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에 넘치는 재물은 손안에 물 같은 것
   
▲ 인천지방법원 판사 김태균


누구나 한번쯤은 복권을 구입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현재 발매되고 있는 복권들을 보면 관광복권, 기술복권, 기업복권, 녹색복권, 복지복권, 자치복권, 찬스복권, 체육복권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특히 지난 2002년 12월 처음 발매된 로또 복권(정식 명칭은 '온라인 연합복권'이라고 한다)은 '인생 한방' 같은 신조어를 만들어 내면서 단숨에 복권시장의 총아로 자리를 잡았고 2009년까지의 누적 판매액이 무려 18조원에 육박한다고 한다. 아직도 주말이면 이른바 '로또 명당'이라는 곳을 찾아 줄을 서가며 로또 복권을 구입하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고 서점에도 당첨 비법 등을 소개하는 여러 종류의 책이 팔리고 있다.

그러나 거액의 복권에 당첨돼 한순간에 백만장자의 꿈을 이룬 사람들을 가만히 추적해 보면 결국에는 복권에 당첨되기 이전보다 훨씬 불행해진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자기 복에 넘치는 재물은 손아귀에서 물이 빠져나가듯 무시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게 되는 것은 아닐까.

사람들은 누구나가 다 오복(五福)을 누리며 살고자 한다. 서경(書經) 주서(周書)ㆍ홍범(洪範)편에는 오복이라 해 수(壽), 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의 다섯 가지가 나오는데 수는 장수(長壽)하는 것, 부는 부유한 삶을 영위하는 것, 강녕은 우환 없이 편안한 것, 유호덕은 덕을 좋아하며 즐겨 덕을 행하려고 하는 것, 고종명은 천명(天命)을 다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제 여기에 색깔이 다른 다섯 개의 구슬이 들어 있는 주머니가 있고 각각의 구슬은 오복에 해당하는 한가지씩의 구슬이라고 가정하자. 주머니에는 다섯 개의 구슬보다 더 많은 구슬은 들어갈 수 없고 또 마음대로 구슬을 꺼내거나 넣을 수도 없다. 또 어떤 우연한 사정으로 특정한 색깔의 구슬이 더 커지거나 많아지면 자동적으로 나머지 구슬 전부나 일부의 크기와 수가 똑같은 양만큼 줄어든다. 다만 크기와 수가 줄어드는 구슬의 색깔을 미리 선택하거나 알 수는 없다.

지나친 비약일지는 모르겠으나 이러한 가정에 조금이나마 동의할 수 있다면 자기 복에 없는 과도한 재물이 복권의 당첨을 통해 수중에 들어온다 한들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재물에 대한 복이 갑자기 커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 대가로 나머지 네 가지 복들이 움츠려 들고 그로 인해 여러 가지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면 어느 날의 횡재가 어쩌면 '인생 한방'이 아니라 '인생 쪽박'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복권에 당첨될까봐 복권을 사지 않는다면 해괴한 기우(杞憂)에 불과한 것일까. 정당한 목적과 수단이 동반되지 않는 이상 아무리 재산이 많아지고 권세가 높아져도 결국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격은 아닌지 한번쯤 새겨 볼 일이다. 그 옛날 소동파는 '분수를 지켜 복을 기른다(安分以養福)'고 하지 않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