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실내극장으로 126년 역사를 이어온 인천의 대표극장인 애관극장(愛館劇場)이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애관극장은 1895년 무렵 정치국(丁致國)에 의해 '협률사(協律舍)'란 이름으로 한국인이 건립한 최초의 실내극장으로서 두루 인정되고 있다. 고일·최성연 등의 기록에 따르면 협률사는 개항장 인천에서 일본인이 최초로 세운 인부좌(仁富座, 1892년)에 이어 조선인이 세운 최초의 실내극장이다. 이는 서울에서 최초 실내극장으로 기록된 아현무동연희장(1899년)보다 빠를 뿐만 아니라 1902년 관립극장으로 설립된 협률사(協律社)보다 빠른 한국 최초의 극장인 셈이다. 아직 회고의 기록 이외에 협률사의 존재를 입증할 관련 문서가 발견되지 않고 있지만, 협률사는 1911년 축항사로 명칭을 변경해 신파극을 줄곧 상연하였고 1920년대 들어 지금의 '애관'이란 명칭으로 바뀌면서 신연극뿐만 아니라 무성영화 시대부터 유성영화로 발전하던 한국 근대영화사의 중요한 지역적 거점으로 자리잡았다.

게다가 애관극장은 인천의 공공시설이 없던 식민지 시대 인천시민들의 문화운동과 학생들의 청년문화운동이 발화했던 문화의 전당이다. 8·15광복과 6·25전쟁, 전후 복구기와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수많은 극장이 명멸하는 가운데서도 그 자리를 지켜온 인천의 문화적 자긍심이자 상징적 문화자산이다. 다른 도시도 그 도시의 역사와 함께해온 극장이 하나쯤은 있게 마련이지만, 오래된 인천 사람치고 애관극장에서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가장 오래된 극장인 애관극장을 필두로 1950~1980년대까지만 해도 인천에는 적지 않은 단관극장들, 동시상영관들이 있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대자본이 운영하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인천시민들과 애환을 함께했던 여러 극장이 사라졌다. 지금은 오직 최초의 극장인 애관극장과 함께 동구의 미림극장만이 폐관된 지 수년 만에 재개관해 운영되고 있다. 미림극장은 현재 '인천미림극장'이란 이름으로 실버·예술·독립 영화관으로 운영돼 왔고, 최근엔 여기에 더해 치매가족을 위한 안심극장 기능까지 겸함으로써 문화소외계층을 위한 공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영화관으로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

최초 극장인 애관극장이 오늘날까지 존속할 수 있었다는 것은 사실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단관극장을 주무대로 하는 1970년대까지의 전성기를 거쳐 1980년대 이후 컬러 텔레비전과 비디오의 대량 보급, 여기에 인천의 신도시 확장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던 애관극장은 2000년대 들어 대기업 자본들이 설립한 멀티플렉스 극장들과 힘겨운 경쟁을 해야 했다. CJ CGV을 위시한 멀리플렉스극장들이 신도시 곳곳에 설립되면서 단관극장들은 자본의 위력 앞에 문을 닫기 십상이었고 많은 극장들이 그때 사라졌다. 애관극장도 바로 그 무렵 경매에 넘어갔다고 한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 애관극장을 운영해온 선친의 유지를 따라 애관극장을 경락받은 현 극장 소유주는 원래의 애관극장 건물(현 1관) 바로 옆 여관 건물을 매입해 2~5관을 설치하고 극장 전면을 현대적 감각으로 리모델링해 멀티플렉스 극장들과 당당히 겨루면서 애관극장의 역사를 이어왔다. 한때 CJ CGV 측으로부터 고가에 매각하라는 흥정이 들어왔지만 이를 거절하고 '애관'이란 이름의 역사를 지켜온 탁경란 대표가 아니었다면 애관극장의 역사는 벌써 종지부를 찍고 말았을 것이다. 인천시민들로선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멀티플렉스 극장들과 경쟁하면서 애관극장의 역사를 지켜온 극장주의 노력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속에서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2018년 1월에 이어 다시 인천의 문화단체와 시민들이 나서 제 2기 '인천애관극장을 사랑하는 시민모임'을 발족하고 애관극장의 역사와 문화를 보전하며 이를 공공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시민문화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애관극장의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월 1회 애관극장에서 영화보기 운동'을 시민들과 함께 전개하는 동시에 애관극장의 공공 매입을 통한 항구적 보전대책 수립을 촉구하는 한편 원도심 복합역사문화공간으로서 애관극장을 다양하게 공공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 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126년 동안 인천의 역사와 함께해온 애관극장의 존재는 그 자체가 인천이란 도시의 역사 자체이자 자부심이다. 더 늦기 전에 애관을 인천시민의 공유문화자산으로 활용하자.

 

/ 인천대 인천학연구원 학술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