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동구 인천대공원
▲ 소무의도
그야말로 만추(晩秋)다. 예년보다 늦게 찾아온 단풍 소식에 옷깃을 여민 시민들이 발걸음을 재촉한다. 설악산, 오대산 등 전국의 명산은 이미 포화상태다. 시선을 거둬 도심을 둘러보자. 화려한 옷으로 갈아 입은 87개의 진산과 공원들 속 단풍은 전국의 명산 못지않은 화려함으로 우리의 눈을 사로잡는다.


▲남동구 인천대공원

인천을 대표하는 대공원은 이미 지역 내에서 유명한 단풍 명소다. 많은 사진가들이 알록달록 물들은 단풍을 찍기 위해 찾아오면서 유명한 출사지로 자리매김했다.특히 크고 잔잔한 호수 주위로 울긋불긋 단풍띠를 수놓은 단풍터널은 수도권에서도 흔히 볼 수 없는 규모다.

벚나무길과 느티나무길로 나누어진 단풍터널은 가을철뿐 아니라 사계절 모두 시민들에게 인기 있는 장소다.
아울러 황금빛으로 갈아 입은 메타세콰이어와 느티나무, 단풍나무들도 한눈에 볼 수 있다.

곳곳에 펼쳐진 산책길과 세계 각국의 식물을 볼 수 있는 식물원, 동물원과 자연 생태원, 환경미래관 등도 단풍놀이와 함께 즐길 거리로 꼽힌다. 교통편도 좋아졌다. 인천도시철도 2호선의 개통으로 '인천대공원'역을 이용하면 된다.

▲중구 자유공원

중구에 위치한 자유공원은 인천의 개항기 역사를 담고 있는 최초의 서구식 공원이다. 인천항이 개항된 이후 1888년 응봉산 일대를 외국인 거류민단이 관리·운영해 각국공원이라 불렸으며 이후 일본 세력에 의해 지배돼 서 공원과 동 공원으로 나뉘었다.

1945년 해방 이후 만국공원으로 변경됐다가 인천상륙작전을 지휘한 맥아더 장군 동상이 1957년 세워진 이후 자유공원으로 이름이 변경돼 지금까지 불리고 있다. 인천의 개항기와 식민지 시대, 해방기를 거쳐 한국전쟁 전후에 이르는 한국 현대사의 모든 흐림이 공원에 담겼다.

자유공원으로 올라가는 길은 다양하다. 차이나타운 쪽으로 올라가는 길과 제물포고등학교나 인성여중을 끼고 올라가는 길도 있다. 고즈넉한 가을의 풍경을 여유롭게 즐기고 싶다면 홍예문을 통해 오르는 것도 방법이다.

공원 중간쯤에는 '연오정'이라는 정자가 위치해있다. 1960년대에 인천 송현동 100번지에 살았던 조길이라는 사람이 그의 부친이 살아생전 당부했던 뜻을 받아 설립했다고 한다. 공원을 방문한 사람들이 갑작스레 내린 비를 맞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고마운 마음이 담겼다.

약 30분 정도 걸을 수 있는 숲길은 가을 운치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울긋불긋 단풍 사이로 인천 앞바다가 펼쳐진다. 낮에는 화려한 단풍 풍경을, 밤에는 인천항의 야경을 즐길 수 있다.

▲동구 송현근린공원

도심 속 힐링공원을 뽑자면 단연 송현근린공원이 우선순위에 놓인다. 청명한 하늘과 가을바람의 조화가 공원의 아름다움을 더한다. 수도국산달동네 박물관 내 조성된 공원은 송림동 일대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분수광장과 다양한 체육공간, 조경시설이 자리하고 있다.

이에 더해 드라마 '도깨비'의 촬영지로 알려지며 떠오르는 '핫플레이스'가 됐다. 산책로 양옆으로 빽빽하게 들어선 벚나무는 가을이 되면 알록달록 새 옷으로 갈아입는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와 단풍들이 어울리며 도심 속 자연을 한껏 만끽할 수 있다.

산책로의 계단을 따라 걸어가면 또 다른 볼거리인 하늘생태정원이 나온다. 가을 수목과 초화 23종 12만 본을 식재해 탄생한 이곳은 시민들의 휴식 공간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타지 이용객들의 발걸음도 이끌어 내고 있다.

▲남구 수봉공원

자연과 역사가 함께 공존하는 수봉공원은 군 진지로 사용됐던 지역을 개방하면서 탄생했다. 입구부터 산 정상까지 약 1㎞ 구간에 식재된 벚꽃나무는 가을이 되면 예쁜 단풍으로 변신을 꾀한다.

한때 수봉공원의 상징이었던 비둘기집은 2012년 인천 시가지를 조망하는 전망대로 바뀌었다. 이곳에서는 만월산과 문학산, 송도, 남동구 전역의 모습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전망대에서 굽어보는 풍경은 장관이다. 아울러 공원 내 수봉도서관과 문화회관에서는 다양한 문화체험도 즐길 수 있다.

