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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은 생전에 신입사원 면접을 직접 했다고 한다. 산전수전을 다 겪었을 인사 팀의 고위직 임원들에게 시키면 될 일을 회장 스스로가 나섰다는 것과 함께 그 옆자리에 누구라면 다 알만한 유명한 관상가를 두어 조언을 받았다는 것은 주목되는 일화이다.

▶회사나 나라의 흥망이 한 사람에 의해 갈리기에 예로부터 '인사'가 '만사'라 했고, 그 문 또한 좁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인사철만 되면 자신이 '을(乙)'이라며 응석 같은 줄 대기에 혈안이고, 혹은 자포자기를 해 업무상 사보타지를 일삼으니 공직사회가 바로 돌아갈 리가 없다.

▶그에 비하면, 식솔이 관가의 정문에 얼씬도 못하게 했던 조선시대 관가의 법도가 드높아 보인다. 사또의 자식이 할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전할 길이 없자, 동헌의 옆 담을 헐고 들어가게 해 소식을 전했다는 '파장(破墻) 출입' 고사는 친족의 청탁을 막기 위한 제도에 얽힌 미담 사례이다.

▶'상피 제도(相避制度)'라는 것도 있다. 일정한 범위 안의 친족이 서로 영향을 줄 만한 벼슬자리에 있으면 취임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소송이나 시험을 맡는 관리 등이 될 수 없도록 한 제도인데, 특별한 연고가 있는 관리가 그 지방에 파견되지 못하게 한 것도 그에 포함된다.

▶이를 보면, 자고이래 인사가 얼마나 어려운 과제였는지를 잘 말해 준다. 오늘이라고 해서 크게 다를 것도 없다. 인사철을 앞두고 벌써부터 별별 소문이 다 나돈다. 시장은 "시민만 보고 가겠다"는데 주변에 의한 개인 평가 압력설까지 들려오고 있는 판이다.

▶"학연·지연을 넘어서서 일하는 사람을 우대하겠다"는 인사 방침은 곧 쪽지인사, 압력인사를 배제하고 공무원 조직을 우선시하겠다는 것인바, 일부의 물정 모르는 처신들은 눈총 받아 마땅하다. 물론 그에는 공정성을 잃었던 인사의 적폐도 없지 않을 것으로 판단은 된다.

▶시가 '인사제도 개선TF 팀'을 조직해 연말부터 운영하겠다고 한다. 예고할 수 있고,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인사'를 하기 위한 것이라 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시정(市政)이 청천백일(靑天白日) '만사 OK'가 될 것이라 믿는다.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