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의 개인이 만든 미술관은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게티 미술관이다. 1966년도 기네스북이 선정했던 세계 최고의 부자로 등극했던 석유 재벌 폴 게티(1892~1976)는 고대 그리스·로마의 유물과 17~18세기 프랑스 장인들이 만든 장식 미술품과 인상파 작가들의 대표작들을 1930년부터 사들이기 시작했다. 예술품 경매장에 그가 나타나면 항상 최고가격이 형성되었지만 자신은 철저한 검약정신으로 일관했다. 1997년에 개관한 게티 미술관은 미국의 세계적인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가 14년에 걸쳐 완공했는데 그의 유지에 따라 관람료도 무료다. ▶미국에는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미술품을 통해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은 철강 재벌이며 자선사업가였던 구겐하임이 1937년에 개관했고 볼티모어 미술관에는 월터스 가문이 기증한 앙리 마티스 작품 백여점이 소장되어 있어 프랑스에서도 부러워하는 미술관이 되었다. 클리블랜드 미술관에 가보면 세브란스 가문이 기증한 미술 작품들이 많다. 20세기 초까지도 변변한 미술관이 없던 미국의 문화인프라를 위해 부호들이 미술품을 기증하고 미술관을 만든 것이다. ▶일본 오카야마(岡山)현 구라시키에 있는 오하라(大原) 미술관은 일본 최초의 사립미술관이다. 방적·금융업으로 부호가 된 오하라 사부로(大原 孫三郞)가 친구 고지마를 유럽에 보내 인상파 작품과 로댕의 조각품 등을 사모아 1930년에 개관한 서양미술관이다. 도쿄의 국립서양미술관에는 가와사키 중공업 사장이던 마츠가타 고지로(松方 幸次郞)가 1916년부터 10여년간 런던과 파리에서 수집한 미술작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몇 해 전 동북지방의 야마가타(山形) 현립미술관을 가보니 이 지방 출신 기업가 요시노씨가 수집한 1백여 점의 인상파와 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들에 놀랐던 기억이 난다. ▶예술의 나라 프랑스의 대표적인 박물관과 미술관들도 예부터 유력한 수집가들의 기증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2014년 개관한 루이뷔통 미술관은 세계적인 건축가 프랑크 게리가 설계한 건물도 특이하지만 프랑스 최고의 부호인 베르나르 아르노씨가 수집한 현대미술의 대표작들을 전시하고 있다. 남불의 예술인의 마을 쌩폴에 있는 마그재단 미술관도 유명한 화상 마그 부부가 1964년 개관한 세계적 미술관이다. ▶이건희 회장이 남긴 예술품들이 대한민국의 문화계를 계속 달구고 있다. 상상을 초월하는 수집품의 양과 폭이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면서 크고 작은 미술관과 박물관 그리고 지역마다 유치경쟁이 뜨겁다. 이 회장의 수집은 부인 홍라희 여사의 미술가로의 안목과 내조가 없었다면 불가했을 것이다. 그의 수집품이 한국의 문화적 품격을 한 단계 높이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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