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열 열사 죽음 위로한 민주화 춤꾼
취임후 도예술단의 기본토대 마련도

국가무형문화재 승무 보유자이자 '민주화의 춤꾼'인 이애주(사진) 경기아트센터 이사장이 지난 10일 별세했다. 향년 74세.

유족에 따르면 이 이사장은 이날 오후 5시20분쯤 세상을 떠났다. 유족 측은 지난해 10월 말 암 진단을 받은 고인이 분당 서울대병원에서 투병 생활을 해왔다고 전했다.

서울 출생으로 다섯 살 때부터 춤을 시작한 고인은 1954∼1963년 김보남 선생, 1970∼1989년 한영숙 선생에게 춤을 배웠다. '먹중춤'(타락한 중인 먹중이 추는 춤)과 '경기도당굿', '작법'(불교의식에서 제(齋)를 올릴 때 추는 모든 춤), '영가무도'(주역을 재해석해 노래와 춤으로 표현한 전통예술) 등 다양한 춤을 익혔다. 고인은 서울대 사범대 체육교육과와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1996년 국가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예능보유자가 됐다.

1986년에는 서울대 사법대 교수로 부임한 후 26년간 후학을 양성했다. 2013년 정년퇴직한 뒤 명예교수가 됐으며, 한국전통춤회 예술감독, 한영숙춤보존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2019년 경기아트센터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이사장 취임 후에는 경기도예술단의 역량을 집약할 수 있는 기본토대를 마련했으며, 전통춤 명맥을 잇는데 힘써온 경험을 쏟겠다는 일념으로 제자들과 함께 무대에까지 오르는 열의를 보였다.

일반인에게는 '민주화 춤꾼'으로 더 유명하다. 고인은 1987년 6월 박종철·이한열 두 열사의 한 서린 죽음을 위무하고, 첨예한 시대정신에 대해 몸짓으로 민중의 아픔을 달랬다. 또 1999년부터 2012년까지 맨발로 한반도의 상징적 장소를 찾아다니며 사방팔방으로 터를 벌리며 뻗어 나가는 것을 의미하는 '터벌림' 춤을 맨발로 췄다.

고인은 신인예술상 최우수상(1968), 만해대상(예술부문)(2003), 옥조근정훈장 대통령상(2013), 제7회 박헌봉 국악상(2017), 제1회 대한민국 전통춤 4대명무 한영숙상(2019) 등을 받기도 했다.

고인의 제자 40여 명은 11일 오후 7시 서울대병원 내에서 추모 공연을 진행하며, 12일 같은 시간에는 같은 장소에서 민족예술인 60여 명이 추모 공연을 이어간다. 빈소는 혜화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이며 조문은 11일부터 가능하다. 유족은 동생 이애경(한국무용가)씨와 제부 임진택(판소리 명창)씨 등이 있다. 발인은 13일 오전이다.

/김장선 기자 kj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