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담배 밀수사건 檢 수사결과 브리핑 직후 입장 발표
"직접관여 無 ·관리 노력할 것" 비리적발 직원과 선긋기
시민연합 "민영기업 조직적 문제 … 대국민 사과를" 촉구
사상 최대 규모의 KT&G 면세 담배 밀수 사건과 관련, '꼬리 자르기 식'으로 비춰지는 KT&G의 대응 태도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KT&G는 이번 사건에서 자사 간부의 비리와 밀수사범에 대한 특혜에 이어 직원들의 담배 밀수출에 대한 묵인 행위가 드러났는데도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지 않고 기업 이미지 실추를 막으려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5일 인천지검이 면세 담배 2933만여갑이 국내에 불법 유통된 사건의 수사 결과를 브리핑한 직후 KT&G는 이메일을 통해 수사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KT&G는 "검찰이 발표한 혐의 사실에서 KT&G가 사건에 직접 관여된 바가 없음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어 "사건과 연관된 직원 강씨는 선용품 업자에 속아 면세 담배가 당연히 해외로 수출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고, 국내 밀반입에는 관여한 사실이 없었다"며 "앞으로 면세 담배 유통과 임직원 준법 의식 고취에 보다 철저한 관리를 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3000만갑에 달하는 자사 면세 담배가 불법 유통된 사실과 직원 비리 등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오히려 금품을 받고 밀수사범에게 특혜를 제공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KT&G 인천공항지점장 강모(47)씨와의 선 긋기를 하며 회사가 책임을 지고 사과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강조하는 의미로 읽힌다.

KT&G는 강씨에게 면세 담배에 대한 전권을 위임해 놓고 정작 관리 감독에 소홀했다.

강씨가 밀수사범과 짜고 중국 밀수출용으로 면세 담배를 대량 공급했는데도 그 사실도 모른 채 실적이 좋다며 강씨를 부장급으로 승진까지 시켜줬다.

강씨의 지휘 아래 담배 적재를 감독한 직원들은 면세 담배가 중국으로 밀수출된다는 것을 알고도 묵인한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밝혀졌다.

실제로는 담배가 밀수출되지 않았지만, 밀수출 자체가 부정행위이기 때문에 직원들의 윤리 의식 부재가 드러난 꼴이 됐다.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최혜자 사무국장은 "이번 사건의 이면에는 민영화된 KT&G의 조직적인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며 "KT&G는 이번 사건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지고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편 KT&G는 이 사건과 관련, 면세 담배를 무단 용도 변경·판매한 사실이 뒤늦게 적발돼 올해 5월 기획재정부로부터 과태료를 부과 받은 바 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