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워서 힘드네, 하루종일 우두커니 있다가 TV나 보고… 그날이 그날 같아.” 모처럼 안부인사에 오랜 선배어른의 말씀이다. 지혜롭고 신망 두텁던 분이었지만 외로움 앞에선 삶이 무너저 내린다고 했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코로나블루(우울증)가 확산되고(여성 50.7% 남성 34.2%가 경험 했다고 응답, 2020년 기준 한국건강증진개발원) 비대면 거리두기로 외로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 사회는 저출산 고령화로 이미 외로움이 사회문제로 부각됐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00년에 15.5%이던 1인가구 비중이 2019년에 30.2%로 급격히 증가했는데 가족 해체, 사회관계망 붕괴의 결과로 본다.

독거노인 비율이 2000년에 16%에서 2012년에 19.6%로 증가했다. 높은 자살률, 특히 노인자살률은 2016년 기준 10만명당 58.6명으로 OECD(국제협력개발기구) 국가 평균의 3배나 되는 1위다. 자살 원인도 관계갈등단절 18.8%, 외로움 12.4%로 경제문제(27.7%), 건강문제(27.6%) 못지 않는 높은 비중이다(보건복지부 자살예방백서).

외로움은 홀로 있는 상태에서 나타나는 쓸쓸함, 불안정한 느낌이며 중요 애착 대상이 없거나 공동관심 활동을 공유할 집단에 속하지 못할 때 나타난다(신인철 최지원 서울연구원). 외로움은 통증이며 병리현상으로 실제 외로움을 느낄 때 뇌의 통증을 느끼는 부위가 활성화된다고 한다(통증의학 전문의 오광주 겸임교수).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에 대한 인식조사 (2018.4)에 의하면 26%가 상시적 외로움에 노출돼 있고, 1인가구자가 45%로 가장 높았다. 20대청년 미혼자가 40%, 배우자사별 이혼자가 35% 순이다.

외로움에 상시적으로 노출된 사람은 부정적 감정이 4.5배 높고, 행복체감은 1/3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관계 회복을 위해 다각적인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영국은 2018년 1월에 '외로움'장관을 임명하고 지방정부와 연계해 국가적 차원에서 대처하고 있다. 영국적십자사 실태조사(2018.4)에 의하면 국민 45%가 외로움을 느끼며, 이는 하루 15개비의 담배를 흡연하는 정도의 고통을 준다며 신종 전염병으로 규정했다.

일본의 경우 1970년 이후 고독사가 사회문제화되면서 후생노동성 주관으로 '살핌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민간과 협력한 정보네트워크 구축 핫라인 상담활동도 시행 중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강원도 횡성군이 '외로움정책담당'을 두고 있고 부산시, 대구 수성구, 경남 통영시가 외로움 방지 관련 조례를 운영하고 있는 수준이다.

반려동물, 반려식물, 아바타앱, AI반려봇 등 외로움산업도 시작단계다. 외로움의 개인적_사회적 병폐에 비해 대처가 미흡한 실정이다. 보다 적극적인 인식 전환과 사회적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더 늦기 전에 부모님을 찾아 인사드리고, 주변에 홀로 사는 지인 분께 조그마한 만남의 선물을 드리자. 물론 방역지침은 지켜야 한다.

/서정규 인천시설공단이사회의장(정책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