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주간
인생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했다. 짧다면 짧은 인생에서 길흉화복(吉凶禍福)이야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우리에겐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있기 마련이다. '양지(陽地)가 음지(陰地) 되고 음지가 양지 된다'는 말은 순리(順理)를 따르라는 뜻이다.
제7회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가 막을 내렸다. 그 결과 대중 앞에서 웃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뒤에서 눈물을 훔치는 후보도 많다. 전임자 공로와 허물이야 '역사'가 판단할 문제이고, 새롭게 시작하는 이들에겐 내 지역의 '밝은 미래'를 담보할 수 있어야 할 터이다. 어찌 선거가 끝나고서도 상대방 흉을 보고 허물을 들춰내는 일에 안주하겠는가. 이제부터는 싸움과 갈등을 치유하고 화해와 평화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전임자가 잘한 일에 대해선 이어받아 줄기차게 하고, 잘못한 것은 꼼꼼하게 따져 바로잡으면 된다. 그렇게 해서 더욱 더 빛을 낼 수 있는 내 고장을 만들었으면 싶다.

먼저 선거에서 승리한 당선자들에게 주문한다. 내 지역 살림과 교육을 짊어지고 나갈 중차대한 일을 맡게 됐다. 앞으로 4년간 지역 살림살이를 총괄하고 감시하며,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져야 하는 자리다. 한치의 소홀함도 없이 잘 꾸려가야 한다. 유권자들은 이러한 일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을 뽑았다. 그러니 만큼 겸손하고 주민들을 모시고 섬기는 게 최우선이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선거를 기약할 수 없다. 유권자들의 의식은 또렷하게 살아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압승'에 눈이 멀어 오만하고 교만한 행동을 하면 가차없이 심판을 한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선거에서 패배한 이들에게도 한마디 하고자 한다. 구름에 가린 그늘로부터 빨리 벗어나 안정을 취하며 나날을 맞이했으면 좋겠다. 어떻게 만날 칙칙한 어둠의 굴레에서 헤매겠는가. 어서 악몽(惡夢)을 떨쳐내고 새로운 삶의 이정표를 짰으면 한다. 절치부심(切齒腐心)을 하며 4년 뒤 선거를 생각하든지, 아니면 또 다른 계획을 세우든지 말이다. 우리에게 도전(挑戰)과 응전(應戰)은 늘 반복되는 법이다. 오늘은 무참하게 깨졌어도, 내일은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미래에 대한 희망은 또 다른 이름의 절규(絶叫)와 같은 것이다.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도 끝났다. 핵으로 위협하던 '은둔의 독재자'가 세계 최강국 지도자를 만나는 장면에 세계 이목이 쏠렸지만, 우리는 너무 들떠 있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과속 스캔들'이 나오지 않나 싶어서다. 북한 홀로 전쟁을 벌일 리 없는 상황에서 '종전선언'은 물 건너 간 느낌이다. 이젠 현실로 돌아와 앞으로 닥칠 일을 직시해야 한다. 희망적 사고와 현실은 아주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냉정한 마음으로 대한민국에 다가올 '손익계산서'를 따져봐야 한다. 완전무결한 비핵화를 이행하는지, 비핵화 비용은 어떻게 나눌지, 주한미군 감축은 어떻게 되는지 등 우리가 부담해야 할 부분을 냉철한 국가이익 관점에서 대비할 필요가 있다.

정상(頂上)에 오르려면 무수한 고난과 고통의 벽을 넘어야 한다. 때로는 우거진 수풀 사이 가시밭길을 헤치고 가야 산의 맨 꼭대기를 밟을 수 있다. 그렇게 해야만 우리에게 평화와 번영이 찾아오지 않겠는가.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열강에 둘러싸인 한국은 섬세한 '줄다리기 외교'를 펴야 한다"고 강조한 어느 교수의 말을 경청할 필요성을 느낀다.
아무튼 이래저래 굵직굵직한 이슈는 마무리됐다. 나름대로 '큰 잔치'가 끝났다. 잔치에서 얻어지는 이익은 얼마이고, 손해는 무엇인지 곰곰이 따져봐야 할 때다. 지방선거든, 북·미정상회담이든, 무엇이든 국민들에게 '행복한 삶'을 전할 수 있는 일은 위정자들의 몫이다.

우리나라 정치를 바로 세우려면 국민들이 좋아할 곳에는 때를 가리지 않고 달려가야 하고, 국민들이 싫어하는 곳에는 얼씬도 하지 말아야 한다. 국민들이 가려워 하는 데를 긁어줄 수 있는 정치를 마땅히 해야 한다는 얘기다. 국민 모두가 만족스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좋다'고 여길 때 비로소 제대로 된 정치를 펴고 있다는 평가를 받지 않겠는가. 그것이 바로 국민의 마음이요 여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