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일보=온라인뉴스팀01]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에 제주산 귤 200t을 선물하면서 제주도 ‘한라산 정상회담’을 적극 추진하려는 의지를 보인 가운데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의 발걸음이 분주해지고 있다.

만약 두 정상의 한라산 등반이 확정된다면 원 지사가 행사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특히 최근의 여론 흐름이 정상회담에 대한 긍정적 시각도 있으나 국내 경기 상항과 맞물려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아 원 지사의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리는 모양새다. 

원 지사는 14일 자신의 블로그에 동영상을 게재하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한라산 등반을 염두에 둔 세 가지 시나리오를 공개했다. 

관련 시나리오는 우선 헬기 임시 착륙장에 두 정상이 내리는 방법이다. 임시 착륙장에서 내린 후 150m를 걷게 되면 관람대에 도착할 수 있다. 관람대에는 백록담 표지석이 있어 남북정상이 백록담을 내려다보며 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는 것이다. 

다만 백록담으로 바로 이동할 수는 없다. 백록담을 걸어서 이동하면 왕복 약 1시간 정도가 걸린다. 김 위원장의 체력적 부담이 우려된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백록담 화구에 헬기를 착륙시키는 방법이다. 두 정상이 등반을 하지 않고 백두산 물과 한라산 물을 바로 합수하는 기념비적인 장면을 담을 수 있다. 백록담 화구는 그동안 4차례나 헬기가 이착륙한 바 있다. 그렇지만 두 정상이 한라산 정상을 함께 내려다보는 상징적인 모습을 연출하기가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헬기로 전망대에 우선 착륙한 후 기념사진을 찍은 다음, 다시 헬기로 백록담 화구로 이동하는 방법이다. 등반이 필요 없어 이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당일 날씨 상황과 헬기 운용 안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하기 때문에 좀 더 세밀한 논의가 필요하다.   

한편 원 지사는 최근 일부 언론이 거론한 제주도 인공 헬기 착륙장 건설에 대해 “남북정상의 헬기 이용은 백록담에 별도의 헬기 착륙장을 설치해 이를 이용한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저 역시 한라산 백록담에 인공적인 헬기착륙장 건설은 반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동안 한라산 백록담 식생복구나 탐사, 시추 등을 위해 헬기가 백록담 분화구 안에 착륙한 바 있다”며 “이번 남북정상의 백록담 방문 시에도 별도의 인공적인 착륙시설 없이 충분히 헬기 이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남북정상의 백록담 방문과 관련해 한라산을 관리하고 있는 도지사로 협조하는 일은 당연한 것”이라며 “북미, 남북 실무자회담이 잘 성사되고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남북정상이 한라산을 방문하게 되면 제주도 행정은 협조를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정유진 기자 online0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