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인식 간 거리감 좁혀야
   
 

인천지방법원 판사 변지영

최근 '허수아비춤'이라는 제목의 소설을 읽었다. 얼마 전 있었던 대기업의 비자금 사건을 모티브로 해 정치민주화를 넘어 경제민주화를 이루자는 소망을 담아 쓰인 소설로 출판사 서평을 빌리자면 '누가 저 성역의 높은 담장을 넘을 것인가? 성장의 빛과 그늘, 자본과 분배의 문제를 현란한 필치로 파헤친 핵폭탄급 서사! 초대형 망원렌즈로 포착한 메가톤급 소설'이다.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보통 대기업의 비리와 상류사회의 소비행태에 대해 관심을 보이겠지만 필자는 직업 탓인지 위 책에서 그리고 있는 법조인의 모습에 더 많은 관심이 갔다.

위 책에 나오는 법조인은 일부 정의롭고 소박한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 권력에 굴종하고 탐욕스러운 사람으로 그려져 있다.

그런 법조인을 주위에서 본 적도 없고 그런 법조인은 실제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고 싶지만 문학작품이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고는 말할 수 없어도 사람들의 인식을 대부분 반영한다 할 것이니 사람들 인식 속의 법조인이 그런 모습임은 부인할 수 없는 듯하다.

연일 법조인에 대한 안 좋은 소식이 뉴스를 점령하고 있다. 더구나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이는 법조인들은 화려하게 생활하면서 별로 일을 하지 않음에도 척척 일을 해결하는 모습들이다.

그러나 주위의 법조인들을 보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면서도 오랜 고민을 통해 신중하게 결론을 내리고 혹여나 그 결론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모습이다.

이렇게 주변의 현실과 사람들 인식의 괴리 사이에서 이런 모습을 알아주지 않는 사람들에 서운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결국 사람들 인식 속의 법조인의 모습을 바꾸는 것은 필자를 비롯한 법조인의 몫이라고 생각하면서 초심으로 돌아가 조금 더 노력하자고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