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기초단체장 인터뷰9-조윤길 옹진군수>
장학재단 기금 증액 공무원 특채 등 지역인재 육성 만전
덕적도 -소야도 연도교 여객선 증회 등 해상교통망 확충
농어업 관광발전으로 소득 안정화 25개 섬과 소통 최선

옹진군에는 100개의 섬이 있다. 사람이 사는 섬만 해도 25곳에 이른다. 조윤길 옹진군수(65·새누리당)는 지난해에만 130일 동안 배를 타고 출장을 다녔다.  

"주민에게 솔직하게 다가가고, 함께 일을 풀어가려면 현장에서 목소리를 듣는 수밖에 없습니다."

조 군수는 인천 기초자치 단체장 가운데 유일하게 3선 연임 고지에 올랐다. 옹진군에서 태어나 35년 동안 공직 생활을 하며 군민의 애환을 함께한 것이 밑거름이었다.

그는 "군민의 편에서 그동안 펼쳐온 사업을 이어나가고, 농어업·관광 발전으로 주민 소득을 높이겠다"며 "맞춤형 복지와 안전한 주거환경으로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옹진군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군수는 취임식도 열지 않았다. 월례조회에서 직원들과 공약을 공유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세월호 참사 애도 분위기에 동참하고, 내실 있는 군정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진짜 취임식은 현장에서 열리고 있다. 조 군수는 지난 2일부터 유인도 25곳을 돌고 있다. 주민들을 만나 애로사항과 지역 현안을 듣는 것이 진정한 취임 인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교육에 투자해야 미래가 있다
조 군수는 100개의 섬으로 이뤄진 옹진군의 100년 후를 내다보고 있다. 교육이 출발점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가르침 때문만은 아니다.

조 군수는 " 교육에 투자해야 옹진군의 미래도 열린다"며 "지금은 잘못된 교육 정책이 도서 지역을 말살시키고 있다. 교육 환경이 열악해져 옹진군에서 자꾸만 사람이 떠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학생 수가 줄면서 섬에 있는 학교가 통폐합 되는 추세다. 학생들은 멀리 있는 학교를 다닐 수밖에 없어서 옹진군을 떠난다. 인구가 줄고, 학교는 문을 닫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이 반복되면 옹진군의 발전도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조 군수는 교육에서 희망을 찾는다. 우선 현재 110억원이 모인 옹진군 장학재단 기금을 매년 10억원씩 늘릴 생각이다. 지역 인재를 키우는 데 과감하게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지역 출신 졸업생을 공무원으로 특별 채용할 계획도 갖고 있다.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고장에 애착을 갖는 공무원으로 키우는 게 목표다.

조 군수는 "학교장 추천으로 장학생을 선발하고, 졸업하면 지방 공무원으로 채용하기로 옹진군에 있는 5개 고등학교와 협약을 맺었다"며 "섬에 근무하는 것을 기피하는 상황에서 토박이가 관공서에서 일하면 지역 발전에 도움되고, 주민들도 반가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옹진 장학관 건립도 고민하고 있다. 옹진군은 지난 2012년 지역 출신 대학생 기숙사인 장학관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세웠다. 주민의 의견을 모아 인천에도 장학관을 만들 계획이다. 교육에 열정을 가진 조 군수는 교육경비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안전행정부는 자체 수입으로 공무원 보수를 주지 못하는 지자체는 교육경비를 보조하지 않는다. 인천에서는 동구와 옹진군이 해당된다.

그는 "두 곳은 다른 지자체와 비교하면 가난하다"며 "이런 곳일수록 교육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에 교육경비를 더욱 많이 지원해줘야 하는데,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며 답답해했다.

열악해지는 해상교통 '참담'
조 군수는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며 누구보다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연평도 포격 사건이 떠올라서였다. 또 여객선은 군민에게 유일한 교통수단인 만큼,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던 탓이다. 세월호 참사는 옹진군에도 그늘을 드리웠다. 참사 이후 해상 규제가 엄격해지면서 군민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조 군수는 "차도선에 일반화물 선적을 금지하고, 개인 수화물 중량을 15㎏ 이하로 제한하면서 생활필수품을 구하는 것조차 어렵다"며 "안개로 인한 운항 통제도 예전에 비해 엄격해지면서 잦은 결항으로 섬에 발이 묶여 주민들이 못 살겠다고 아우성"이라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관광객마저 크게 줄었다. 해상교통에 대한 이미지가 안 좋아졌고, 결항도 잦아 관광객이 섬을 찾는 것을 꺼리고 있다. 지난달 서해 5도를 찾은 관광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6%가 줄었다. 덕적도와 자월도 등 근해 도서도 28.9%가 감소했다. 수산자원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으로 인한 어민의 고통도 크다.

조 군수는 "열악해지는 해상교통으로 주민의 일상생활이 위협받고, 지역경제가 침체되는 상황을 보며 참담한 심정"이라고 했다.

그는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서해5도 지원 특별법이 제정됐고, 오는 2020년까지 78개 사업에 9109억원을 지원하는 서해5도 종합발전 계획이 수립됐지만 여전히 먹고 살기에도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중앙정부가 나서서 열악한 도서 지역 주민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발로 뛰는 현장 중심 행정
옹진군은 섬으로만 이뤄져 지역적 한계가 있다.

조 군수는 "옹진군에는 변변한 공장이 없고, 농토는 협소하고, 수산자원이 줄어들어서 점점 살기 힘들어지고 있다"며 "젊은 사람들이 섬을 빠져나가면서 고령화도 심각하다"고 말했다.

옹진군은 이미 '초고령 사회'로 들어섰다. 옹진군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3%에 달한다.

조 군수는 "지난해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2.2%였던 것과 견줘 보면 고령화가 심각하다"며 "우선 노인정을 보강하고, 일자리 사업을 늘리는 등 고령화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활력 있고 풍요로운 농어촌을 만드는 것도 핵심 공약이다.

조 군수는 "좁은 농토에서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비닐하우스와 소형 농기계 등 영농 자재에 대한 지원을 늘리려고 한다"며 "수산물 생산량이 농업의 3배에 이르는 만큼, 바다 목장화 사업과 치어 방류로 어업의 안정도 이끌어 소득을 안정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어 "덕적도-소야도 연도교 건설과 모든 도서의 여객선 접안시설 보강, 여객선 증회 운항으로 섬을 잇는 교통망을 늘리는 데 힘쓰겠다"며 "백령도·영흥도·덕적도 등에 보도와 자전거도로를 넓게 해서 자전거를 갖고 섬을 찾는 관광객의 만족도를 높이고, 교통사고도 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군수는 옹진군이라는 고장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각양각색의 섬으로만 이뤄져 주민을 하나로 모으기 어렵다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깨달음이다. 그가 찾은 답은 '발로 뛰는 현장 중심의 행정'이다.

그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주민의 편에 서려고 했던 초심을 잃지 않고, 좀 더 가까이 다가가 소통하고 열린 자세로 일하겠습니다"고 말했다.

/대담=김칭우 사회부장·정리=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