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코에 사용료 3400만원 내고 전세 살았는데 감평액은 321만원뿐
이주비론 월셋집 구하기도 빡빡…대부분 노인이라 월세 감당 막막
▲ 인천시 동구 금송재개발정비구역 안 국·공유지에 집을 갖고 있는 조합원들이 월세조차 구하지 못할 감정평가액에 이주를 걱정하고 있다. 사진은 금송구역 안 국·공유지 점유주택들 /인천일보DB

인천시 동구 금송재개발정비구역(16만2623㎡) 안에서 없는 자들이 겪는 가난의 굴레는 하염없다. 재개발로 들어설 아파트 단지는 국·공유지 점유자들에게 감히 쳐다볼 수조차 없는 금단의 땅이다. 이주가 시작되면 아파트 이주 전까지 월세방이라도 얻어 나가야 하지만 그들에겐 월세방도 사치다.

금송정비구역 조합원 안모(43)씨는 10년 전 국·공유지(100㎡) 위의 무허가 단층 단독주택(26.86㎡)의 소유권을 7000만원에 넘기고, 그 집에서 전세 2000만원에 살았다. 안씨는 국·공유지 점유 사용료로 10년간 3400여만원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냈다.

안씨는 얼마 전 감정평가액을 보고 가무러쳤다. 단독주택 평가액이 322만원이 나온 것이었다. 비례율(99.47%)을 고려하면 권리가액은 321만원으로 떨어진다.

안씨는 분양가 2억9100만원인 84㎡(33평형)의 아파트를 신청했다. 분담금 2억8780만원을 내야 한다.

국·공유지 일부 점유자이면서 조합원인 남모(56)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남씨 자신 소유의 터(46.5㎡)와 국·공유지(42.9㎡)에 걸친 단층 단독주택 등의 감정가가 6182만원으로 평가됐다. 땅값이 5413만원, 주택가가 769만원이었다. 남씨는 분양가 2억2700만원인 아파트 82.5㎡(25평형)를 신청했다. 남씨도 분담금 1억6518만원을 더 내야 한다.

안씨와 남씨는 전세는 고사하고 월세가 걱정이다. 이주비는 보통 감정평가액의 50%쯤 나온다. 손에 쥘 수 있는 이주비는 고작 안씨가 150여만원, 남씨는 3100만원이다. 월셋집을 알아보려야 알아볼 수조차 없는 민망한 돈이다.

금송정비구역 안 국·공유지는 전체 면적의 20%(3만2520㎡)이다. 국·공유지 점용 사용자는 170가구가 정도다. 이들 중 감정평가액이 1억원 미만인 가구가 50% 이상으로 대부분 65세 이상의 노인들이다. 아파트에 입주할 때까지 월세로 잠시 거처를 옮기더라도 이들은 매달 내야 하는 월세를 감당할 길이 막막하다.

안씨와 남씨의 더 큰 근심은 아파트 입주하기 전까지 건축비 상승 등에 따른 추가 분담금이다. 금송정비구역의 건축 공사비 단가는 3.3㎡당 379만4000원이었다.

시공사 선정과정에서 평균 수주 공사단가가 3.3㎡당 463만원으로 올랐다. 공사비가 총 1392억원이나 늘어난 셈이다. 조합원(1070명) 가구당 1억3000만원을 더 내야 한다.

정비사업이 늦어질수록 공사비 추가는 더 늘어난다는 것이다. 2020년 시공자들의 평균 공사비는 3.3㎡당 480만원이었다.

남씨는 “나를 비롯해 갈 곳 없는 이주 대상자인 국·공유지 점유 사용자들이 금송구역의 시한폭탄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환 기자 hi2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