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혁신 기자, 차이나타운을 가다
   
 


90년대 잠깐 인기를 끌었던 '황신혜 밴드'라는 록그룹이 있다. 이들은 '바람 불고 외로울 땐 짬뽕을 먹자!'고 절규(?)에 가까운 노래를 했다.

본 기자 '바람 불고 외로울 땐 차이나타운에 가자'는 말을 해 주고 싶다.

왜냐고? 짬뽕은 퓨전식 중국요리, 흔히 청요리라 부르는데 이 짬뽕과 필적하는 양대 청요리인 짜장면의 제맛을 보려면 차이나타운에 가야하기 때문이다.

자 그럼 차이나타운, 중국인 거리로 출발한다. 본 기자, 운동화 끈을 질끈 동여맨다.

 

   
▲ 청일 조계지 경계계단. 석등 양식이 계단 왼쪽은 중국식, 오른쪽은 일본식이다.


▲차이나타운, 대충 뭔지는 알고 가자

우리가 갈 곳은 인천시 중구 북성동 2·3가, 선린동 일대에 올망졸망 형성돼 있는 차이나타운이다.

이곳은 우리나라의 유일무이한 차이나타운이다. 전국의 지자체에서 관광상품을 목적으로 인위적으로 조성한 거리가 아닌 순도 100% 자연발생 차이나타운이다.

쉽게 말해서 자연산이란 얘기다. 즉 자연산이니만큼 확실히 보는 맛, 씹는 맛이 다르다.

이곳 역사에 대해 짧게 설명하자. 인천의 차이나타운은 1883년 1월 인천항이 개항되고 중국 산둥성에서 건너온 화교들이 거주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1900년대에는 청요리집, 잡화상, 이발소 등 중국 상권이 활성화돼 화교 2천300여 명이 살았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전쟁과 우리나라 정부의 화교 억제 정책을 겪으면서 차이나타운은 위축됐다. 쉽게 말하면 쪼그라들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인천시의 시설 투자와 정부의 지원으로 다시 활기를 띤다.(믿거나 말거나!) 지난해 방문객은 무려 내국인 221만 명, 외국인 39만 명이나 된다.

주말이나 공휴일엔 하루 평균 1만 5천 명이 북적댄다. 실제로 본 기자가 취재를 갔을 때 수십 대의 관광버스를 목격할 수 있었다.


 

   
 

▲패루 그리고 짜장면의 발상지

차이나타운 입구에는 패루가 있다. 중국 웨이하이시가 기증한 차이나타운의 대표적 상징물이다.

패루는 마을 입구나 대로를 가로질러 세운 탑 모양의 중국식 전통대문이다.

본 기자, 전 세계 도처에 위치한 차이나타운을 방문했는데 그곳에도 어김없이 패루가 있었다. 참 몇군데나 다녀왔냐구? 그런 건 묻지마라. 국가보안이다. 그냥 믿어라. 인생 속고만 살았나? 정 뜨악하면 본 기자의 블로그에 가서 확인해봐라. 인증샷 올려놨다.

패루를 지나 언덕을 오르자. 언덕이 가팔라 숨이 차다. 운동 좀 해야겠다. 첫번째 골목길에서 오른쪽으로 꺾어서 내려가면 우리나라 짜장면의 발상지인 옛 공화춘(共和春)이 보인다.

1911년 산둥성 출신의 화교 우희광이 개업한 중국 음식점인데 뭐 굳이 최초의 설립자 이름까지는 알 필요는 없다. 어쨌든 일제강점기에는 인천과 서울의 상류층들이 이용하는 최고급 요리집이었다. 한국전쟁 이후에는 짜장면 등 서민들에게 친숙한 음식을 팔았다고 한다.

잠깐 중요한 사실 하나 알려주겠다. 여기서 짜장면 사 먹을 생각은 꿈도 꾸지 마라. 배 고파도 좀 참아라. 뭔 소리냐구? 이곳은 등록문화재 246호로 현재는 짜장면 박물관 조성 공사 중이기 때문이다. 짜장면 안 판지 수십 년 됐다는 얘기다.


