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인권 실태조사 67% 경험
수원시 한 사회복지시설에서 일하는 A씨는 출근이 두렵다.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며 욕과 고성을 내지르고, 물건을 던지는 등 폭력까지 일삼는 시설 이용자를 매일 마주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직장 내에서도 이어진다. 상사로부터도 “그따위로 밖에 못하냐”는 등 폭언과 욕설을 듣는다. 회계나 운영에서 잘못된 부분을 고치고 싶은데 상사가 "넘어가라"고 압박을 해 난감했던 적도 있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자 행동하면 소위 ‘튀는 사람’처럼 낙인이 찍혀 업무 배제 등 불이익이 따랐다. 그러나 마음 편하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곳은 내부에도, 외부에도 없었다. A씨는 “복지를 실현한다는 사명감에 직업을 가졌으나, 정말 너무 힘들고 마음에 멍이 들었다”며 “언젠가 해결이 되겠지라는 기대도 이젠 지친다. 제발 어디든 와서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인권’ 잃은 사회복지사
A씨처럼 수원 사회복지시설에서의 인권침해 사례는 셀 수 없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부터 관련 정보를 수차례 입수한 수원시는 최근 시 인권센터를 통해 직접 인권 실태조사에 나섰다. 기초단체로는 최초다. 그러자 10명 중 6명꼴로 피해를 봤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150명 조사대상 가운데 무려 67%(101명)가 시설 이용자 및 직장 사람들로부터 폭력·괴롭힘·성희롱·성폭력 등 20여 항목 중 1개 이상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것이다.
규모로는 이용자에 의한 피해가 가장 컸다. 전체 58% 비중인 88명이 피해를 주장했다. 고성·욕설과 욕설을 듣고 물건을 내던지는 등의 신체적 폭력이 비일비재했다.
근무 시설에서 지나치게 감시한다거나 자신 의사를 무시하고 모욕감을 주는 행위, 종교와 기부 강요 등에 시달렸다고 답한 사회복지사도 53명(35%)으로 나타났다.
특히 11명(7.3%)은 음담패설과 불쾌할 정도로 신체를 접촉하고 쳐다보는 등 피해를 호소했는데, 이들은 피해 유형별로 진행한 ‘스트레스 지수’에서 가장 높게 측정되기도 했다.
한편 이 실태는 13개 시설 중 4곳에서만 파악된 것으로 추가적인 피해가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총체적인 ‘시스템 허점’
수원시에서 드러난 현상은 사회적 문제의 극히 일부분이다. 사회적 약자를 위해 일하는 사회복지사가 정작 각종 피해에 놓이는 일은 오래전부터 계속되고 있다.
이들은 마치 ‘나를 위해 봉사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인식 때문에 이용자에게 험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도 계속 나온다. 반면 도움을 요청할 창구가 마땅치 못한 현실이다.
장애인·노인 등을 돕는 사회복지시설은 지자체가 건립하는 기관이지만, 주로 위·수탁 계약을 맺고 매년 운영비·인건비를 보조받는 법인(종교단체 등)으로 전반을 맡긴 구조다.
지자체의 관리·감독은 회계 등 운영 분야에 그치고, 여러 업무를 맡은 주무부서 공무원의 사정상 내부 인권침해 여부를 살펴본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보건복지부가 3년 단위로 실시하는 평가의 경우 인권침해 정도에 따라 점수를 부여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조사범위가 작고 위·수탁 계약 금지 등 강력한 영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협의회 등 시설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창구도 직급이 높은 임원이 형식적으로 대처하는 수준이다. 이 밖에 지자체 참여기구의 부재, 교육 미비 등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지자체 여건 역시 좋지 않다. 경기도에서 사회복지시설 인권을 낱낱이 살피고 장기적인 대책 마련까지 추진할 수 있는 별도의 인권기구를 보유한 곳은 수원·광명 등 극소수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가장 최근 전국 사회복지사 인권실태를 조사한 2013년 자료에 따르면, 폭언·폭행·성추행을 당했지만 피해 해소를 위한 혜택을 받은 적이 있다는 응답한 대상은 6%에 불과했다. 또 피해경험자의 81.4%는 피해에 대해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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