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중국학연구소 (www.uics.or.kr)
농촌 잉여 노동력 공업지역으로
농민공, 생활비 부담 … 귀향 러시

중국에 가면 어딘가 모르게 어색한 모습에 헐어빠진 바지를 입고 공사판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띈다.



농민공(農民工)들이다. 농민공이란 중국 농촌에서 도시로 올라온 노동계층을 말한다. 알고 보면 60~70년대 시골에서 서울로 상경한 우리네 아버지, 어머니와 비슷한 처지에 사람들이라고 보면 된다. 과거 우리가 저가상품을 생산하는데 속칭 공돌이, 공순이가 한 몫을 했다고 한다면 지금 중국은 농민공들이 그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2004년을 기점으로 농민공 부족으로 중국 일부 지역에 노동력이 모자라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다. 13억이 넘는 인구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중국 노동력이 부족하다?

과연 그 속사정은 무엇인가.

같은 중국인이지만 불법체류자? 중국 농민공의 본격적인 형성은 개혁개방이 무르익어 가던 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도시에 점차 공장이 들어서고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수요가 발생하다 보니 당시 잉여 노동력이 넘쳐 흐르던 농촌에서 인력 공급이 이뤄진 것은 당연했다. 그 결과 자연히 저가 노동시장이 공업지역에 형성되기 시작하고 농민공들도 그들만의 생활문화공간을 형성해 나갔다. 하지만 우리 역시 그랬듯 범죄와 치안 문제가 끊이질 않았고 농민공들을 중심으로 한 노동문제가 발생하는 일도 다반사였다.
특히 중국처럼 호적이 도시와 농촌으로 구분돼 있는 경우, 도시 호적 없이 상경한 농민공들은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서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어, 언제나 피해의 대상이자 예비 범죄자로 취급받아왔다.

귀향하는 농민공

더 큰 문제는 중국의 물가 상승률, 특히 쌀이나 옥수수 같은 식료품 가격 상승폭이 2004년을 시작으로 10% 이상씩 계속되자 먹는 것 이외엔 돈을 아끼던 농민공들조차 생활비를 감당 못하고 귀향을 결심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경제 상승률과는 동떨어지게 지독히도 오르지 않는 그들의 임금과, 중국의 11차 5개년 규획에서 밝힌 서부대개발 사업 같은 거대 국책사업이 쓰촨(四川) 지역 등 전통적으로 농민공을 많이 배출해 온 지역의 개발 사업을 벌이자 '고향에서도 먹고 살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농민공들의 귀향 행렬이 길어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전문 기술인력보다는 단순 기술자를 양산하는 경향의 중국적 노동생산방식도 이를 거든 한 요인이다.

그 결과, 광동성이나 장강삼각주 등 일부 우리 기업들이 활동하는 지역에도 노동력 부족 현상이 나타났고, 이는 임금상승으로 이어져 기업 경영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보고가 들려온다. 물론 현재 중국의 노동력 부족 현상을 전 중국의 노동력 결핍으로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전 세계 인구의 22%를 차지하는 인구대국에서도 노동력 부족 현상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은 그만큼 피상적인 정보만으로 중국 사업에 접근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라 하겠다.

/글=박정동 소장 박재정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