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필 시인 수필가
임 병장 총기사고에 이어 윤 일병의 폭행치사사건이 터졌다. 이와 관련해 군은 언론의 뭇매와 국민들로부터 혹독한 질타를 받고 휘청거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으로 비화되어 국회'국방위'에서 모 군원이 전 육군 수장 권 모에게 모멸적인 질문을 해 시청자들로부터 빈축을 샀다. 급기야 그는 옷을 벗었다.
일각에선 징계처분이 너무 가혹하다는 비판도 있다. 징계규칙상 소·중대장과 부대장에 국한될 처벌이 너무 껑충 뛰어넘었다는 것이다. 물론 '징계규칙'에 감독자의 양정기준이 분명히 명문화돼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 징계대상자는 지휘관인 사단장등 관련자가 11명이었다. 軍 고위직과 고급장교에 오르려면 온갖 고생을 다 겪으면서, 직무에 충실한 사람들이 땀 흘린 노력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가혹한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 일단 공직자가 징계를 받으면 승진 및 보직, 보수에도 피해를 입게 된다. 상명하복의 군 특수성상, 인권만 집착하다보면 기강해이가 자초할 것이고, 반면 규율만 강조하다가는 인권이 침해될 소지가 있다. 따라서 전·후자를 조화시켜 장교들이 책임의식을 가지고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될 것이다. 물론 가해자도 다 우리의 아들이다. 앞길이 창창한 젊은이가 자신에 닥쳐올 불행을 인식하지 못하고, 일순간 자제력을 잃고 타인의 고귀한 생명줄을 끊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특히 임 병장은 전우를 5명이나 죽이고 7명의 부상자를 냈으며, 이 병장은 윤일병을 엽기적으로 폭행치사한 주동자였다. 그들은 평소 성격상 문제성이 있는 사병들이다. 전자는 자살 사고유발 고위험성을 띤 A급 관심 병이었고, 후자는 신임사병이 오면 폭행하는 버릇이 있는 26살 나이든 병장이다.
교육학자들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인간이 3살 전후에 인격형성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 속담에 3살 버릇 여든 까지 간다고 했지 않는가. 사고의 불씨는 가정에서부터 이미 길러진다. 누구나가 유아시절 가정교육이 끼치는 영향은 크다. 얼마 전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도 '가정은 인간적 정신적 도덕적 가치를 배우는 첫 학교'라고 설명했다. 우리 부모들은 자식 밥상머리 교육에 자유로울 수 있을까. 실제로 미성숙한 자식을 군에 21개월 동안 맡겨 놓고, 사고내면 군 관리감독에 문제가 있었다며, 모든 책임을 장교들에게 뒤집어씌우는 것은 적절치 못한 행태 같다, 외려 부모의 책임이 더 크다고 본다.

요즈음 사병들은 자유분방한 생활에 익숙한 혈기 넘친 젊은이다. 그래서 군의 통제에 쉽게 적응치 못하고 일탈하려는 성향이 짙다. 때문에 신병들과 가까이에 있는 소대장의 역할이 가장 중요시되고, 그 다음으로 상급자는 하급자간에 끈끈한 전우애로 인간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사실상 매머드 군 조직에는 꼭 문제성 있는 병사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사건사고만 터지면 전 군을 대상으로 단체기합 주듯 여론재판은 지나치다. 물론 책임을 져야 할 지휘계통 관계자에 대한 일벌백계는 당연하나, '화풀이 식 처벌'에는 동의할 수 없지 않는가.

최근 일각에서의 과도한 군 때리기로 군의 사기를 꺾는 언행도 자제해야 한다. 게다가 군 사건사고에 대해 언론은 가해자 주장을 여과 없이 보도한 경우, 사태해결을 어렵게 만든다. 임 병장이 좀 정신적 고통을 느꼈다고, 상대방 고귀한 생명까지 박탈시키는 행위에 대해 인과관계를 따지고, 거짓말을 둘러대는 범죄 행위자에 값싼 동정심은 금물이다.

또 한편 저항도 해보도 못하고, 주위 만류와 보호를 받지 못한 채, 하늘나라로 간 윤 일병의 억울한 죽음이 헛되지 않게, 軍 당국은 교육과 훈련을 통해 인권에 대한 장병들의 인식을 한층 고취시켜 건강한 병영문화가 정착되도록 힘써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