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8일 유튜브서 '5·18 민주화운동' 기념전
'우리가 살던 오월' '징허게 이뻐네' 등 5편 소개

1980년 5월18일 총성이 들려온다. 매캐한 연기를 비집고 군홧발이 비수같이 쏟아진다. 그런데도 시민들은 밟으면 밟을수록 꿈틀댔고 민주화의 열망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제13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가 오는 14일부터 28일까지 영화제 유튜브 채널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기념하는 'DMZ랜선영화관 다락(Docu&樂), 다큐멘터리 기념 기획전'을 개최한다.

더불어 세계 곳곳에서 민주화를 염원하는 이들에 지지와 연대의 뜻을 전하고자 5·18기념재단이 제작한 '세계 군사주의와 권위주의 방지의 날' 제정 캠페인 영상을 함께 상영한다.

상영작은 광주를 배경으로 제작된 5편의 중·단편으로 구성됐다. 모두 1980년 이후 출생했거나 성장해 온 아시아 감독의 연출작으로, 이른바 포스트 5·18 세대가 광주를 바라보고 자신의 기억으로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관객들은 상영작을 통해 지리적 경계와 세대를 극복한 연대의 가능성을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첫 번째 작품, 박영이 감독의 '우리가 살던 오월'은 5·18 역사기행에 참가한 재일동포 4세 청년, 광주 지역의 대학생들, 민주화운동 참가자, 유가족과의 만남을 기록한 영화다. 이를 통해 1980년 일본을 비롯한 해외에서 5·18과 연대한 이들의 궤적을 따라간다.

이어 2020년 서울노인영화제 상영작 '징허게 이뻐네'는 옷가게 단골손님인 할머니들의 웨딩사진을 찍는 '리마인드 웨딩' 프로젝트를 통해 이들이 만들어가는 공동체를 바라보며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 영화다. 감독은 정경희가 맡았다.

2020년 광주여성영화제 상영작 '손, 기억, 모자이크'는 그림 작가 은선의 자기 고백을 담은 박은선 작가의 단편작이다. 사회 정치에 무관심하고 자기만의 취향이 확실한 은선은 사회문제에 적극적인 친구들을 보며 부끄러움과 소외감을 느낀다. 그런 자신을 돌아보다 어린 시절 5·18 관련 트라우마를 마주하게 되면서 느끼는 감정들을 영화를 통해 풀어나가고 있다.

2019년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상영작 선정에 이어 지난해 로테르담국제영화제 상영작인 로왕 감독의 '속삭이는 잔해와 소리없이 떨어지는 잎들'도 랜선영화관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속삭이는 잔해와 소리없이 떨어지는 잎들'은 1980년 5월 고문과 폭행으로 다친 시민들이 치료받던 국군광주병원에 버려진 먼지와 들풀, 부스러기를 응시한 색다른 시각의 영화다. 행적을 좇은 조용한 발걸음은 잔혹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정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끝으로 소개할 작품은 황준하 감독의 '쉬스토리'이다. 텅 빈 들판에 선 무용수들. 누군가를 부르고, 위로하는 듯한 그녀들의 몸짓이 5·18의 흔적이 남은 공간으로 이어진다. 이윽고 1980년 광주를 격동의 시대를 살아가던 여성들의 증언이 흘러나온다. 이 영화는 2020년 대한민국대학영화제 특별상을 받았다.

한편, 'DMZ다락'은 다큐멘터리를 통해 사회·문화적 쟁점에 응답하는 2020년 대한민국대학영화제 특별상 수상작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의 온라인 기획 프로그램이다. 4월에 세월호 참사 7주기를 맞아 '부재의 기억'을 비롯한 단편 작품을 소개한 데 이어 5월에는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다큐멘터리 작품을 선보인다.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정상진 집행위원장은 “이번 'DMZ다락' 상영이 5·18 민주화운동을 기억하고 그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영화제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우리 사회의 이슈를 돌아보고 함께 논의하는 기회를 지속해서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제13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9월9∼16일 8일간 고양과 파주시 일대에서 열리며, 산업 프로그램 DMZ인더스트리는 9월13∼16일 4일간 진행된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