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체험길 조성계획 경찰에 통보
경찰, 조성 예정지에 카메라 설치
그대로 준공, 이전협의 없어 불편
▲ 포천시와 포천경찰서가 엇박자 행정으로 38선 역사체험길 한복판에 이동식카메라를 설치한 뒤 서로 남 탓만 하고 있다.

포천시와 포천경찰서의 엇박자 행정에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영중면 지방도 372번 도로에 설치된 이동식카메라가 보행자 길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어서다.

심지어 카메라 설치 후 시민 불편을 알면서도 이전 설치를 위한 협의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시와 경찰에 따르면 시는 지난 2016년 3월 창수면 오가리~일동면 수입리를 잇는 영평천 일대 16.7㎞ 구간에 38선 역사체험길 조성사업을 추진했다.

역사체험길은 38선으로 분단된 역사적 사실을 재발견하고 영평천 일대를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재탄생시켜 역사체험의 장으로 조성하는 데 목적을 뒀다.

이곳엔 공공편의시설, 주차장, 휴게 쉼터, 징검다리, 포토존, 전망대, 평화광장 등이 들어선다. 총사업비는 83억2400만원(국·도비 36억6200만원)이 투입되며, 올 12월 준공이 목표다.

그러나 사업 추진과정에서 문제점이 여럿 발견됐다.

시는 지난 2016년 12월 실시설계용역을 시작으로 2019년 12월 최종보고회까지 마쳤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관련 부서 변경과 함께 용역이 중단된 일도 있었다.

문제는 또 있다. 지난해 5월 공사에 들어갔지만 기존 도로에 체험길을 조성하면서 도로 여건과 환경,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다. 게다가 관련 기관과 협의한 내용도 허술했다.

실제 시는 지난해 1월 지방도 372번 도로 12.5㎞ 구간에 3억2000만원을 들여 가드레일 설치 공사를 한다고 경찰서에 통보했다.

하지만 경찰은 지난해 5월 이 구간에 이동식카메라를 설치했다. 그런데도 시는 이런 사실을 알면서 체험길을 조성한 뒤 같은 해 12월 준공까지 했다.

게다가 같은 해 7월 최종 설계된 도면에는 카메라 설치 관련 내용조차 누락했다. 이러면서 시민들은 체험길 한복판에 설치된 카메라 때문에 불편을 겪는 일까지 벌어졌다.

시민 A(43)씨는 “영평천을 둘러보기 위해 보행자길을 따라 걷는데 이동식카메라가 한복판에 설치돼 있어 깜짝 놀랐다”며 “차량을 단속하는 건지, 사람을 단속하는 건지 궁금하다.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더 큰 문제는 준공 이후다. 5개월이 지나도록 시와 경찰은 카메라 이전 설치와 관련해 논의나 협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동 카메라 설치비용은 시·도에서 지원해준다. 체험길 공사 이전에 설치했다”며 “설치 후 시에서 이전 설치해 달라는 협의나 공문을 받아본 적도 없다. 이전 설치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시 관계자는 “지난해 6월 관련 기관 협의 때 경찰에 카메라 이전을 요청했지만, 나중에 이전할 테니 그냥 놔두라고 했다”며 “준공이 끝난 뒤에는 이전 설치에 대해 경찰과 협의하지 않았다. 세심하게 확인하지 못했다. 조만간 경찰과 협의하겠다”고 했다.

시와 경찰의 주장은 달랐다. 남 탓만 하는 셈이다. 이러면서 카메라 이전 설치비용은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이 됐다.

/글·사진 포천=이광덕 기자 kd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