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철도와 생태 관광을 연계해 남북을 잇는데 힘을 쏟고 있다. 분단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비무장지대(DMZ)에 국제평화역(통합 CIQ)을 설치하고, DMZ 생태평화지구 조성을 추진 중이다. 독일이 베를린 장벽을 해체한 것처럼 통일의 새 역사를 쓰기 위해서다. 경기도민도 남북 철도망 구축과 DMZ 생태 관광을 남북 평화협력의 주요 사업으로 꼽고 있다. 최근 남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역사적인 첫 회동을 하면서 도의 계획에도 탄력이 붙고 있다.


▲남북 평화의 상징 '국제평화역'
도는 올 2월 남북국제평화역(통합 CIQ)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경의선 중 남쪽 도라산역에서 북쪽으로 2.4㎞, 북쪽의 판문역에서 남쪽으로 4.4㎞ 지점 비무장지대 안에 국제평화역을 만들겠다는 내용이었다.
국제평화역이 생기면 역 안에 남북한 통합 출입사무소(CIQ)가 설치돼 남북이 공동으로 한 장소에서 남북한을 오가는 이용객의 출입국 심사를 1회만 하게 된다. 출입사무소는 국가 간 이동을 할 때 거치는 세관검사(Customs), 출입국관리(Immigration), 검역(Quarantine)하는 장소다. 현재 남북한을 오가는 이용객은 도라산역과 판문역에서 각각 1차례씩 총 2차례 출입국 심사를 받는다. 그러나 현실은 육로를 거쳐 남북 왕래만 하고 있다. 도는 CIQ가 생기면 심사 시간이 지금보다 3분의 1정도 준다고 예상한다. 남북 철도사업이 끝나 남북의 민간 교류가 활발해지면 CIQ를 통해 이용객이 보다 쉽게 양쪽을 오갈 수 있다.
도는 CIQ 설치 뒤 통합 면세점을 운영해 이용객에게 남북한 맛집과 특산품 매장 등의 편의시설을 제공할 계획이다. 도는 국제평화역 설치를 중앙 정부에 제안한 상태다.

도 관계자는 "현 정부의 남북 철도 현대화 사업과 한반도 신경제 공동체 구상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경기 북부지역을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최적지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민들도 도의 이 같은 계획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도가 지난해 9월 조사 기관에 의뢰한 '남북평화협력사업 도정 여론 조사' 결과에서 응답자의 53%가 철도 등 교통망 구축을 최우선 사업으로 꼽았다. DMZ 생태 관광을 통해 남북 경협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17%였다. 특히 응답자의 79%는 남북평화협력사업이 경기 북부지역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도는 DMZ 생태평화지구 조성을 추진 중이다. 경기북부를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한 국제교류의 장으로 구축하고자 도비 600억원을 투입해 파주권역과 연천권역으로 나눠 만든다. DMZ 생태평화지구 중 파주권역은 DMZ 일원을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추진해 생태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생태마을 특구를 조성한다. 연천권역은 두루미 깃대종을 활용해 두루미 서식지 보전 사업과 두루미 학습원, 임진강 역사·문화센터를 건립한다. 도는 지난달 28일 북부청사에서 DMZ 생태평화지구 조성 방안 수립 연구용역 착수 보고회를 열었다.
통일부·환경부 관계자들이 참석해 중앙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도는 내년 상반기까지 연구용역을 추진한 뒤 타당성 조사를 거쳐 2020년 착공할 계획이다. 이밖에 도는 북한 주민들을 초청해 전 세계인과 어울어질 수 있는 'DMZ 세계생태평화축제'도 개최할 예정이다.

▲관광 콘텐츠 개발… 세계적 명소로
여기에 도는 남북 문화·체육 교류를 위한 DMZ 공연예술클러스터와 DMZ 남방한계선을 따라 설치된 군 순찰로를 걷는 '올레길'도 조성한다. 또 올레길 조성과 함께 경계 초소(GP·Guard Post) 등을 DMZ 생태계를 관찰하는 전망대로 활용한다. 앞서 도는 올 2월 독일 베를린 장벽을 관광 명소로 조성한 이스트사이드 갤러리협회와 손을 잡았다.
카니 알라비 독일 이스트사이드 갤러리협회장과 관계자들은 이날 DMZ 현장을 방문했다. 이스트사이드 갤러리협회는 세계 21개국의 화가 118명이 그린 105개 그림을 입혀 베를린 장벽을 세계적인 명소로 탈바꿈한 주인공이다. 카니 알라비 회장은 국내외 귀빈이 독일을 방문할 때 베를린 장벽 안내를 맡고 있다. 이들은 2005년 세계평화축전이 열린 임진각 평화누리와 한국 전쟁 당시 파괴됐다 복원된 독개다리를 둘러왔다. 이어 전쟁의 참혹한 현실을 기록한 지하벙커 사진 전시관(BEAT 131)과 UN 사령관이 관할하는 파주 대성동 마을도 찾았다. 또 민통선에 있는 유일한 숙박시설인 캠프 그리비스도 방문했다. 이들은 이후 도 관계자들과 함께 DMZ 관광 명소 조성에 필요한 다양한 계획을 논의했다.

카니 알라비 회장은 "눈으로 직접 보니 DMZ의 잠재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았다"며 "이곳에서 얻은 영감을 활용해 DMZ에 어울리는 관광 콘텐츠를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이화영 부지사는 "베를린 장벽을 예술로 승화한 협회와 협력하게 돼 기쁘다"면서 "분단의 아픔을 평화와 희망으로 바꾸는데 힘을 쏟겠다"라고 화답했다.
도 관계자는 "잠시 얼어붙은 남북 관계가 최근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며 "국제평화역 설치와 DMZ 생태지구 조성에도 훈풍이 불 것으로 본다. 경기도가 남북을 잇는 중심지가 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황신섭 기자 hss@incheonilbo.com


남북 공동수역...평화의 물결 넘실댄다

경기 파주시 탄현면 만우리와 인천 강화군 서도면 말도는 냉전과 평화를 동시에 품은 지역이다.
이곳은 한강과 임진강이 합류하는 지점이다. 길이만 67㎞에 이른다.
정전협정상 군사 분계선이 없는 남북의 공동(중립) 수역이다. 민간 선박이 오갈순 있지만 지금까지 남북의 군사 대치로 수십년 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았다. 그만큼 생태·역사 가치가 크다.

경기도는 한강하구 남북 공동수역을 평화적으로 활용해 남북을 하나로 잇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수역에 남북을 오가는 보행 교량을 설치한 뒤 남북 농업 협력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도는 지난 4일 북부청사 상황실에서 '한강하구 남북 공동수역의 평화적 활용을 위한 연구용역' 중간보고회를 열었다.

연구 용역을 맡은 경기연구원은 이날 한강하구의 대표 문화자원인 김포 조강(祖江) 포구 복원, 남북 왕래 보행교량 설치, 수산 자원을 보호·활용하는 공동 생태 조사, 남북 농업 협력사업 추진 방안을 제시했다.
도는 연구 용역이 끝나는 10월쯤 해당 자치단체·북측과 협의한 뒤 중앙부처에 활용 방안을 건의할 예정이다.

도 관계자는 "한강하구 공동수역이 남북 관계에 큰 변화를 줄 것"이라며 "바다를 통해서도 남북을 하나로 잇겠다"고 말했다.

/황신섭 기자 hss@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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