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짠물은 냇물이 빈약해서 생긴 이름이다.
서해의 갯벌과 시원한 바다가 인천시민의 축복이라면 맑은 물은 인천시민의 소망이다.
갓난아이가 태어나면 聖水로 세례한다.
인체는 70%가 물이니 사람은 물로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루에 1리터의 물은 마셔야 건강에 좋다고들 한다.
생각을 바꾸면 도심재생사업의 방향도 달라질 수 있다.
스카이라인이 없어진 시멘트덩어리 도시에서 평생을 살 장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생태환경을 목이 쉬도록 부르짖는다.
그나마 실낱같던 인천의 개천은 모두 시멘트로 덮이고 어린아이들이 물은 수도꼭지에서 나온다고 믿는다면 어떻게 될까? 그 물도 믿지 못해 어머니들은 다시 정수기를 사고 필터를 갈고 나들이할 때는 생수를 산다.
우리 어린이들에게 물이 땅에서 솟는 다는 것을 가르치고 샘물이 차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것은 생명을 깨닫는 첫걸음이다.
인천에도 동인천역 앞의 용동에 우물이 있었다. 그럴듯한 정자는 지었는데 우물에는 뚜껑이 닫혀 있다.
어떻게 해서든지 그 뚜껑을 열어 샘물을 다시 길어볼 수 없을까?
'여기 우물이 있었다.' 이 한마디만으로도 우리 아이들이 할머니의 우물 긷던 모습을 떠올리지 않겠는가?
일본의 마쯔모또(松本)에서 나팔꽃 모양의 가로등이 비추는 전통거리보다 더 부러운 것은 길가의 물이었다.
市정부 주관으로 수질을 개선하고 길가에 우물을 정비하여 오가는 사람이 언제든지 마실 수 있도록 수질검사표와 컵까지 마련해 놓았다.
다까야마(高山)의 아침시장이 열리는 개울가에는 '되살린 물 100選'이라는 비석이 있었다. 물고기가 새겨진 돌비석에는 親水空間이라는 글이 보이는데 물이 생명을 되찾았다면 언젠가 인간이 그 물을 죽였던 것일까?
인천에는 열우물, 찬우물 등 우물이 있었다는 지명이 있다.
샘이 깊은 물은 마르지 않지만 고인 물은 썩는다.
미래의 꿈도 좋지만 지금 우리 골목을 빗자루로 쓸고 음식쓰레기를 줄이고 맑은 물을 서해로 흘려보내자.
그것이 살기 좋은 인천을 위한 시민운동의 첫걸음이다.


/양효성(자유기고가)

양효성씨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조선의 옛길인 죽령대로를 두달간 도보로 여행한 기록인 '나의 옛길 탐사기 1·2'권을 출간했다. 기원전 30년께 서한시대 말 환관 출신의 사유(史游)가 편찬한 한자교본 '사유 급취장'을 번역했으며, 이 책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