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유키코-11
 그들은 나를 발견하고 경계의 눈빛을 보냈다. 마치 자신들의 일이 방해당할지도 모른다는 표정을 지으며. 아니, 그들의 표정은 경계심이 아니라, 노골적인 적대감이었다. 심각한 상황을 간파한 미스안이 안심하라는 듯이 말했다.
 “걱정 마. 내가 잘 아는 분이니까.” “아, 그래요? 그런데 어떻게…”
 “그냥 우연히 들른 거야. 그것도 오랜만에.”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그들은 무언가 중요한 일을 꾸미고 있는 사람들처럼 낮은 소리로 말을 주고받았다. 더구나 그들의 손에는 온갖 유인물과 플래카드가 들려 있었다. 외관으로 보아 시민군에 편성돼 있는 청년들이 분명했다. 며칠 전부터 시위대들은 시민군이라는 자위대를 만들고, 각종 무기로 무장해 왔다. 여차하면 진압군과 교전을 벌이겠다며. 더구나 그들 중에는 칼빈 소총이나 기관총으로 무장한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대다수의 시민군은 형편없는 무기로 자신을 무장하고 있었다. 몽둥이나, 쇠파이프, 죽창 등의 물건으로. 내가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 있자 미스안이 말했다.
 “우리 동지들인데… 할 일이 있어서요.” “아, 네에…” “아참, 깜빡했는데 어제 저녁에 어떤 남자애가 찾아오지 않았나요?” “찾아온 사람이 있었습니다.” 나는 말을 하고 나서 다방 내실을 가리켰다. 그러자 미스안이 내실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놀란 듯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어머, 부상을 입었잖아.” 그녀의 말에 건장한 청년들이 우르르 몰려갔다. 그리고는 제각기 떠들어댔다.
 “이 새끼들이 마구잡이로 총을 쏴댄다니까.” “말도 마, 어제는 캐리버 육공까지 동원했대.” “금남로에서는 수십 명이 죽었다는 거야.” “이대로는 안 되겠어. 대책을 세워야지.” 그들은 분개한 마음을 애써 가라앉히며 방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작은 소리로 무언가를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분노와 울분에 찬 목소리로.
어느새 유키코가 돌아와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우락부락한 청년들의 등장에 조금은 놀란 눈치였다. 더구나 그들은 머리와 팔뚝에 흰 띠까지 동여매고 있었다. 마치 전투에 참전하기 위해 집결해 있는 사람들처럼. 나는 떨고 있는 그녀의 어깨를 가만히 껴안았다. 그리고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았다. 아니, 이곳에서 어떻게 빠져 나갈 것인가를 생각했다. 그러나 마땅한 해결 방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시내에서 돌아가는 상황으로 보아, 낮 돌아다닌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진압군은 청년들을 보는 대로 폭행을 가하고 연행하는 판이었으니까. 더구나 그들은 신분이나 움직이는 목적 같은 것은 묻지도 않았다. 그저 거리를 배회하고 돌아다닌다는 것만으로도 폭도로 치부했다. 나와 유키코는 소파에 앉은 채 그들의 대책회의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불안한 마음을 애써 가라앉히며.
 “오래 기다렸죠?”
 어느 정도 이야기가 정리되었는지 미스안이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부드러운 어조로 말을 꺼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어차피 지금은 나갈 수도 없는데요. 뭐.” “아마 그럴 거예요. 어줍지 않게 돌아다니다가는 연행되기 십상이니까요.” “저 사람들은 누굽니까?”
 내 말에 미스안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 동네 청년들인데… 시민군에 가담하기로 한 사람들이에요. 그러니까 진압군에 항쟁하기로 한 청년들이죠.” “그러면 동생이라는 분도?” “맞아요. 그 애가 ××지역 조장이면서 연락책이에요.” “연락책이라면?” “N시나 M시에 연락을 하는 거죠. 물론 그쪽 지역하고 연대해서 투쟁을 확대시키는 역할도 맡고 있고요.” “아, 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