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봄이다. 4년 전 도의원 시절, 수원으로 향하는 오전 6시 30분 첫차를 타기 위해 집에서 화정터미널까지 걷곤 했다.

코끝으로 봄 향기를 깊게 마시며 걷는데 어느 샌가 작은 돌멩이가 신발 속에 들어와 연신 굴러다녔다. 모래 알만한 돌멩이에 신경 쓰다 그만 봄의 정취가 깨져버렸다.

신발 속 작은 돌멩이란 말이 있다. 작은 불편이 가는 걸음을 멈춰 세우고 사소한 규제가 변화와 성장을 방해한다. 작은 돌멩이는 시민의 일상에 비일비재하다.

작은 돌멩이를 골라 빼내고 시민이 걷는 길을 편안하게 하는 것, 고양시장이 되면서 작지만 큰 목표를 세웠다. 취임 후 첫 번째 정책이 '민원처리기간 단축제'다. 거래가격신고·건축허가·공장설립승인 등 각종 민원 사무의 처리기간을 단축했다.

지금은 3년 전에 비해 전체 민원의 88%에 해당하는 421개가 전보다 더 신속하게 처리된다. 특히 법정 처리기간이 7일 이하인 시민 생활밀착형 민원 중 97%는 3~5일 이내로 처리 속도가 빨라졌다. 시민의 편리를 높이고 사회적 비용을 절감했다.

지난해는 모두가 힘든 시기였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잠식하며 일상의 풍경을 완전히 바꿨다. 마스크 착용은 물론이고 음식점, 카페 어딜 가든 방문자 기록은 필수가 됐다. 어르신들이 손때 묻은 펜으로 허리를 굽혀 힘겹게 개인정보를 적거나 QR코드 입력을 놓고 젊은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시민들은 핸드폰 번호 등 개인정보 유출을 걱정했고 가게 주인은 수기명부를 비치할 장소를 마련하고 QR코드 전용기기를 구매하는 등의 번거로움을 겪었다. 코로나19가 불러온 사소한 불편, 견디면 그만인 걸까? 현장을 돌아본 후 치열한 고민 끝에 나온 정책이 바로 '고양 안심콜 출입관리시스템'이다.

안심콜 출입관리시스템은 업소별로 부여된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면 간단하게 출입일시와 전화번호 등 방문기록이 남는다.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는 수기명부와 조작이 어려운 QR코드의 단점을 한 번에 해결했다고 평가받는다. 입력된 개인정보는 4주 후 자동 삭제된다.

고양시는 전국 최초로 안심콜을 현장에 도입했다. 반응은 즉각 나타났다. 우선 시민들이 높은 만족을 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국에서 벤치마킹 문의가 빗발쳤고 현재 137곳이 넘는 지자체가 안심콜을 이용 중이다.

안심콜은 방역에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고양시의 한 음식점에 확진자가 다녀간 후 출입자 명단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QR코드의 경우 관리기관에 공문을 보내고 출입자 기록을 받는데 꼬박 하루가 걸린 반면 안심콜은 역학조사관이 직접 시스템에 접속해 출입자 조회를 할 수 있어 바로 방문자 확인이 가능했다.

민원처리기간 단축이나 안심콜 출입관리시스템은 큰 예산도, 긴 시간도 필요하지 않았다. 시민의 불편을 살피고 해결을 위해 생각을 바꿔 바로 실행했을 뿐이다. 시정은 시민과 함께 뛰는 마라톤이다. 마라토너에게 가장 힘든 것은 갈증도 더위도 아닌 신발 속 작은 돌멩이가 될 수도 있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코앞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불안하고 엄중한 시기, 이를 이겨내려면 함께 뛰는 사람들의 사소한 불편을 살피고 도닥이며 나아가야 한다. 신발 속 돌멩이를 툭툭 털어내야 더 멀리, 더 오래 뛸 수 있다.

 

/이재준 고양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