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가지 해산물 넣은 '섞어찜' 인기 메뉴
시원한 '물회' 술안주·식사용으로도 제격
몸에좋은 재료 사용·넉넉한 인심에 긴줄
가을의 문턱.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이 한 여름 무더위에 지쳤던 우리들을 위로하는 듯 하다.
한결 여유로워진 마음에서 그동안 소원했던 동료나 친구가 생각난다면, 오늘 저녁 퇴근길에 해물찜 한 접시와 소주 한 잔 어떨까.

인천 연수구 선학동 선학초등학교 주변 골목에 조그맣게 자리한 '선학골 해물나라'(대표 박지예·48)는 그야말로 해물들의 나라다.
손님들이 가장 많이 찾는 메뉴는 10여가지 해물이 들어간 해물 섞어찜이다.
일단 음식이 나오면, 50㎝ 지름의 커다란 접시에 산처럼 쌓인 푸짐한 해물에 환호가 절로 나온다.
꽃게, 오징어, 낙지, 미더덕, 아귀, 키조개, 새우, 소라 등 갖가지 해물이 빨간 양념에 뒤엉켜 있다.
아귀와 꽃게는 살이 꽉 차 있어 한 개를 집어도 빼내 먹을게 많다.
키조개는 쫄깃한 맛이 일품이며 오징어와 낙지는 제대로 탱탱하다.
이집의 해물찜은 머리끝까지 쭈뼛 설 정도의 매콤한 맛으로 유명한데, 달큰하면서도 깔끔하게 얼얼한 맛에 제 아무리 매운것을 싫어하는 사람도 자꾸만 손이 간다.
이 중독성 강한 매운맛의 비결은 주인만이 아는 비법이라 '영업 비밀'이라고 한다.
매운걸 못 먹는 사람을 위해 3단계의 매운 정도로 주문이 가능하다.
시원한 물회도 이집의 단골메뉴다.
물회는 찌그러진 양철그릇에 담겨 나온다.
얼른 국물부터 한껏 들이키고 싶을 충동이 생길 정도로 살얼음이 그릇 가득 떠 있어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광어, 멍게, 해삼, 오징어와 갖가지 채소를 한데 섞는 이곳의 물회는 10여가지 과일이 들어간 소스를 얹어내면 완성된다.
해삼의 쫀쫀함과 과일향의 상큼함이 얼음과 함께 한데 어우러졌을때 입안 가득 퍼지는 상쾌함이란, 먹어본 사람만이 안다.
이곳의 물회는 술안주 뿐 아니라 점심이나 저녁 식사 용으로 밥을 말아먹는 손님이 많다고 한다. 이 맛을 보려고 부천이나 동인천 등 인천 각지에서 단골로 들르는 손님도 있다고.
'선학골 해물나라'의 음식철학은 건강이다.
손님들에게도 깨끗하고 몸에 좋은 재료로만 대접하겠다는 일념으로 거의 모든 음식을 박 대표가 직접 조리한다.
박씨는 "식당 주인이 직접 음식을 만드는 곳이 좋은 집이죠. 손님들도 신뢰를 할 수 있고요"라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박씨는 밑반찬으로 나오는 음식들에도 꽤 많은 정성을 들인다. 조미료를 일체 넣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점심메뉴나 주메뉴 할 것없이 공통으로 상에 오르는 반찬 중 '제주산 돌미역'은 이집의 자랑거리다.
제주도 해녀들이 직접 땄다는 싱싱한 돌미역을 매번 택배로 배송받고 있다.
이 미역은 조리되지 않은 생(生)으로 상에 오르니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제주 바다의 깊고 푸른 맛을 느낄 수 있다.
흔하지 않은 박 나물 반찬도 빼 놓을 수 없다.
박은 심장과 폐의 기능을 튼튼하게 해 주고 붓기를 가라앉히는 효능이 있어 주인이 늘 내 놓는 반찬이다.
이 밖에 자주빛 채소인 비트와 완두콩, 말린조기 무침 등 7~8가지 찬을 맛 볼 수 있다.
또 주재료에 쓰이는 해산물과 생선은 이틀에 한 번꼴로 주인이 직접 연안부두에서 장을 본다.
주인의 넉넉한 인심도 9개 테이블이 전부고 주택가 골목에 자리한 이 작은 식당에 손님들이 줄을 잇도록 만든 힘이었다.
모듬 스페셜 회를 주문하면 곁들여 나오는 일명 '스끼다시'에 그 귀하다는 제주산 옥돔이 올라오니 말 다했다.
회는 신선하고, 함께 나오는 전복죽과 캘리포니아 롤도 맛깔스럽다.
귀한 손님을 모실 때 약속 장소와 선택메뉴로 이곳의 모듬스페셜 회가 제격이다.
점심식사 시간에는 빨리 자리잡지 않으면 '선학골 해물나라'에 들어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점심메뉴로는 안동간고등어와 갈치조림, 알탕, 생우럭탕 등이 준비돼 있는데 이 중 가장 큰 인기는 생우럭탕이다.
살아있는 우럭을 그때 그때 주인이 직접 잡아 매운탕 또는 지리탕으로 끓여 준다.
무와 미나리가 들어간 시원한 우럭탕의 국물맛이 기가 막히다.
안동 간고등어 구이 정식은 고등어에 짭조름한 맛이 삼삼하게 잘 배어들었고 크기도 큼직해 점심 한끼로는 그만이다.
고등어 정식은 6천원인데, "좋은 안동 간고등어를 가져다 쓰기 때문에 사실 이 메뉴를 팔면 남는게 하나도 없다"고 주인 박씨가 귀띔해 줬다.
/글=장지혜기자·사진=박영권기자 blog.itimes.co.kr/jjh



"싱싱한 재료로 최고의 요리 자부심"

▶▶▶ 박지예 대표


"싱싱한 해물만 있다면 최고의 음식을 만들 자신이 있습니다. 그 자신감 하나로 음식점 문을 열었죠."
가게 문을 연지 2년이 됐다는 박씨는 요즘 밀려오는 단골들을 감당하며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자리가 없어 기다리거나 발길을 돌리는 손님들한테 미안할 뿐이죠. 깨끗한 가게 내부와 음식맛 덕분이지 싶습니다."
주방장 1명이 있지만 회 뜨기와 몇가지 밑반찬 요리만 맡기고 본인이 손수 요리를 한다는 박씨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손님들에게 선보이는 음식이니 몸이 고단하더라도 직접 나서야 직성이 풀리는 프로다.
박씨는 "점심이나 저녁 시간처럼 사람이 붐비는 시간에는 예약을 해 주시면 빠르게 준비해 놓겠다"며 사전예약을 당부했다.
/장지혜기자 (블로그)jj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