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백범을 아저씨라 불렀다"
상하이서 태어나 임정서 어린시절
역사책엔 없는 '생생한 일화' 담겨
▲ 김자동 지음, 푸른역사, 484쪽, 2만원.


임시정부의 품 안에서 자란 김자동 임정기념사업회 회장의 생생한 회고록 <영원한 임시정부 소년>이 출간됐다.

김 회장 집안은 독립운동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명문가이다. 1919년 대한제국 대신이었던 할아버지 동농 김가진의 중국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망명으로 시작된 가족의 독립운동은 아버지 김의한(건국훈장 독립장)과 어머니 정정화(건국훈장 애족장)로 이어졌고, 일가는 풍찬노숙하며 임시정부와 27년 영욕을 함께했다.

1928년 중국 상하이에서 태어난 김 회장은 석오 이동녕, 성재 이시정, 백범 김구 등 임시정부 주역들의 품에서 자라난 '임시정부의 손자'였다. 상하이, 자싱, 난징, 창사, 광저우, 류저우, 치장, 충칭 등으로 이어진 임시정부 이동 경로를 따라 성장했고, 임시정부의 중국내 마지막 소재지였던 충칭에서 감격의 광복을 맞는다.

그러나 광복은 분단과 한국전쟁으로 이어졌고, 보성중학을 졸업하고 서울대 법대에 진학한 김 회장은 백범 서거와 아버지 김의한의 납북이라는 아픔을 겪는다. 이후 조선일보 등 언론사에서 기자로 일했고, 1980년대에는 미국 시카고대학 역사학과 석좌교수인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의 기원> 등의 책을 번역하며 한국사회 민주화와 평화통일운동에 기여했다.

2004년에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를 창립해 회장직을 맡아 사업회를 이끌어오고 있는 김 회장은 20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목전에 두고 정부의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건립결정을 이끌어낸 성과는 큰 보람으로 꼽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2006년 재북애국지사후손 성묘단을 조직해 평양을 방문해 선친 김의한이 묻혀 있는 재북인사묘역을 참배한 것은 잊을 수 없다고 한다.

김 회장은 임정의 참모습을 지켜본, 생존해 있는 몇 안 되는 분 중 한 사람이다. 그러기에 어쩌면 그런 분들 중 마지막이 될 그의 육성 증언은 귀하고 값지다. 할아버지 동농 김가진이 상하이 대한민국임시정부로 망명한 지 100년, 손자인 김 회장에 이르러 임시정부가 역사 속에 복원된 것이다.

여기 더해 그가 언론인으로, 기업가로 겪어낸 현대사 이야기는 한반도 역사적 전환기를 앞둔 우리들에게는 역사로, 교훈으로 흘려 들을 수 없는 가치가 있다. 역사책만으로는 알 수 없는 상하이 임시정부의 분투와 내밀한 속사정, 해방공간의 어지러움 그리고 한국전쟁, 엄혹했던 군사정권 시절을 견뎌낸 이야기를 되짚어본 김 회장의 회고록은 개인의 기억을 넘어 현대사의 소중한 사료로 남게 될 것이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