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꾼 엄마들 '품앗이 교육' … 아이들 꿈 무럭무럭


경단녀 능력살려 강사로
다문화캠프 어울림 배워
숲체험·전래놀이 교실도
함께사는 예쁜 마음 빚어


지난 2013년부터 인천 남동구 만수동을 중심으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마을공동체 '가온누리'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엄마들의 소소한 모임에서 출발했다.

친목 도모 차원에서 모임을 가졌던 이들은 단순히 엄마들만의 만남에 그치지 말고 아이들과 함께 의미있는 일을 해나가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렇게 그해 연말, 뜻을 같이하며 하나 둘 모인 이들은 품앗이 교육을 시작으로 아이들과 지역을 위한 활발한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품앗이 교육은 엄마들의 재능기부로 이뤄진다.

'쓱싹쓱싹' 붓질 몇 번에 감탄사가 절로 나는 작품을 완성해내는 화가 엄마, 같은 책이어도 유독 귀에 '쏙쏙' 들어오게 읽어주는 이야기꾼 엄마, 알록달록 색종이를 요리조리 만져 금방이라도 벌과 나비가 날아들을 것 같은 예쁜 꽃 한 송이를 만들어내는 만능 재주꾼 엄마까지.

각자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살려 아이들이 다양한 교육을 접하고 경험해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품앗이 교육은 아이들은 물론 수업을 진행하는 엄마들에게도 큰 의미를 가져다준다.

결혼과 육아 등으로 이른바 '경력단절' 여성이 되어버린 이들에게 강사의 역할로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자신감을 회복하고 다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2014년에는 가온누리 아이들만이 아닌 지역의 다문화가정 아이들과 어우러질 수 있는 다문화캠프를 진행했다.


함께 뛰어놀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외모와 언어, 문화는 다르지만 '다른 것이 틀린 것은 아님'을 배우는 뜻 깊은 시간이 됐다.

"할머니 할아버지 올겨울 따뜻하게 보내세요."

그해 겨울에는 지역에 살고 있는 홀몸노인들에게 아이들의 마음을 담아 푹신하고 따뜻한 이불을 전달했다.

작은 고사리손으로 커다란 이불을 들고 좁고 비탈진 골목길을 오르내리는 것은 아이들에게 벅찬 일이었지만, 환한 웃음으로 반갑게 맞이해주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생각에 절로 발걸음에 힘이 들어갔다.

만수5동 뗏마루공원에서는 자연과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숲체험 교실을 운영했다.

공원 한편에서 주민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며 수 십년 간 든든하게 자리를 지키고 서있는 나무에 대해 알아갔다.

가을이면 붉게 물드는 단풍나무, 푸르른 잎을 자랑하는 사철나무 등 그동안 관심을 기울이지 못 했던 우리 동네 나무에 대해 공부하고 어울리는 이름을 지어 표찰을 달아주며 자연에 대한 고마움을 표했다.

평소 PC와 스마트폰 게임에 빠져있던 아이들에게는 흙을 밟고 만지며 친구들과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전래놀이 시간도 가졌다.

근처에 굴러다니는 돌을 쥐어들고 바닥에 그림을 그리거나 땅따먹기, 비석치기 등 부모님들이 즐겨 하던 놀이를 직접 경험했다.

올해는 아이들이 아닌 엄마들을 위한 부모교육도 시작한다.

육아로 몸과 마음이 지쳐 때론 아이들에게 모진 말을 내뱉거나, 어른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아이들을 이해하지 못 했던 일 등을 되돌아보며 부모로서의 역할과 지녀야 할 마음가짐을 다시 배우고 있다.

"아이들이 직접 만든 작품을 지역 주민들에게 선보이려고 해요."

주말에는 아이들과 엄마들이 함께 모여 다양한 주제로 공방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군침이 절로 도는 맛있는 요리를 하기도 하고, 리본이나 뜨개질을 이용해 근사한 공예작품을 만들기도 한다.

오는 10월에는 작은 규모지만 아이들의 정성이 가득 담긴 작품들을 소개하는 전시회를 기획하고 있다.

"아이들이 세상의 중심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가온누리'라는 공동체명을 지었지만 사실 아이들이 중심이 아니어도 상관없어요. 자신을 사랑하는 만큼 다른 사람도 사랑하는 아이로 성장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죠."

함께 살아가는 기쁨, 이웃에 대한 사랑들이 모여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전할' 아이들의 예쁜 '마음 그릇'을 하나하나 빚어가고 있다.


/곽안나 기자 lucete237@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