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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GE는 에디슨이 창업한 기업으로서 에디슨, 스워프와 영은 1단계(1879~1939년) 경영을, 윌슨과 보크는 2단계(1940~1970년) 경영, 존슨과 웰치는 3단계(1971~2001년) 경영을 담당하였으며, 지금의 회장 이멜트는 4단계(2001년부터 현재까지) 경영을 맡고 있다.

이런 GE가 주목받은 이유 중 하나는 경영권 승계를 성공적으로 이어왔다는 점이다.

레지널드 존슨으로부터 잭 웰치로 이어지는 경영권 승계도 성공적이었으며 잭 웰치에서 제프리 이멜트로 이어지는 경영권 승계는 오랜 준비과정을 거친 대표적 사례로 알려져 있다. 잭 웰치는 임기를 7년여 남겨 놓은 1994년부터 23명의 후보자를 검토하기 시작해 2001년9월 차기 회장으로 제프리 이멜트를 임명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혈연적 요소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으며, 매우 공정하게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한국 기업체 중 세계 500대 기업에 속해 있는 기업은 14개로서 이 가운데 혈연에 의한 경영권 승계 방식을 채택하지 않고 있는 기업은 민영화된 포스코, 공기업인 한국전력·한국가스공사 뿐이다. 나머지 11개는 민간기업이며, 최고 경영자의 승계를 아직 GE에 준하는 민주적 승계로 이행한다는 발표는 없다. 이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발전해야 한국경제가 안정적인 발전이 가능할 것이며, 이 기업들의 지속 발전을 위해서는 GE 수준의 경영권 승계로 조속히 이행해야 한다.

관점을 더 넓혀 보면, 미국과 유럽은 물론 러시아까지 포함해 국가의 리더십을 선거에 의해 민주적으로 승계하고 있으며, 혈연 승계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영국은 혈연에 의한 왕위 계승을 하고 있으나 상징성에 머물고 있다.

동북아에서 한국과 일본은 민주적으로 국가의 리더십을 승계하는 구조를 채택했다.

단, 일본은 소위 천황제라는 혈연 승계 구조를 허용하고 있는 부분적 한계를 갖고 있다. 중국은 혈연 승계는 허용하지 않고 있으며, 집단지도체제를 채택해 불완전한 경쟁에 의한 승계를 채택하고 있다. 북한은 혈연 승계를 전형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남북한이 체제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최소한 중국 수준의 집단지도체제와 불완전 경쟁에 의한 승계를 채택하였다면, 나름 체제의 정당성을 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미국과 유럽에 비해 아시아의 대표 국가인 중국, 일본, 남한, 북한은 아직 사회적 진화가 덜 된 승계 구조라 할 수 있다. 4개국 중 남한이 가장 우월한 승계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은 매우 다행한 일이다. 그것은 4·19, 5·18, 6·29로 이어지는 민주화를 위한 값진 희생의 산물이며, 산업화와 선진화로 그 저변을 만든 결과이다. 남한은 최소한 정치 영역에서는 완전경쟁에 의한 민주적 승계를 쟁취하였다.

그러나 최소한 혈연에 기반하지 않는 승계가 한국사회 모든 부분에 적용돼야 민주화가 완성되는 것이다. 정치, 기업, 종교, 대학 등 한국사회의 최고 지성인들이 활동하고 있는 공간은 혈연에 기반하지 않는 승계를 이루어야 한다.

종교 영역에서는 독신주의를 채택해 혈연 승계가 논의의 대상이 되지 않는 종파는 예외로 하더라도 독신주의를 채택하지 않는 종파는 혈연 승계를 배제하려는 철저한 노력이 필요하다. 대학 영역에서는 국공립은 혈연 승계는 존재하지 않으며, 사립은 이사장과 총장에 있어 혈연적 승계에 대한 사회적 정당성을 획득해야 한다.

지구사회가 가져야 할 보편적 기준은 최소한 혈연 승계는 배제하는 것이며, 이런 기준에 의한 대내외적 비판과 극복이 있어야 한다. 혈연은 인류를 지속시키는 핵심이지만, 집착의 산물이기도 하다.
 
/최정철 (주)신화컨설팅컴퍼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