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은 가장 소중한 가치…고위험군 돌볼 안전망 짠다
▲ 박남춘(오른쪽) 인천시장이 지난 3월24일 포스코에너지에 경인아라뱃길 시천교 자살예방 안전난간 설치 기념 감사패를 증정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인천시

2011까지만 해도 인천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32.8명으로 전국 7대 도시 가운데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천시는 자살예방센터를 별도로 설치해 본격적인 자살 예방 사업을 벌였고, 자살률은 지난 2019년 25.9명으로 6.9명 줄었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여섯 번째로 낮은 수치다. 대도시 중에서 감소폭도 가장 컸다.

자살 예방 정책은 기존 정신건강 분야 중심에서 복지와 일자리, 환경 등 자살 고위험요인 사업을 포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시가 최근 수립한 '제1차 중장기 자살예방종합계획(2021~2025)'에는 이런 정책 의지가 담겨 있다. 이번 계획에는 '마음에 온(穩), 생명을 온(on) 프로젝트'라는 이름도 붙었다. 마음에 평온함을 주고, 생명존중문화를 확산하는 도시를 만든다는 의미다.

 

인천시는 4대 전략, 18개 정책 과제, 128개 세부 사업으로 '제1차 중장기 자살예방종합계획(2021~2025)'을 시행한다고 11일 밝혔다. '생명사랑이 넘치는 건강한 인천'을 비전으로, 자살률을 지난해 25.9명에서 2025년 20.9명까지 낮춘다는 목표다.

28개 정책 부서가 협력해 수립한 이번 계획은 2019년 11월 박남춘 인천시장의 '실효성 있는 자살 예방 정책 발굴' 지시에 이은 후속 조처다. 박 시장은 지난해 10월에도 자살 예방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복지·일자리 등의 분야에서 총체적 접근을 통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한 바 있다.

 

▲지역 특성 반영한 24시간 안전망

자살 예방 정책은 24시간 정신건강 상담 전화(1577-0199)로 보호망을 24시간 가동하고, 취약계층·유가족 등 고위험군을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측면에서 진행됐다. 교량·공원 환경 개선 사업과 시민 삶 가까이에서 이뤄지는 생명지킴이 활동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시는 지난 2011년 자살예방센터를 설립하고, 이듬해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조례'를 제정했다. 정신건강 전문요원이 청소년·노인 등 생애주기별 자살 예방 사업을 벌이고, 유족을 지원하는 등 고위험군에 대한 관심도 쏟고 있다.

민선7기 들어 자살 예방 정책은 지역 특성을 반영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정신건강 문제뿐 아니라 사회경제적·환경적 측면과 신체 질환 등 복합적 영향으로 발생하는 자살을 예방하기에는 한계점이 있었다는 분석 때문이다.

우선 시는 통계청 사망원인통계와 마이크로데이터 심층 분석, 자살시도자 통계 분석을 통해 군·구별로 자살 예방 정책을 수립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올해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협력 심리부검 면담 결과 지역별 심층 분석 공동연구' 대상지로도 선정됐다. 이를 바탕으로 지역별 현황과 문제를 파악하고, 자살 예방 정책을 추진하는 데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생명지킴이, 정신건강 서비스 제공

자살 고위험 환경을 개선하고, 생명지킴이를 양성하는 선제적 정책도 추진되고 있다. 지난해 시는 보건복지부의 '민관 협력 자살예방 로고젝터 설치' 공모 사업에 선정됐다. 군·구별로 자살사고가 많은 구역과 공공장소, 유동인구가 많은 20곳에 희망의 불빛을 비추는 '생명사랑 로고젝터'가 설치됐다.

생명지킴이 활동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 2017년 전국 최초로 시작된 '생명사랑택시'가 대표적이다. 540대로 늘어난 생명사랑택시는 자살 위험에 빠진 사람을 조기 발견하고, 정신건강 서비스를 연결하며, 일반 시민에게 정신건강 정보를 안내한다.

생명지킴이는 의약품 상담을 진행하는 '생명사랑약국', '생명사랑실천가게'로 이어졌다. 올해 '생명사랑아파트', '생명사랑학원' 등을 통한 지역 자원 협력, 생명지킴이 양성으로 고위험군 조기 발견과 개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시는 설명했다.

 

▲'전국 최초' 고위험군 집중 관리

시는 자살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유족, 자살시도자 등을 집중 관리하는 정책에도 나서고 있다. 보건복지부 시범사업인 '자살유족 원스톱서비스'는 지난 2019년 9월 시작됐다. 이는 인천시자살예방센터와 미추홀구·연수구·남동구·부평구 등 시범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자살 유족에 대해 24시간 이내 초기 접촉으로 심리 안정, 상담을 벌이는 사업이다. 법률과 사후 행정 처리, 일시 주거, 학자금 지원 등을 통해 실질적 어려움에 대해서도 서비스를 제공한다.

시는 올해부터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 시범사업'도 전국 최초로 시행한다. 인천 모든 응급실에 내원한 자살시도자 사례 관리, 지역사회 연계 등으로 재시도를 예방하는 조처다. 이들 시범사업은 자살 고위험군의 관리 안전망 구축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는 또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사회경제적 요인과 연계하는 시스템도 확대한다. 우울감 증가, 일자리 분야 고위험군을 집중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백완근 시 건강체육국장은 “선제적이고 촘촘한 자살 예방 사업을 펼쳐 인천에는 '전국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은 사업이 많다. 이런 성과로 자살률을 낮추고, 우수 지자체로도 선정될 수 있었다”며 “생명을 소중한 가치로 여기고 이웃을 보살피는 정책을 통해 '생명사랑이 넘치는 건강한 도시'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 경인아라뱃길 시천교 안전난간. /사진제공=인천시
▲ 경인아라뱃길 시천교 안전난간. /사진제공=인천시

교량 안전난간 설치 긍정적 효과 보였다

경인아라뱃길 시천교에는 지난해 말 '자살예방 안전난간'이 설치됐다. 시천교는 관광유람선 매표소와 공항철도 검암역이 가까워 아라뱃길 교량 가운데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곳이다.

안전난간은 시천교 난간 높이를 기존 1.4m에서 2.8m로 높이고, 상부가 안쪽으로 휘어지게 만들어졌다. 최상부에는 회전 롤러를 설치해 난간을 넘지 못하도록 설계됐다.

이번 안전난간 설치는 지난해 6월 인천시와 포스코에너지㈜의 업무협약으로 이뤄졌다. 교량 투신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민관이 협력해 태양광에너지 융합형으로 안전난간을 설치한 사례로 꼽힌다. 사업비 4억4000만원은 포스코에너지가 부담했다.

지난 2월15일부터 3월5일까지 4458명으로 실시된 시민인식조사 결과, 시천교 자살예방 안전난간이 긍정적 효과를 보였다는 응답률은 80.3%(3579명)에 달했다. 안전난간 추가 설치가 필요하다는 비율도 84.5%(3767명)였다.

시는 생명존중 문화 확산을 위한 전국 최초 민관 협력 사업에 선도적으로 나선 포스코에너지에 지난 3월24일 감사패를 증정했다. 박남춘 시장은 “민관이 적극적으로 협력해 생명존중 문화 확산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며 “앞으로도 자살 예방 사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