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이 또 당하는 거 같아서 기분이 안 좋다. 김해신공항을 취소하고 가덕도에 공항을 건설하기로 결정하는 것은 정부가 전광석화같이 하는데 백령공항 건설은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3년 전 지방선거에서 백령공항 건설이 시장의 선거공약으로도 등장했으나 벌써 몇 년이 지나도록 예비타당성조사 심의대상에도 올려놓지 않으려는 정부의 입장에 가로막혀 있다. 그 사이에 울릉공항은 2025년 개항을 목표로 건설에 탄력이 붙은 상태이다. 이 나라에서는 인천은 봉이고 영남과 관련된 일은 황제 대접을 받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공항이 지방마다 생기는 것이 불안하다. 벌써 지방공항 몇 군데는 오랫 동안 개점휴업 상태이고 혈세 먹는 하마며 밑빠진 독이다. 한국이 미국 땅만큼 넓은 것도 아니고 인구가 줄어드는데 과연 공항이 그렇게 필요한가. 고속도로와 KTX가 전국 방방곡곡에 깔려 있어 빠르고 편하게 왕래가 가능한데 비행기가 얼마나 이용될까 하며 비관적으로 전망한다. 거기에 지역마다 유권자가 떼를 쓰거나 선거를 앞두고 권력실세가 공항을 짓자고 공약해서 공항을 건설하다 보면 국가경제가 망하게 될 거라고 걱정도 한다.

비단 공항만이 문제는 아니다.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만 해도 2019년 1월 14개 시도별 총 23개 24조1000억원 규모로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까지 해가면서 대규모 토목사업을 벌이고 있다. 물론 이때 인천에는 5조9000억 규모의 GTX-B노선 건설사업과 1000억 규모의 강화∼영종 사이의 고속도로 건설사업이 포함되었다. 문재인 정부는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하여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는 것이라고 발표했다.

원래 예비타당성조사는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 들면서 국가재정의 투입이 300억원 이상인 사회간접자본 건설사업이나 연구개발 사업 등에 경제성을 검토하도록 규제하는 것이다.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지 말라는 매우 합리적이고 기본적인 장치이다. 그러나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지역 균형발전이나 긴급한 경제적 또는 사회적 상황에 따라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으면 국무회의를 거쳐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사업은 사실 해서는 안되는 일이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1960∼70년대 대규모 토목건축 사업으로 경제를 부양하는 접근법을 취하나. 오히려 4차 산업혁명기에 조응하는 과학기술이나 미래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해 미래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는 접근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백보를 양보해서 만약 이 사업들이 성공해서 경제가 회생하고 국가가 균형발전하여 대의가 빛나려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사업이나 국가재정지원 사업에 있어서 원칙이 공정하게 지켜져야 한다.

백령공항 건설은 국가의 균형발전이나 국가 재정지원 사업에 있어서 원칙대로 예비타당성조사도 하고 이에 따라 추진하는 것이 매우 타당하다. 그간 백령공항 건설에 있어서 장애가 되어왔던 사항은 두 가지이나 이 모두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첫째, 백령공항 건설이 예비타당성조사 결과 기준을 못 넘을 것이라는 우려다. 그러나 이미 2017년 국토교통부의 사전타당성 연구에서는 비용 대비 편익(B/C)이 2.19로 매우 높다고 확인되었다. 울릉공항이 2013년 예비타당성조사에서 1.19밖에 못 받았는데도 건설하고 2.19인 백령공항은 안된다니 이해할 수 없다. 더욱이 백령공항 건설비용은 1740억원으로 추산되는데 울릉공항은 6633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둘째, 백령공항이 접경지역에 위치하기 때문에 안보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백령공항이 건설되면 실제로 군사시설이 많은 백령도의 특성에 위협이 되거나 비행기가 NLL(북방한계선)을 넘는 등 남북의 갈등소지를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국방부는 이미 백령공항 건설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고 오히려 군용으로 함께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기고 있다.

이에 비해 기획재정부만 지방공항 중 김포, 김해, 제주를 빼고 12곳이 연간 평균 150억 원 정도씩 적자라며 백령공항 건설을 반대하고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심의부터 막고 있다. 기재부는 다른 지방공항이 적자를 볼 줄 알면서도 그때는 찍소리 못하고 모두 건설해주고선 사전타당성조사가 2.19이고 불과 1000억원대 건설비용이 드는 백령공항만 막는 중이다. 기재부는 다른 지방공항 근처에 고속도로_KTX 다 깔아주고선 바람불고 안개 끼면 배도 못뜨는 백령도 공항만 반대하는 중이다. 기재부는 이것이 국가의 균형발전이고 경제회생에 부합하는지 대답해야 할 것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