유소를 예의 주시해 왔다"며 "특히 제보 내용은 '냄새가 난다' 정도였다. 이는 내부 포상금 지급 규정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