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5일까지 임진각 평화누리
▲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피버' 공연.
▲ 강익중 작 ‘꿈의 다리’, 2021년, 나무∙철∙기타 혼합재료, 500×350×700㎝.
▲ 안은미컴퍼니 '북.한.춤' 공연.

2000년 6월15일, 남과 북은 맞잡은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평화의 바람을 외쳤다. 다시 한 번 그 날의 맞잡은 손 다시, 평화를 그리며 통일의 염원을 담은 축제가 경기도 DMZ 일원에서 펼쳐진다.

경기문화재단 경기도미술관이 오는 20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DMZ아트프로젝트-다시, 평화'전을 연다.

'Let's DMZ 평화예술제' 사업의 하나로 진행되는 'DMZ아트프로젝트-다시, 평화'는 남북교류와 평화·통일의 중요성을 알리고, 분단과 치유가 공존하는 DMZ의 생태·문화·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전파하기 위해 기획됐다. 또 '6·15남북공동선언'(2000년 6월15일)과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2018년 4월27일)을 기념하기 위한 전시이기도 하다.

전시 주제 '다시, 평화'는 환하게 열렸다가 닫혀버린 남북 간의 현 상황에서 다시 평화가 찾아오길 바라는 우리 민족의 뜻과 소망이 담겨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평화와 통일을 주제로 한 경기도 대표 작가들의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미디어, 퍼포먼스 등 200여점의 다양한 작품들을 감상해 볼 수 있다.

전시 참여작가 강익중은 평생의 꿈을 남북한, 그리고 세계의 어린이들의 꿈을 담은 그림으로 만들어진 '꿈의 다리'를 임진강에 만드는 것이다. 그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염원은 1999년 파주 헤이리에서 열렸던 '10만의 꿈'을 시작으로 2001년 UN 본부의 '놀라운 세계', 2016년 영구 템즈강에서 '집으로 가는 길'이라는 실향민의 꿈을 담은 작품 등으로 이어진다. 이번 DMZ아트프로젝트에는 20여년 넘게 구상해 온 작가의 신작 '꿈의 다리'를 공개한다.

작가 정현은 오래된 철로의 폐침목으로 제작한 인간 형상의 조각 작품 '서 있는 사람'을 선보인다. 임진각 평화누리는 남북 간 끊어진 철로의 상징적 공간으로, 남북을 다시 '침목으로 잇는' 평화적 상징이 이 형상조각을 통해 드러난다. 올해는 정전협정 68주년이다. 종전협정을 이루고 평화로 나아가는 상징을 더 해 70개의 작품이 평화누리 언덕에 설치됐다.

이영섭은 여주시의 고달사지에서 '발굴조각'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조각해 온 작가다. 발굴조각은 땅을 파고 음각한 뒤 콘크리트 시멘트를 부어 묻어뒀다가 발굴하는 형태다. 경기도는 미륵신앙과 관련이 깊고, 특히 DMZ는 궁예의 후고구려가 있었던 공간이다. 미래 한반도의 통일조국을 상상하며 그의 발굴조각으로 제작한 6m 크기의 대형 '어린왕자' 2점과 2.5m의 '미륵' 2점을 평화누리 입구와 출구에 설치할 예정이다.

백남준의 작품 역시 이번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다. 그의 작품 '호랑이는 살아있다'는 2000년 1월1일,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아 세계 73개국 방송사가 공동 제작한 밀레니엄 프로젝트 '2000 Today'에서 MBC가 한국을 대표하는 영상으로 전 세계에 송출했다. 당시 백남준은 “나는 한 마리의 호랑이로서 서구에 진출했고 예술 현장에서 저들을 이기고 있으니 우리 민족도 세계사의 유례가 없는 분단국의 처량한 신세를 청산하고 이제는 어엿한 통일국가로 나가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45분 분량의 '호랑이는 살아있다'는 자정 정각에 임진각 평화의 종이 21번 울리고 난 직후 평화누리 공원에서 상영됐다. 이 작품에서 백남준은 불편한 몸으로 '금강에 살어리랏다'를 직접 부르는데, 어린 시절 한국을 떠나 오랫동안 외국에서 살아온 작가의 뇌리에 남아있던 고국의 노랫가락을 서투르게 부르는 그의 모습에서 통일을 염원하는 작가의 바람을 읽을 수 있다. 그 작품을 21년 만에 다시 대형 LED 전광판으로 평화누리 공원에서 재현한다.

이 밖에 무늬만 커뮤니티의 개성공단 입주 기업의 상품으로 제작한 작품 'UFO'와 '샹들리에'를 비롯해 35년 넘게 '분단'을 주제로 작업해 온 경기도의 대표 작가 송창의 '의주로를 밟다'도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오는 30일에는 다채로운 공연 퍼포먼스도 선보인다. 안은미컴퍼니가 이번 축제를 기념하며 '북.한.춤'을 선보인다. '북.한.춤'은 최승희의 춤에서 시작되는 북한 특유의 역동성, 꼿꼿함, 집체 형식으로 색채가 풍부하고 화려한 형식을 보여주면서 고구려적인 멋과 흥이 배어있는 춤으로 알려졌다.

이어 다음 달 13일에는 춤의 한류열풍을 불러일으킨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가 신명 나는 무대가 준비돼 있다.

'DMZ 아트프로젝트 다시, 평화'와 관련해 보다 자세한 문의사항은 Let's DMZ 평화예술제 홈페이지(https://letsdmz.ggcf.kr/ehbt/main/view)로 하면 된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사진제공=경기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