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구조와 국선변호

인천지방법원 판사 김재령

재판을 진행하다 보면 가끔 이렇게 얘기하는 당사자들을 만나곤 한다. "판사님, 조사해 보시면 다 아시잖아요. 지금 증인은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특히 민사소송에 있어서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당사자의 신청에 의해서만 절차를 진행하고 그 신청을 위해 인지대와 송달료, 감정료 등 비용이 예납돼야 한다.

또 무변론 선고기일(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아 자백한 것으로 간주돼 변론 없이 선고하는 절차)에 출석해 "원고의 거짓말이 명백해 답변할 가치가 없습니다. 그런데 생업이 너무 어려워서 대응할 시간이 없었습니다"라고 답변하는 피고도 만난다.

법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소송 진행에 곤란을 겪는 당사자들을 위해 소송구조 제도를 구비하고 있다. 민사소송법 제 128조는 소송비용을 지출할 자금능력이 부족한 사람의 신청에 따라 또는 직권으로 소송구조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민사본안절차 외에도 강제집행절차, 행정사건, 가사사건, 독촉절차, 가압류·가처분 절차, 개인파산·회생절차 등이 소송구조의 대상이 된다.

소송을 제기하려는 사람과 소송계속 중의 당사자는 1천원의 인지와 송달료를 첨부해 법원에 소송구조를 신청할 수 있고 그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첫째 소송비용을 지출할 자금능력이 부족해야 하며 둘째 패소할 것이 명백하지 않아야 한다.

신청인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수급대상자 등 보호대상자임을 소명하거나 재산관계진술서(인천지방법원 홈페이지에는 신청서와 재산관계진술서 양식을 다운받을 수 있게 안내하고 있다)와 소득세납부증명서, 재산세납부증명서 등을 첨부해 신청자 및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의 소득 및 자금능력을 소명해야 한다.

한편 형사소송법 제33조는 법원은 피고인이 빈곤 그 밖의 사유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 또는 피고인의 연령·지능 및 교육 정도 등을 참작해 권리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피고인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변호인을 선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법원은 경제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 외에도 피고인 스스로 방어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경우 또는 무죄를 다투고 있으나 절차를 수행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 등에 폭넓게 국선변호인을 선정해 주고 있다.

당사자들에게 법정의 경험은 생소하고 긴장된 일일 수 있다. 그러나 민·형사를 불문하고 소송은 당사자에게 경제적으로 또는 신체적으로 중대한 일을 결정짓는 일이고 답변하지 않는 자에게는 상대방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간주하고 불이익을 주는 경우가 많기에 위와 같은 제도 등을 통해 불이익이 없도록 그 대응에 있어서 만전을 기할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