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논란 시발점 된 '인천공항 사태'
목적은 해고 불안감에서 해방임에도
비정규직 노동자 무시와 혐오만 커져

노동계는 정부의 공공 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을 실패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규직으로 전환된 규모 자체가 적고, 전환 방식 역시 기관 직고용보다 자회사라는 우회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기획 마지막 편에서는 이 정책 실패 원인에 대해 살펴본다.

[자료사진] 공공부문 비정규직 파업 결의대회. /인천일보DB
[자료사진] 공공부문 비정규직 파업 결의대회. /인천일보DB

지난해 6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화 그만해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글 하나가 올라왔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보안검색요원 1900여명을 정규직 전환하는 데 반대한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이 글은 이른바 '인천공항 사태'의 시발탄이 됐다.

“사무 직렬의 경우 토익 만점에 가까워야 고작 서류를 통과할 수 있는 회사에서, 비슷한 스펙을 갖기는커녕 시험도 없이 그냥 다 전환이 공평한 것인가 의문이 듭니다.” 청원글의 한 대목이다. 인천공항 사태는 '공정'에 대해 묻고 있는 것 같지만 그 기저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혐오가 깔려 있다.

“알바처럼 기간제 뽑던 직무도 정규직이 되고, 그 안에서 시위해서 기존 정규직과 동일한 임금 및 복지를 받고 있습니다. (중략) 그리고 이번 전환자 중에는 알바몬 같은 정말 알바로 들어온 사람도 많습니다.”

사실이 아닌 내용이 뒤섞인 이 같은 청원글은 언론을 통해 '로또 취업'과 같은 용어로 확대 재생산됐다. 차별과 증오에 휩싸인 인천공항 사태 속에서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겪는 차별들은 공론화 되지 못했다.

배진교 정의당(비례) 국회의원은 “비정규직 정규직화 문제는 정규직과 똑같은 대우를 해달라는 문제가 아니다”며 “고용을 지속할 있도록 해고의 불안감에서 해방시켜달라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관련 인터뷰 : [실패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배진교 의원 “사용사유 제한 입법 못해 기초지자체장 판단에 좌우”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은 인천공항 사례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인천일보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보한 인천 지역 내 국·공립 대학과 광역·기초지자체, 산하기관 등 40여 기관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 회의록을 전수 조사해 보니 비정규직 노동자를 비하하는 발언이 곳곳에 나타났다.

인천 한 기초자치단체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은 회의에서 “기간제 근무 할 때는 열심히 일하다가 일부 정규직화 된 후 360도 바꿔서 일을 도외시 하는 경우가 있어 우려의 말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세 개 부서 먼저 (정규직화 전환을) 해보고, 첫발을 잘 내딛어서 채용되신 분들이 잘 해주시면 (중략) 더 많은 인원이 정규직화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마치 시혜를 베푸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또 다른 기초자치단체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은 “시험을 거치지 않고 단순히 지금 근무한다는 이유만으로 전환 된다는 건 오히려 역차별 문제가 있다”며 인천공항 사태 때와 비슷한 인식 구조를 보였다.

기초지자체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는 '공무직'으로 전환되는 것이지 '공무원'으로 전환되는 게 아니다. 인천공항에서 논란이 됐던 비정규직 보안검색 노동자들 역시 흔히 인천공항 정규직이라고 부르는 사무·현장관리직으로 전환된 게 아니다.

김은복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 남동노동상담소 노무사는 “주5일제나 9시 출근 6시 퇴근 같은 현상은 공공 부문에서 선도해 민간까지 영향을 미친 사례”라며 “공공 부문 정규직화 문제는 이제 '고용형태'까지도 민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인데, 제대로 결실을 못 맺어 의미가 반감됐다. 서울 엘지 트윈타워 청소노동자 해고 사태 같은 일들이 여전히 벌어질 수 있는 이유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주영·김원진·이창욱 기자 chuk@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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