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유키코-13
그녀가 호흡을 조절하며 말했다. “담배 피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군요.”
“하지만 긴장은 어느 정도 풀어질 거예요.” “그건 그런 것 같네요.” 그녀는 담배를 한 모금 파운 뒤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다시 내실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날은 이미 훤히 밝았지만, 그들의 대책회의는 끝도 없이 이어졌다. 마치 중요한 안건을 가지고 심사숙고하는 것처럼.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화잘실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소변을 보고 세수까지 하고 다시 홀로 돌아왔다. 내가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 청년들의 모습은 이미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물론 미스안의 동생이라는 남자도 볼 수 없었다. 내가 의아한 표정으로 내실 쪽을 기웃거리자 미스안이 걸어나오며 말했다.
“계엄군이 시 외곽을 완전히 포위했대요. 그래서 행동을 개시하기로 한 거예요.” “행동을 개시하디니요?” “N시나 M시로 항쟁을 확대시킨다는 거죠. 그리고 일부는 충청도하고 경상도 쪽으로도 지원요청을 가기로 하고요.” “그러면 항쟁을 전국적으로 확대시킨다는 얘깁니까?”
“당연히 그래야죠. 어차피 피의 항쟁은 시작됐으니까요.” “시 외곽을 계엄군이 봉쇄했다면서요?”
“그러니까 몰래 빠져나가야죠.” 미스안은 마치 작전회의를 주도한 참모처럼 말했다. 나는 미스안의 그런 태도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미스안은 자신이 경영하는 다방을 시민군의 회합장소로 이용하고 있었다. 나는 어서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잘못했다가는 시민군으로 몰려 봉변을 당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계엄군의 프락치로 몰릴 가능성도 있었다. 나와 유키코는 이 도시에서만은 제삼자였다. 그것도 이쪽도 저쪽도 아닌. 더구나 우리는 도주만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아닌가. 나는 빠른 시간 안에 이곳을 벗어나는 게 상책이라고 판단했다. 그것은 나와 유키코를 위해서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었다. 더구나 유키코는 내일이면 일본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야 했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추스르자 미스안이 말했다.
“지금 나가려고요?” “네, 유키코가 내일 일본으로 돌아가야 하거든요.” “그래도 지금은 안 됩니다.” “안 되다니요?”
“그럼 그렇게 하세요. 출국은 며칠 늦출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해요. 최병장님. 그리고 내가 시 외곽을 뚫고 나가는 길을 가르쳐 줄게요.” “미스안이?” “내 고향이 광주라는 거 몰랐죠?” “그야…” “내가 시키는 대로 하세요. 그래야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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