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문종가집
고농축 과즙 양념으로 잰 고기 '비법'

뽀얀 설렁탕·영양만점 갈비탕 '일품'


빨간 숯불 위에 육즙이 촉촉이 배어 있는 고기가 노릇노릇 익어간다. '칙'하는 소리와 함께 앞 뒤로 불판 문신을 새겨가며 맛있는 냄새를 풍긴다. 한번 먹고 맛 없으면 두번 다시 가게를 찾지 않는다는 입맛 까다로운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는 가게가 있다. 바로 인천 남구 학익동에 위치한 금문(金門)종가집. 불에 안타는 독특한 양념의 돼지갈비를 개발, 평일·주말 안가리고 저녁 시간이면 넘쳐나는 손님들로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입에서 살살녹는 돼지갈비 말고도 24시간 동안 국물을 푹 우려내 맛은 물론 색깔부터 먹음직스러운 설렁탕과 갈비탕 역시 이 집의 인기메뉴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 돼지갈비의 재발견
양념 돼지갈비는 불 조절과 뒤집기, 불판 갈기 3박자가 어우러져야 타지 않는다. 하지만 생갈비에 한꺼풀 옷을 입힌 양념갈비의 특성상 고기가 타지 않길 바라는 건 무리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금문종가집은 다르다. 불판 위에 올려놓은지 20여분이 지나도록 좀처럼 새까맣게 탄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다. 신희식 사장은 이를 고농축 천연과즙으로 양념한 덕분이라고 소개한다. 과일을 갈아넣는 일반 양념과 달리 고농축으로 뽑아낸 과즙을 넣어 고기를 재우기 때문에 양념이 쉽게 풀어지지도 않고 건더기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 덕분인지 금문종가집의 인기메뉴는 단연 양념 돼지갈비다. 얇지도 두껍지도 않은 적당한 두께와 달짝지근하면서도 담백한 고기 맛이 남녀노소를 사로잡는다. 너무 빨리 타서 고기의 몇 점을 버려야 하는 다른 집과 달리 한 점도 버리지 않고 따뜻한 상태로 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것 역시 이 집의 장점이다.

# 국물이 끝내줘요
24시간 끓여서 국물을 우려내는 설렁탕과 갈비탕도 단연 인기다.
식당 지하에 따로 주방을 만들어 가마솥 3개를 걸어두고 24시간 국물을 우려낸다. 무작정 끓인다고 되는게 아니다.
초벌구이와 재벌구이를 하는 도자기처럼 탕도 여러번 끓일 수록 맛과 색이 더욱 좋아진다.
처음 끓였을 때와 달리 5~6번 끓이고 나면 국물이 뿌옇다 못해 걸쭉한 상태가 된다. 처음 우려낸 국물과 3~4번 정도 끓인 국물을 적당한 비율로 섞어 최상의 맛을 이끌어 내는게 비법이다. 배합이 조금만 틀리면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수시로 맛을 점검하고 불을 조절하는 세심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하얗다 못해 희뿌연 설렁탕은 국물 색만으로도 맛의 진한 정도를 가늠케 한다. 고소하면서도 구수한 국물과 함께 들어있는 푸짐한 고기와 국수는 손님들에게 먹는 즐거움을 안겨준다.
한약재를 넣어 푹 끓인 갈비탕도 손님들이 즐겨찾는 메뉴다. 설렁탕과 달리 맑디 맑은 국물이지만 한 숟가락 떠먹으면 '진국이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뚝배기 안에 푸짐하게 들어앉은 갈비는 젓가락으로 잡고 뜯기가 무섭게 뼈가 쏙쏙 발라진다.
맑지만 진한 국물에 갈비 한점 올리고 그 위에 깍두기를 살짝 얹어 먹으면 그 맛이 천하일품이다.