▲연수구 대학공원

연수배수지를 중심으로 형성돼 예전에는 배수지공원이라 불렸지만 현재는 대학공원으로 불린다.
입구부터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는 늦가을이 찾아왔음을 물씬 느끼게 한다. 낮은 산을 올라 꼭대기에 위치한 공원은 이곳만의 특별함으로 다가온다.

온통 나무로 둘러싸여있는 오르막 길은 도심 속이지만 숲 속 깊은 곳에서 서 있는 듯한 기분이다.
10분 정도 더 올라가다 보면 배수지를 마주할 수 있다. 배수지 앞 큰 나무의 멋스러운 색감을 통해 가을의 정취를 느낀다.


▲남동구 소래산

소래산 초입에는 '만의골 은행나무길 상가'가 즐비하다. 각종 음식점과 찻집들이 타운을 이루고 있다. 따사로운 가을볕과 신선한 바람을 벗 삼아 걷다 보면 울긋불긋하게 물든 소래산의 아름다운 풍경이 눈에 들어찬다.

산 중턱에서는 고려시대 때 만들어진 소래산 마애보살입상도 볼 수 있다.
정상에 오르면 소래산의 가을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시원하게 펼쳐진 시내 모습과 남동구와 인접한 경기도 시흥시의 모습, 단풍으로 붉게 물든 인근 산도 눈에 담긴다.

소래산의 야경도 유명하다. 소래포구의 전경과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 건물의 조명이 조화를 이루며 한 폭의 그림을 선사한다.

▲계양구 계양산

가을철이면 계양산 인근에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인천1호선 계산역부터 화려한 등산복으로 무장한 등산객들이 개미 떼처럼 줄지어 산을 향한다.

아름다운 경치와 완만한 코스로 등산 명소로 꼽히는 계양산의 인기는 가을철 빛을 발한다. 계양산 둘레길은 계양산을 크게 한 바퀴 돌아 보는 코스로 1코스와 2코스로 나뉜다. 아기자기한 숲길을 걷는 기분이 들어 가을철 산행으로 제격이다.

이곳의 둘레길을 걷다 보면 단풍나무와 은행나무, 구절초, 산부추꽃 등이 눈 앞에 펼쳐진다. 오르면 오를수록 영종도와 강화도, 멀게는 서울의 풍경까지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숲 생태 체험교실' 또한 즐길 거리다. 8월부터 11월까지 운영하는 체험교실은 유치원, 초등학생, 성인, 가족 등 10인 이상 단체가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식물과 동물 등 자연생태계의 가치를 바로 알고 자연물을 활용한 작품 제작도 한다.

▲강화도 전등사·고려궁지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불리는 강화도는 선사시대의 고인돌 유적부터 단군왕검, 고려 등에 이르기까지 한민족의 역사가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는 관광지다.

그중 고구려 시대에 세워져 현존하는 국내 사찰 중 가장 오래된 고찰인 전등사는 예스럽고 고풍스러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400년동안 전등사 안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커다란 느티나무는 또 하나의 볼거리다. 숲길을 산책하면서 해설을 들을 수도 있다. 하루에 총 6번 진행된다.

나무가 우거진 숲길을 걷다 보면 왼편에 '전등사 소나무'를 마주하게 된다. 이 나무에는 일본이 태평양 전쟁 당시 무기의 대체연료로 송진을 채취하기 위해 만든 침략의 깊은 상흔의 흔적이 남아있다. 또한 남한에 현존하는 고려 유적지 중 대표되는 고려궁지에는 오래된 큰 단풍나무들이 많이 심어져있다. 웅장함으로 역사 현장을 지키는 붉은 단풍들을 감상할 수 있다.

▲석모도 상주산

풍광이 좋은 석모도의 산들은 대부분 우수한 전망을 자랑한다. 특히 상주산에는 교동대교와 교동도의 전경을 볼 수 있고 새로 개통된 석모대교도 감상할 수 있다. 날씨가 맑은 날이면 북한의 전경도 한눈에 들어온다.

강화나들길 19코스에 접해있는 상주산은 다른 산들에 비해 아기자기한 매력이 있는 곳이다. 오솔길과 멋진 소나무와 암릉, 절벽은 운치를 더한다.

등산로 입구에서 약 1.3㎞를 걷다보면 정상을 마주한다. 절벽 틈 사이에서 화려함을 뽐내고 있는 단풍의 모습은 가히 장관이다.

▲소무의도

도심 속 특별한 단풍여행을 원한다면 소무의도도 고민해볼 만하다. 공항철도 인천공항역에서 자기부상철도를 타고 용유역을 이용해 잠진도 선착장까지 갈 수 있다. 가는동안 창 밖으로 보이는 영종도 모습도 제법 볼만하다.

잠진도에서 무의도로 들어가는 배를 타고 20여분 정도 소무의도행 버스에 몸을 맡기면 작지만 아름다운 섬 소무의도를 만날 수 있다. 바다누리길은 경치가 좋아 인천뿐 아니라 트레킹을 즐기기 위해 타 지역에서 온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붉게 물든 나무들과 우측으로 보이는 해녀섬, 출렁이는 바다까지 자연이 선사하는 황홀함에 저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곽안나 기자 lucete237@incheonilbo.com

/사진제공=인천관광공사, 인천시 온통인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