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시대 행복은 내 사람들과 마음 나누는 일
▲ 김호연 지음, 나무옆의자, 268쪽, 1만4000원

24시간 문을 여는 편의점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여전히 많은 사람이 찾는 곳 중 하나다.

시간 제약이 없고 조금만 돌아보면 쉽게 찾을 수 있는 데다 판매 품목도 다양하기에 식사, 군것질, 혼술 등 다양한 이유로 사람들은 편의점을 찾는다. 이처럼 일상과 가까운 편의점을 배경으로 힘든 시대를 살아가는 이웃들의 삶의 속내와 희로애락을 따뜻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담아낸 책 '불편한 편의점'이 출간됐다.

2013년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인 '망원동 브라더스'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호연 작가의 다섯 번째 장편소설이다. 김호연 작가는 '망원동 브라더스'에서 '망원동'이라는 공간을 잘 활용해 유쾌한 재미와 공감을 끌어냈다. '불편한 편의점'에서도 서울의 오래된 동네 '청파동'을 생생하게 포착해 흥미로운 동네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서울역에서 노숙을 하던 독고라는 남자가 어느 날 70대 여성의 지갑을 주워준 인연으로 그녀가 운영하는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독고는 알코올성 치매로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데다 말도 어눌하고 행동도 굼떠 손님을 제대로 받을까 의구심을 갖게 하는데, 예상외로 일을 잘해낼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묘하게 사로잡는다.

작품은 7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편의점을 찾는 다양한 인물의 시선으로 독고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 독고를 통해 변화되는 사람들, 두 계절을 편의점에서 보내며 삶을 되찾는 독고를 보여줌으로써 코로나19로 불편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유쾌한 웃음과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그리고 삶은 관계이자 소통이며, 행복은 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다는 사실을 되새기게 해준다.

'편의점이란 사람들이 수시로 오가는 곳이고, 손님이나 점원이나 예외 없이 머물다 가는 공간이란 걸, 물건이든 돈이든 충전을 하고 떠나는 인간들의 주유소라는 걸… 이 주유소에서 나는 기름만 넣은 것이 아니라 아예 차를 고쳤다.' (243쪽 독고의 퇴사)

/김장선 기자 kj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