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은신처 8억원·박상은 돈가방 등 현금뭉치
보관 쉽고 추적 어려워 범죄·탈세 수단 악용
올 상반기 환수율 27.7% 지난해比 절반 수준
시중에 풀리기만 하면 무섭게 사라지는 5만원권이 기업 비리나 불법 정치자금 사건에 단골손님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지난 5월 유병언(73·사망) 전 세모그룹 회장이 숨어 지내던 전남 순천 송치재 인근 별장의 '비밀 공간'에는 도피 자금으로 보이는 5만원권 다발 8억3000만원과 16만 달러가 담긴 여행용 가방 2개가 놓여 있었다.

최근 유대균(44)씨와 도피 조력자 박수경(34·여)씨가 경찰에 체포되면서 이들이 은신했던 오피스텔에서 5만원권 현금 1500만원과 3600유로가 발견됐다.

또 지난달 검찰이 체포한 유 전 회장의 부인 권윤자(71)씨가 숨어 지내던 오피스텔에는 1억1000만원 상당의 5만원권 현금 뭉치가 있었다.

같은 달 박상은 국회의원의 운전기사가 불법 정치자금이라며 검찰에 건넨 돈도 5만원권 뭉칫돈이었다.

운전기사가 박 의원의 에쿠스 차량에서 가져온 이 돈을 검찰에 제출할 당시 5만원권 100장이 하나의 은행 띠지에 묶여 있었으며 모두 6개의 500만원 뭉치가 가방에 담겨 있었다.

검찰은 박 의원의 아들 자택을 압수수색해 현금 뭉치 6억여원을 확보하기도 했다.

앞서 2011년에는 '김제 마늘밭 뭉칫돈 사건'이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평범한 마늘밭에서 110억원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 돈은 5만원권 22만장으로 모두 불법 도박 수익금이었다.

이처럼 5만원권은 부피가 작아 보관이 쉽고 추적이 어려워 범죄와 탈세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검찰은 박 의원의 현금 3000만원과 6억여원이 모두 수표가 아닌 5만원권이 사용됐기 때문에 자금 출처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5만원권은 한 번에 큰 액수의 거래가 가능한 반면 수표에 비해 자금 흐름 추적이 어려워 불법 자금을 주고받을 때 많이 사용된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상반기 5만원권 환수율은 27.7%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