▲차이나타운의 볼거리

차이나타운에 방문하면 꼭 들르는 곳이 있다. 바로 청일 조계지 경계계단이다.

1883년 생긴 일본조계와 1884년 생긴 청국조계의 경계를 짓는 계단이다. 이 계단을 가운데에 두고 오른쪽은 일본조계고 왼쪽이 청국조계, 즉 오늘날 차이나타운이 되겠다.

이 계단은 120년이라는 역사를 지닌 계단으로 계단 위쪽에는 중국 칭다오시에서 기증한 공자상이 세워져 있다. 계단 끝에 올라가 인천항의 풍광을 내려다 보는 재미가 있다.(역시 믿거나 말거나!)

계단을 올라 왼쪽 골목으로 꺾이면 삼국지 벽화거리가 나온다. 본 기자 어느날 이곳을 걷다가 삼국지 벽화를 발견하고선 "촌스럽게 웬 삼국지 벽화냐"하고 뚱하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관광객을 끌어모으기 위한 지자체 공무원들의 눈물 겨운 노력과 그런 고군분투 끝에 쥐어짜낸 삼국지 벽화 아이디어에 숙연해질 수밖에 없다. 어쨌든 150m에 달하는 벽화 거리니만큼 꼭 들러보고 인증샷도 팡팡 찍어두면 좋은 추억이 될거다.

참, 관광 중에 발이 아프면 한중원이라는 중국전통정원에 들러 휴식을 취하자.

한중원은 청나라시대 중후반기 소주지역 문인들의 정원양식을 활용해 조성한 야외문화공원으로 중국전통정원에 사용되는 정자, 목교, 연못, 담장 등을 볼 수 있다.

 

   
▲ 공화춘 전경(2005).


▲차이나타운의 먹거리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차이나타운 거리를 걷는데 겨울비가 내린다. 우왁! 우산을 차에 두고 내렸는데 짜증난다.

패루를 지나 언덕을 오르면 차이나타운 중심 거리에 도달한다. 운동 부족인 사람들에겐 조금 버겁다. 하지만 평소 수영과 자전거, 등산, 철인3종, 수퍼울트라마라톤으로 단련된 본 기자는 가뿐하게 오른다.

일단 눈에 띄는 건 중국 음식점들이다. 본 기자가 지금까지 가 본 음식점은 일곱여덟 곳 정도다.

각 음식점마다 특색이 있으면서도 하나같이 맛 하나는 끝내준다. 이곳에 오면 짜장면을 맛보는 게 필수지만 본 기자 지난 밤에 과음한 탓에 속을 풀 겸 짬뽕 한그릇을 주문해서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후다닥 먹어치웠다. 역시 푸짐한 해물과 얼큰한 국물이 일품이다.

짜장면이나 짬뽕이 질린 분들은 중국식 전통 만두를 맛보시라. 본 기자가 자주 들르던 만두집은 '원보'다. 두꺼운 만두피에 야채와 고기가 듬뿍 든 중국식 왕만두가 이 집의 명물이다.

이곳 옆에는 '십리향'이라는 만두집이 있는데 항아리 만두로 유명하다. 커다란 항아리를 가열하고 그 안에 만두를 붙여서 굽는다. 주말엔 줄 서서 먹는다. 먼저 먹겠다고 새치기하면 절대 안된다. 황비홍 선생이 출동할 수도 있다.

아, 갑자기 만두가 먹고 싶어진다.


▲교통편

친절한 본 기자, 이곳까지 오는 길 알려준다. 찾아오는 길 무척 쉽다.

자가용으로 오는 분들은 간단하게 내비게이션에 치면 된다. 경인고속도로와 서해안고속도로 종점에서 월미도 방향으로 오면 된다. '참 쉽죠 잉~~'(이거 한물 간 개그다. 너그럽게 이해하시라)

대중교통을 이용하실 분들은 전철(1호선)을 타고 종점역인 인천역에 하차하면 바로 길 건너에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는 패루를 볼 수 있다. 시내버스는 2, 15, 23, 28, 45, 306번이 이곳에 정차한다.

/조혁신기자 chohs@itimes.co.kr
사진제공=인천 중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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