# 만두와 냉면은 보너스
흔히 맛집은 단일 메뉴로 승부한다고 말하지만 금문종가집은 다르다. 다양한 손님의 기호에 맞춰 다양한 메뉴로 다가간다.
이런 노력은 냉면 육수에서도 드러난다. 입가심으로 먹는 냉면이기에 대충 만든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시원한 맛을 자아내는 특별 재료에 주방장의 특급 노하우를 곁들여 육수를 만든다. 살얼음이 살짝 맺힌 육수는 매일 아침 신 사장의 입 맛 심사에 통과해야 손님 상에 오를 수 있다.
돼지고기의 옆구리살이나 다리살 등 남은 부위는 만두로 재탄생한다.
돼지갈비를 굽고 국물을 우려내고, 육수를 끓여도 남는 부위의 고기를 먹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생각해 냈다. 고기를 다져서 각종 야채와 함께 만두소를 만들고 만두피를 밀어 일일이 손으로 만두를 빚는다. 큼지막한 만두 안에 꽉찬 속은 보기만 해도 침이 고인다.

/글=정보라기자·사진=양진수기자 blog.itimes.co.kr/jbr



냄비부터 고기까지 매일 직접 손질

■ 인터뷰 / 신희식 금문종가집 사장


"처음에는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목표였는데 이제는 하루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하는 인생이 됐네요."
신희식 사장은 7년 전 금문종가집을 열었다. 돼지갈비를 주메뉴로 정한 것 역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라는 단순한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음식점 운영에 있어선 냄비 하나까지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게 없다. 아침 일찍부터 가게로 출근해 설렁탕, 갈비탕, 냉면 육수까지 일일이 맛본다. 그날 판매할 고기 양념과 상태 확인은 물론이다.
그는 "최하 경력이 2년 이상인 직원으로 구성됐기 때문에 이젠 말 안해도 직원들이 알아서 한다"며 "그래도 한순간 방심하면 맛이 변하는 것은 물론 사고도 날 수 있기 때문에 늘 호랑이 선생을 자처한다"고 말했다.
고농축 천연과즙을 고기 양념에 도입하는 방법을 제안했지만 주방일은 전적으로 주방장에게 맡기는게 그의 경영 철칙이다. 또 사장이라고 해서 손에 물 한방울 안묻힌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상황에 따라 계산은 물론 서빙에 상 치우기, 심지어 주차까지 직접한다.
그는 "인사가 만사라는데 내가 직접 뛰면 종업원도 주인의식을 갖고 열심히 하게 된다"며 "이런 기본 정신과 음식 맛이 잘 어우러진 덕분에 번창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보라기자 (블로그)jbr


Tip

●쇠고기를 연하게 하려면=고기 표면에 청주나 맛술을 골고루 뿌려두면 풍미와 윤기가 살아나 육질이 연해진다. 또 고기를 우유에 담그면 우유의 감칠맛과 단맛이 고기 속에 배어들어 놀라울 정도로 맛이 좋아진다.
●고기 누린내를 없애주는 콜라=한번 뚜껑을 열고 마신 콜라는 금새 김이 빠져 버리기 일쑤. 김 빠진 콜라를 고기 요리에 재사용 할 수 있다. 돼지갈비 찜이나 구이를 할 때 찬물 대신 콜라에 담가서 고기의 핏물을 뺀다. 돼지갈비가 잠길 정도로 콜라를 부으면 누린내도 사라지고 색도 좋아진다. 대신 고기를 잴 때 콜라의 단맛이 스며들었으므로 설탕은 조금 넣어야 한다.
●빚은 만두 보관시에는=만두를 미리 빚어서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먹기전 해동시키기 위해 놓아두는 경우, 밀가루를 아무리 뿌려도 이미 딱 붙어 있어 만두 속 터지기 일쑤다. 빚은 만두를 붙지 않게 하려면 만두 위에 밀가루만 뿌리지 말고 만두를 놓은 상 위에 갱지 한 장을 깔고, 그 위에 밀가루를 뿌린 뒤 만두를 놓아두거나 보관하면 나중에 잘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