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대통령과 트란 둑 루옹 베트남국가주석의 15일 한·베트남 정상회담은 양국간 미래지향적 우호협력관계 구축의지를 재확인하고 이를 통해 한국의 베트남전 파병으로 인한 양국간 과거사를 「자연치유」하자는데 양국 정상이 공감한 자리였다고 할 수 있다.

 이날 회담을 마친뒤 두 정상 모두 『양국을 위해 크게 도움이 되고 아시아 평화와 번영에도 기여할 수 있는 계기였다』고 공통된 평가를 내놓았다는 것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

 양국 정상은 이러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기존의 경제통상 협력관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에 관해서도 실질적인 논의를 했다고 임동원청와대외교안보수석이 전했다.

 김대통령은 양국 관계에 대해 『과거 한때 불행한 시기가 있었던 것을 유감으로 생각하나 이를 극복하고 미래지향적인 우호협력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공동노력을 기울이자』고 먼저 과거사를 거론했다.

 이에 루옹주석은 『불행한 과거를 뒤로 미루고 미래지향적인 우호협력관계를 통해 과거를 매듭지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힘으로써 미래로 과거를 해결하자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두 정상은 이러한 과거사 정리를 바탕으로 회담의 대부분을 실질협력 증진방안논의에 할애, 한국은 내년에 한국의 지원으로 시행중인 바리아 화력발전소 건설사업등 3개 사업의 환차손 부족분 1천4백만달러, 백신공장 건설사업비 2천8백50만달러,통신망 현대화 사업비 3천만달러 등 모두 7천7백80만달러를 지원키로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금(EDCF)에서 지원되는 이 유상차관은 실제로는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기업에 융자되는 것으로, 한국기업의 대 베트남 진출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의 EDCF차관 제공에 대해 루옹주석은 『가난한 국가의 경제발전과 인민생활향상을 위해 한국 국민이 보내는 성의의 표시라고 생각한다』며 김대통령이 베트남에 대해 갖고 있는 경제적 관심사 6개항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으로 화답했다.

 김대통령은 이날 루옹주석에게 ▲베트남의 이중가격 문제, 비자절차 문제 등 투자환경 개선 ▲석유, 가스 등 자원개발의 한국기업 참여 ▲정보통신분야의 한국기업참여 ▲한국건설업체의 베트남 사회간접자본시설 개발 참여 ▲하노이 신도시 개발참여 등 한국의 관심사항을 구체적으로 제시,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실리세일즈 외교를 벌였다.

 루옹주석은 이에 대해 『한국기업이 베트남 유전개발, 도로공사 등 중요 개발계획에 많이 참여, 「탁월한 재능을 발휘하고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데 대해 베트남 국민이 감명을 받고 있다』고 말해 적극적인 협력의사를 밝혔다.

 양국 정상은 이날 경제통상 분야뿐 아니라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서도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공감의 폭을 넓혔다.

 먼저 김대통령이 대북 포용정책을 설명한 데 대해 루옹주석은 『남북이 평화협상을 통해 모든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란다』며 적극적인 지지입장을 밝혀 공통된 인식을 보였다.

 또 김대통령이 루옹주석의 방한을 초청하고 루옹주석이 수락하는 등 양국 정부와 의회 및 정당간 교류를 더욱 확대해 나가기로 한 것이나, 내년부터 청소년 20명씩을 서로 초청키로 한 것 등은 앞으로 양국관계를 경제·통상분야에 국한시키지 않고 정치, 안보, 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로 확대발전시켜 21세기 동반자관계를 지향하자는 뜻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한국과 베트남간 이번 정상회담은 앞으로 인도차이나 반도의 맹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큰 베트남과의 관계 발전을 위한 또 하나의 디딤돌을 놓은 것으로 평가된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