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 옥정동 아파트 '하수구 역류'
부실공사 의혹…건설사 피해 협의
▲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이 화장실에 가득찬 물을 펌프를 이용해 빼내고 있다.

“빨리 좀 도와주세요. 지금 방마다 분뇨가 가득 찼어요.”

양주시 옥정동의 한 아파트에 사는 A(여)씨는 다급한 목소리로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사연은 이랬다. 17일 오전 6시쯤 화장실 하수구에서 물이 역류해 솟구쳤다. A씨는 급한 마음에 양동이로 물을 퍼 비닐봉지에 담아 밖으로 버렸다.

그러나 혼자서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어느새 화장실은 물과 함께 오물도 대량으로 쏟아져 나왔다. 화장실에 가득 찼던 오물 섞인 물은 순식간에 거실과 방으로 흘렀다. 목제와 의자엔 오물 섞인 물이 스며들었고, 한 시간 사이에 집안 전체가 물바다가 됐다. 심지어 구린내까지 가득했다.

물바다가 된 곳은 또 있다. 같은 동 A씨 앞집도 똑같은 피해를 봤다. 두 집 모두 이른 아침부터 날벼락을 맞았지만 도움도 제때 받지 못했다.

A씨는 오전 6시20분쯤 관리사무소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관리사무소 측은 3시간이 지난 뒤 미화원(청소), 직원 등 12명을 투입했다. 이들은 펌프를 이용해 집안의 물을 밖으로 빼냈다. 걸레 등을 이용해 집안 곳곳을 닦고 정리했다. 마치 전쟁터와 같았다.

A씨는 “어제(16일) 오후 8시쯤 악취가 심했다. 그러다 오늘 아침에 화장실 하수구에서 물이 넘쳐 발목까지 찼다”며 “준공한 지 5개월밖에 안 됐다. 입주한 지 3개월이 지났는데, 온 집안이 분뇨로 가득 찼다. 이거 부실공사 아닌가요”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B씨는 “도와 달라고 전화 한지가 언젠데, 3시간이나 지나서 나타났다”며 “냄새가 가득한 이곳에서 어떻게 살아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한탄했다.

또 다른 C씨는 “집 앞에 있는 화단이 며칠 전부터 땅 꺼짐 현상으로 가라앉았다. 밖으로 나가는 계단이 기울어졌다”며 “오수관 맨홀이 땅 꺼짐 현상으로 파손된 것 같다”고 부실공사를 지적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아침 일찍 전화를 받았지만,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아 현장 출동이 늦었다”며 “준공한 후 이런 일은 처음이다. 현재 건설사와 설비팀에 상황을 전달했다. 피해를 본 가구에 대해 어떻게 할지 건설사와 협의 중이다”고 했다.

한편, 이 아파트는 1월15일 준공했다. 현재 1483가구가 살고 있다.

/글·사진 양주=이광덕 기자 kdlee@incheonilbo.com



관련기사
똥물 차오른 양주 아파트, 오수관 연결고리 빠져 있었다 준공된지 5개월된 양주시 한 아파트에서 오물이 역류한 것은 부실공사 탓인 것으로 파악됐다.<인천일보 5월18일자 '지은지 얼마나 됐다고 … 우리집에 똥물이 차올랐다'>20일 이 아파트 입주민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전 6시쯤 화장실 하수구에서 오물 섞인 물이 역류해 28층짜리 이 아파트 1층에 입주한 2가구가 재산상의 피해를 봤다. 이 아파트는 1월15일 준공했다. 현재 1483가구가 살고 있다.가장 큰 피해를 본 A씨 아파트의 경우 화장실에 가득 찼던 오물 섞인 물이 순식간에 거실과 방으로 흘러 목제와 집기류 등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