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청소부' 모니카 페트 글 /안토니 보라틴스 그림 /풀빛

쾅쾅쾅.
"아유 깜짝이야. 아침 일찍부터 누구야? 엄마 인터폰 좀 고쳐. 이쁜 딸 간 떨어지겠어요~."
"벨이 고장인가 봐요. 눌러도 대답이 없길래."
"아줌마 힘 좋으시네요."

문을 여니 딸내미 말마따나 힘 좋게 생긴 아줌마가 사람 좋은 웃음을 짓고 서있었다.
"무슨 일이신지…."
"소독이요."
문을 활짝 열고 거침없이 들어서는 씩씩한 아줌마.

아이들도 방학 중이고 남편도 늦게 출근한 터라 청소도 하지 않고 게으름을 피우고 있던 나는 어수선한 집안에 낯선 사람을 들이는 게 민망했다. '오늘은 차대접도 못 하겠다'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우와~ 집이 도서관 같아요. 무슨 책이 이렇게 많아요. 나도 책 무지 좋아하는데."

그 아줌마 목소리도 참 우렁차다. 게으름 피우던 내가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목소리에 힘이 넘친다.
"와 아이들이 어린가봐요. 애기들 책이 많네요."
서가에 꽂힌 그림책 보고
"와~."
나 한번 쳐다보고
"와~."
이 아줌마 참 재밌다. 말끝마다 "와~"다.
"우와~행복한 청소부?"
아줌마는 책꽂이에서 '행복한 청소부'를 꺼내들더니 아예 소파에 앉았다. 그리곤 소리 내어 책을 읽으신다.

내가 지금 이야기하는 청소부 아저씨는 몇 년 전부터 똑 같은 거리의 표지판을 닦고 있었어. 바로 작가와 음악가들의 거리야. 바흐거리. 베토벤거리, 하이든거리, 모차르트 거리, 바그너거리, 헨델거리, 쇼팽광장, 괴테거리, 실러거리, 슈토름거리, 토마스만 광장, 그릴파르처거리, 브레히트거리, 케스트너거리, 잉게 보르크 바흐만거리, 마지막으로 또 빌헬름부슈 광장. 거기까지가 아저씨가 맡은 곳이야.
표지판은 말이야, 닦아놓았다 싶으면 금방 다시 더러워지지. 그러나 훌륭한 표지판 청소부는 그런 일에 기죽지 않아. 더러움과의 싸움을 포기하지 않는 거야

"와~ 더러움과의 싸움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 구절 참 좋다. 나도 그런데."
그러시면서 우리 집을 휘익 둘러보신다.
젖은 수건이 여기저기 떨어져있다.
일순 창피해진 나는 "아줌마 소독 다하셨으면 이제 가보셔요" 내 말끝에 날이 선나보다.
"이런 내가 주책없이…"

빨개진 아줌마 얼굴을 보는 순간 아차 싶었다. (우리 집 지저분한 거 어제 오늘 일이냐. 새삼스럽게.)
"저기요, 이 책 좋으세요? 아줌마 책 좋아하시니 가져다 읽으시겠어요?"
책을 받아든 아줌마 얼굴이 금새 환해졌다. 그림책 '행복한 청소부' 주인공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