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겸(시인, 경기시인협회 이사)

우리나라와 일본은 과거와 현재의 역사를 살펴볼 때 정치와 경제, 그리고 외교와 통상, 문화 등 지정학적으로 얽히고설켜 있다. 그럼에도 혹자들이 양국 관계를 묻는다면 왠지 기분 좋게 답을 할 수 없는 찜찜한 관계, 어쩌면 견원지간(犬猿之間)이라 표현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1945년 8월15일 해방 이후, 우리나라는 침략자 일본에 대하여 분명 잘못한 점을 따지고 그들은 잘못을 시인하고 우리에게 용서를 구하는 한편, 이에 따른 분명한 배상과 보상을 받아야하는 것인데 이러한 절차 없이 1965년 정제되지 않은 '한일기본조약'으로 대충 봉합되어 왔다. 

물론 그동안 우리나라는 6.25전쟁과 산업화와 민주화 등 당장 먹고 사는데 전념하느라 전범국 일본에게 큰 소리 한번 못치고 지금까지 살아온 것이다. 

그런데 최근 전범 기업에 대한 대법원판결로 일본은 경제보복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했으며 이로 인하여 양국관계가 악화일로에 놓여 있다. 이에 우리 국민들은 혼연일체가 되어 일본제품 불매운동으로 맞불작전을 펼치고 있으며 경기도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각양각색의 대책을 세우며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특히, 경기도의회에서는 학교 비품에 일본 전범 기업 제품을 표시하는 인식표를 자율적으로 부착하는 가칭 '전범기업조례' 제정을 추진하고 있어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사태는 분명 전범국 일본이 자초한 것이며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말이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그런 가운데 작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일본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 수행과 직결된 일본기업의 반인도적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강제동원 위자료 청구권'이라며 한일 청구권협정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국제법상 일제강점기의 우리 민족에 대한 강제징용, 수탈과 착취행위, 인격유린, 비인간적 대우 등은 분명한 불법사항이며 이를 부정하고 판결에 불복하는 일본이야말로 석고대죄하며 용서를 빌어야 마땅함에도 오히려 치졸하게 경제보복으로 나서고 있어 제2의 침략전쟁 야욕을 만천하에 선언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우리 선조들은 어려울 때마다 전화위복(轉禍爲福)이라는 말로 격려하며 슬기롭게 이겨냈다.

즉 '위기가 기회'라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우리 정부와 대기업은 부품 소재기업을 적극 지원 육성해야 하며 수입 다변화 등을 통하여 대일 의존도를 낮추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정부가 지난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한 '7년간 약 7.8조원 투자' 등 대외의존 산업 탈피를 위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은 높이 환영할만하다. 우리나라는 이제부터라도 탄탄하고 강건한 자주경제 체제를 만들어 후손들에게 부강하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물려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