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자연…마을 특성에 맞춰 교육적 가치를 찾다

소규모 학교 많은 농촌지역 … 학교·교육청 등 현장 관계자 관심↑
교사들 지원부터 학부모 교육과정 참여 등 6개 분과로 나눠 논의

연천혁신교육포럼은 지난해 코로나19 속에서 해법 찾기에 몰두했다. 연천군은 전체 인구수 4만3080명으로 경기도에서도 손꼽히는 적은 인구수를 가지고 있다. 학교도 유치원 13개교, 초등학교 13개교, 중학교 6개교, 고등학교 3개교 등 35개교 뿐이다. 반면, 면적은 695.23㎢로 경기도내 지자체 중 5번째로 크다. 그러다 보니 학교도 넓게 분포돼 있고 학급당 학생 수가 10명 안팎의 소규모 학교가 많다. 특히 농촌이 많은 지역적 특성상 사교육이 발달해 있지 않아 아이들은 방과 후에도 학교를 떠나지 않고 머무는 경우가 많다.

연천혁신교육포럼은 강점도 찾아냈다. 접경지역의 특성상 통일교육 인프라가 잘 조성돼 있고 아름다운 자연환경에서도 교육적 가치를 찾았다. 또 학생 개개인에게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소규모 학교의 강점을 한껏 살려 혁신교육으로의 전환을 도모하고 있다. 연천군수와 연천군의회 의장, 연천교육지원청 교육장이 공동의장을 맡은 연천혁신교육포럼은 총 75명이 위원으로 참여했다. 학교와 교육청 관계자가 47명에 달할 정도로 학교현장에서의 관심도가 높다.

연천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지난해 처음 시작된 혁신지구 사업을 선도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다”며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많은 회의를 열지 못해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올해는 보다 심도 있는 논의를 나눌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규모 학교 살리기' 등 논의한 포럼

지난해 연천혁신교육포럼은 기획위원회분과와 문화예술분과, 혁신교육분과, 교육생태계분과, 교육과정 분과, 진로교육분과 등 6개 분과로 나눠 논의를 진행했다.

기획위원회 분과의 가장 큰 고민은 소규모 학교 살리기 프로젝트였다. 이들 분과는 제도적인 학생 수용 문제 해결의 필요성과 소규모 학교 우수 프로그램 운영 교사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등을 통해 우수 교사 표창과 관사 거주 기간 연장 등이 필요하다고 봤다. 또 이장 등 마을대표와 학교 관리자 간 소통 창구. 연천만의 특색있는 미래교육 체험장 구축을 주요 과제로 논의했다. 교육소외지역에서는 주민자치위원회가 학교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교육방안을 함께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봤다.

문화예술분과는 학교가 아이들에게 보다효율적인 문화예술교육을 펼칠 수 있도록 마을과 시청 등의 지원을 요청했다. 통합예산지원시스템을 만들고 혁신교육지구 사업 및 프로그램 운영 간소화와 단순화 등을 요청했다. 또 코로나19 상황에 맞는 예산 사용의 자율권을 보장하고 청년육성재단, 문화예술체험프로그램 발굴 및 보급과 접근성 확보, 지역 내 유휴공간 발굴 및 활용 방안을 논의했다.

혁신교육분과는 지역중심교육공동체 및 주민자치위원회 네트워크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창의적체험활동 테마별 자료 제작 및 공유, 협의체제 구축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특히 마을교사 양성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교육생태계분과는 공동교육과정 정착 및 일반화에 따른 예산 지원과 지자체 연계 방과 후·돌봄 전담기구를 만들어 강사와 인력풀을 공유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지자체와 학교, 마을 등이 서로 혁신교육지구에 대해 알아가고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교육과정분과는 체험학습과 학부모 대상 연수, 마을프로그램 등에 대한 세세한 논의과정을 거쳤다. 체험학습에 대해서는 성장 단계별 현장체험학습 운영이 필요하고 관내 산재한 체험처를 분류, 그룹화 후 교육기관에 안내하는 것, 맞춤형 교육자료를 이용한 학생 대상 지역화 교육, 창의적체험활동 관련 책자를 통한 학교내 교육과정 재구성, 학생에게 지역 내 문화·지질 교육 및 연수 관련 자격증 취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부모대상 연수는 반복적인 연수를 지양하고 교육과정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고 봤으며, 관내 주둔 군대와 연계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는 방안도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마을프로그램 안내 및 가이드북을 제작해 배포하는 한편 학교별 교육과정 재구성에 대비해 지역 내 물적, 인적 자원 활용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봤다.

