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보건공단, 건설 현장 기획 조사…안전 불감증 여전

 

▲ 불이 나 노동자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건설 현장/사진=인천일보 DB

수도권 지역 물류창고 건설 현장 8곳 중 6곳이 소화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등 안전에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자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건설 현장 화재가 발생한 지 겨우 1년밖에 안 됐는데도 물류창고 건설 현장의 안전 실태가 나아진 것이 없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고용노동부 산하 안전보건공단은 지난 2월 초 수도권 냉동·물류창고 건설 현장 8곳을 대상으로 수행한 기획 조사에서 간이 소화 장치가 제대로 작동한 곳은 2곳에 불과했다고 최근 조사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간이 소화 장치는 화재가 발생한 경우 물을 방사해 불을 끄는 임시 소방 시설이다.

조사 대상 건설 현장 8곳은 대부분 간이 소화 장치를 갖추고 있었지만, 전원을 연결하지 않는 등 긴급한 상황에서 작동할 수 없는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공단은 "냉동·물류창고는 대부분 한 층의 높이가 10m 내외로, 화재 발생 시 소화기만으로는 부족하고 간이 소화 장치가 정상 작동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불이 났을 때 작업자들에게 화재 발생 사실을 알려 대피를 유도하는 비상경보 장치도 대부분 건설 현장에 설치돼 있었지만, 전원이 연결되지 않는 등 작동 불능 상태인 경우가 다수 발견됐다.

화재 발생 시 작업자들에게 피난을 위한 비상구 등을 안내하는 '간이 피난 유도선'도 마감 공정으로 인해 해체되는 등 식별이 어려운 상태인 경우가 많았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용접 등을 하는 작업장에는 화재 예방과 대응 업무만 하는 화재 감시자가 배치돼야 하지만, 이 또한 없는 경우가 다수였고 화재 감시자가 있어도 전문성이 부족한 일용직인 경우가 많았다.

공단은 화재 감시자의 높은 숙련도를 요구하는 미국 노동부 산하 직업안전위생관리국(OSHA) 지침을 거론하며 "화재 분야 교육 이수자나 현장 자체적으로 일정 시간 화재 진압과 비상 대피 교육을 한 작업자를 배치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화재 위험이 큰 작업의 경우 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원청의 관리·감독 필요성도 제기됐다.

공단은 "용접, 용단, 우레탄 뿜칠 등 위험 작업 시 대부분 협력업체에서 작업 신청을 하면 원청이 승인하는 절차로 관리하고 있지만, 실효성 제고를 위해서는 원청의 현장 작동성에 대한 관리·감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조혁신 기자 mrpe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