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민왕대 궁 불타고 터만 남은 만월대
2007년부터 12년간 기와·활자 등 발굴
경기도박물관서 6월27일까지 '특별전'
▲ 경기도박물관 특별전 ‘고려궁궐 개성 만월대에 오르다’에 전시 중인 '태평명 청기와'. /사진제공=경기문화재단

남북 평화의 결실인 세계문화유산 '만월대'에서 발굴된 유물과 비교할 수 있는 참고유물이 경기도민들과 만난다.

경기도박물관은 오는 6월27일까지 '고려궁궐 개성 만월대에 오르다' 특별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 남북역사학자협의회와 경기도박물관이 남북문화협력의 중요성을 알리고 고려역사문화를 깊이 이해하고자 마련했다.

만월대(滿月臺)는 조선시대 '폐허가 된 고려궁궐터'를 부르던 이름이다. 언제부터 만월대라고 불렀는지 분명하지는 않지만, '고려사'에서 충렬왕이 망월대(望月臺)에서 노는 조상들을 본 꿈을 꾸었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 전기에 남효온(1454-1492)이 개성 지역을 유람하며 지은 '송경록'에서는 '옛 궁터(古宮墟)'를 망월대라 부른다고 기록했고,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는 '정전 앞 높은 대(正殿前階)'를 '만월대'라고 했다고 한다.

만월대는 1361년(공민왕 10) 홍건적의 침입으로 불에 타 터만 남게 됐고, 조선시대에는 유람이나 연회 장소, 때로는 과거시험을 보는 장소로 사용됐다.

현재 만월대는 북한국보유적 제122호로 지정돼 있으며 만월대를 포함한 개성역사유적지구는 2013년 제37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고려 공민왕 이래로 폐허로만 남아 있던 만월대는 남북한 화해 무드를 타고 2007년부터 12년간 남북한이 공동발굴조사를 하면서 40여 동의 건물터와 금속활자, 고려청자, 명문기와 등 약 1만7900여 점에 달하는 유물들이 발굴돼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2015년에는 금속활자와 명문기와, 고려청자 등이 발굴되면서 서울과 개성에서 '개성 만월대 출토유물 특별 전시회'를 동시에 개최하기도 했다.

주제를 나눠 1∼4부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그간 남북한 공동발굴의 성과를 되새기면서 고려궁궐 개성 만월대를 통해 고려시대 선조들의 수준 높은 문화를 감상해 볼 수 있다.

1부에서는 '고려수도 개경과 만월대'를 주제로 태조 왕건의 근거지로서 고려 수도 개경의 입지와 도시구조를 조망해 본다. 김홍도가 그린 '기로세련계도(耆老世聯契圖)' 영상과 강세황의 '송도기행첩', 100년 전의 만월대 사진, 시와 노래 등을 통해 옛 개경과 만월대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2부 '발굴의 기억'에서는 8차례에 걸친 남북한 만월대 공동 발굴조사 과정과 남북한의 학자들이 현장에서 하나 된 뒷이야기 등을 사진과 만화를 통해 재밌고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다.

3부 '만월대를 누비다'에서는 고려궁궐터의 모습과 출토유물을 3D 홀로그램, 3D 복원 영상, 복제유물 등 다양한 디지털 자료로 재현했다. 또 남북공동조사를 통해 문헌 기록상의 실체가 밝혀진 경령전은 모형으로, 고려 태조 왕건상은 영상으로 제작해 선보인다. 마지막 4부'통일을 꿈꾸다'에서는 남과 북이 함께 한 시간을 보여주는 영상과 사진으로 구성했다.

만월대에서는 왕실과 귀족, 관료들의 화려한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수백여 점의 고려청자편과 세련된 건축술을 보여주는 여러 종류의 기와, 세계 최초 금속활자가 출토됐다. 만월대에서 출토된 유물은 북한에 있지만, 실제 출토유물을 비교해 볼 수 있는 참고유물을 함께 전시해 수준 높은 고려문화를 느껴볼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고려 왕실도자의 생산지였던 강진 사당리 가마터의 청기와와 용두는 고려궁궐의 세련된 건축술을 엿볼 수 있는 유물이다. 또 개성 만월대에서 출토된 금속활자 6점을 3D 스캔 데이터를 이용해 실물 크기의 금속 재질로 만든 복제품을 볼 수 있다.

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도민을 대상으로 개성 만월대 남북공동 발굴조사 성과를 시각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고려시대 역사문화를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고자 마련됐다”며 “경기도의 문화자산을 깊이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경기도민을 비롯해 입장객은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자세한 사항은 경기도박물관 홈페이지(https://musenet.ggcf.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