진로교육분과는 꿈이 없는 아이들에 대해 고민을 했다. 학교별로 운영하는 진로·진학교육의 한계를 보고 이를 마을과 지역이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하며, 진로·진학 교사 워크숍, 전문가 초청 진로직업 특강 등을 보다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 통해 구체적 사업 제안

 

인구 감소 직시 … 연천형 혁신학교·마을교육 강화 필요성 언급

생태·평화프로그램 등 지역이해와 자긍심 높이는 교수법 강조

 

연천혁신교육포럼은 지난해 말 '연천혁신교육지구에 바란다'는 부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활동의 끝을 맺었다. 토론회에는 이지명 연천교육지원청 교수학습지원과장과 이충익 전곡중학교 교장, 유중원 청소년수련관장, 노대현 백학중학교 교장, 정연영 군남초중학교 교장 등이 참여해 포럼의 고민과 제안을 내놨다.

 

#이지명 과장 “먼 곳에서부터 변화와 혁신이 시작된다.”

이지명 연천교육지원청 교수학습지원과장은 포럼에서 연천교육을 바라보는 교육적 시선의 현실과 앞으로 추진해야 할 구체적인 사업제안을 내놨다. 이 과장은 “코로나 상황과 공존하며 극복하는 길을 찾아야 하는 것처럼, 연천의 현실을 진솔하게 수용하면서 지속가능한 발전 방안을 찾아야 할 때이다”고 말했다.

연천군은 지난 1975년 이후 지속해서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최근에는 연도별 지방소멸위험지수가 2013년 0.473, 2014년 0.464, 2015년 0.440, 2016년 0.440, 2017년 0.420, 2018년 0.398로 분석돼 머지않아 '소멸위험진입단계'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인구분포도 긍정적이지 않다. 2019년 기준 연천군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4%에 달한다.

이 과장은 이같은 상황을 인정하며 방법을 찾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천형 혁신학교(지역 맞춤형 소규모 학교 모델 개발) ▲농어촌특별법 제정 등으로 농어촌 교육특구 사업 추진▲초등학교 공동학구 운영 ▲연천형 생태·평화프로그램 운영 ▲연천청소년연구원 양성 프로젝트 추진 ▲연천형 진로 및 직업교육을 위한 학과 특성화 등을 건의했다.

이 과장은 “우리 연천과 같은 소규모 지역은 이슈를 발굴하고 대안을 만들고 실천하는 과정을 지역 구성원이 함께했을 때 지속가능한 발전을 꾀할 수 있다”며 “아무리 좋고 창의적인 발상이 있다고 하더라도 지역 구성원이 함께하지 않으면 현실화할 수 없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교장들 “학교·마을 하나 되는 연천혁신교육”

포럼에 참여한 세 명의 교장은 모두 마을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충인 전곡중학교 교장은 전곡중에서 이뤄지고 있는 마을교육과정을 제시했다.

전곡중은 학교교육과정 내 지역이해를 주제로 한 교과통합교육과정을 편성해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은 연 1회 이상 연천의 역사적 배경과 농촌체험, 문화적 특성, 사람과 삶에 대해 탐구하는 교과통합프로젝트 주간을 운영해 지역 알기를 통한 자긍심을 심어주고 있다. 또 접경지역 연천의 지역 비전을 구현한 평화통일교육과정을 진행한다. 5월과 10월 평화통일교육주간을 진행해 DMZ인간띠 잇기, DMZ영화제, 체험학습 등을 운영하며, 평화이야기마당, 통일골든벨 등도 열고 있다.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배우는 사회적 경제 교육협동조합도 운영중이다. 지난 2019년 마을주민과 교사, 모든 학생이 조합원으로 참여한 학교매점을 열고 마을과 학생의 삶을 연결하는 체험 기회를 주고 있다.

이 교장은 “연천교육의 강점 중 하나가 마을이 존재한다는 것”이라며 “마을과 학교의 협력을 통해 연천에서 자란 학생들이 지역 공공적 삶을 실천하는 시민으로 성장해 연천으로 돌아와 지역에 공헌하는 선순환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대현 백학중학교 교장은 '학교 교육 마을로 가다'를 주제로 '마을이 학교'라는 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마을과 학교가 함께할 수 있는 것으로 각종 프로젝트와 캠페인, 운동, 독서 등 정서활동, 문화·지질 체험 등을 다양하게 제시했다. 노 교장은 “학교가 학교공간만이 아닌 마을 전체가 학습 터전이자 학습 공원이 되도록 모두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정연영 군남초중학교 교장도 학교와 마을의 경계를 허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장은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며 “그동안 학교가 내부의 교육역량 형성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학교 밖으로 나와 지역성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