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세일 생명평화포럼 상임대표가 ‘한강하구 중립수역 평화정착 활동 지원 조례 제정 방안’에 대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인천시의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에서 개최된 ‘인천광역시 한강하구 중립수역 평화 정착 활동지원을 위한 조례 제정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한강하구 중립수역은 민간선박의 자유로운 통행이 보장된 구역이다.

행정구역상으로는, 경기도 파주군 탄현면 만우리부터 인천시 강화군 서도면 말도까지 67Km 물길을 일컫는다.

이곳에는 남북을 가르는 군사분계선이 없다. 단지 남북의 강기슭으로부터 100m 거리만 유지하면 된다.

하지만 6·25 한국전쟁 이후 지금까지 민간선박의 통행이 차단된 '금단의 구역'으로 남아있다.

미군의 통제 아래 있는 유엔사가 관할권을 행사하며 통행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해역인데도 우리의 민간선박이 마음 놓고 다닐 수 없는 곳이 되고 만 것이다.

반면 이를 가로 막고 있는 미군은 '항행의 자유 작전'이라는 명목으로 다른 나라 영해를 수시로 드나들고 있다.

 

'인천광역시 한강하구 중립수역 평화 정착 활동지원을 위한 조례 제정 토론회'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2000년부터 '한강하구 중립수역'에서 민간선박이 다닐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이를 관철하기 위해 이 수역에 '평화의 배'를 띄우는 운동을 벌여왔다.

남북 관계가 훈풍을 탈 때는 배를 타고 교동도 앞바다까지 진출했다가도, 정부가 바뀌면 배를 띄우는 대신 '종이배'와 '나뭇잎 배'를 만들어 띄워 보내야 하는 '부침'을 거듭했다.

지난 16일 인천시의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에서는 '인천광역시 한강하구 중립수역 평화 정착 활동지원을 위한 조례 제정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 토론회는 '평화의 배 띄우기' 운동 등 한강하구의 평화정착 활동이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민간인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는 육상의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

 

1953년 7월 27일, 국제연합군 총사령관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중국인민지원군 사령관은 6.25 한국전쟁을 중지하는 '한국 군사 정전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다.

이 협정문은 한반도의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 설정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한강하구 수역에 대한 사항은 개별항에서 상세히 기술해 놓았다.

육상에 관한 조항인 제1호-4호는, 한 개의 군사분계선(MDL,Military Demarcation Line)을 확정하고 여기에서 각기 2Km씩 후퇴해 그 사이에 완충지대인 비무장지대(DMZ,Demilitarized Zone)를 설치한다는 내용이다.

이 구역에는 군사정전위원회의 특정한 허가 없이는 민간인조차 들어가거나 통과할 수 없도록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한강하구 중립수역은 '민간선박의 자유항행' 보장

 

'한강 하구 수역'에 대한 규정은 제5호에 기술됐다.

제5호는 “한강하구의 수역으로서 그 한쪽 강안이 일방의 통제 하에 있고 그 다른 한쪽 강안이 다른 일방의 통제 하에 있는 곳은 쌍방의 민용 선박의 항행에 이를 개방한다”고 명시했다.

즉, 남북이 강 양쪽을 통제하는 한강의 수역에서는 민간선박의 항행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육지와 같은 군사분계선이나 비무장지대와 같은 내용이 발견되지 않는다.

한강하구에 대한 보다 상세한 내용은 정전협정 3개월 뒤 부속합의서로 채택된 '한강하구에서의 민용 선박 항행에 관한 규칙 및 관계사항'에 기록돼 있다.

경계에 대한 규정은 이 합의서 제10조에서 찾을 수 있다.

제10조는 “일방의 선박은 타방의 통제 수역과 강안에 들어가지 못하며 한강 하구 수역의 타방의 경계선 100m 이내에 접근하지 못한다”고 적시해 놓았다.

이곳에서 운항하는 민간선박이 상대 쪽 강기슭 100m 이내에 접근할 수 없으며, 그 이외에는 특별한 구속 없이 항행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유엔사, 선박등록 규칙 제정권을 통제수단으로 이용

 

이 합의서가 유엔사에 부여한 권한은 제9조의 “적대 쌍방 사령관은 자기 측의 선박 등록에 적용할 규칙을 규정한다”는 내용뿐이다.

여기서 말하는 '등록'은 '법률관계를 장부에 기록하는 일'이다.

“법령에 의해 금지된 행위를 특정인에 대해 해제'하는 허가와는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

이처럼 정전협정이 한강하구에서 민간선박의 자유항행을 보장하고 있고, 유엔사의 권한을 등록규칙을 정하는데 한정하고 있지만, 유엔사는 이를 통제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유엔사를 통제하는 미군은 '항행의 자유'를 앞세워 다른 나라 영해를 수시로 통과

 

하지만 유엔사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미군은 다른 나라의 영해를 수시로 통과해 해당국으로부터 강력한 항의를 받고 있다.

미군 소속 보급함은 지난달 31일 '항행의 자유 작전'이라는 명목으로 우리나라 남해안 인근 해상을 지나갔다.

'항행의 자유'는 타국의 안전보장과 공공질서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그 나라의 영해를 자유롭게 항행하는 권리'를 말하며 '무해통항'이라도 부른다.

'무해 통항권'은 우리나라 '영해 및 접속수역법'에도 나와 있다.

미군은 이를 앞세워 지난해 12월에도 대한해협을 통과했으며, 이달 3일에는 인도양,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에는 중국과 베트남, 대만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수역에서 항행했다.

민간선박의 자유항행이 보장된 한강하구 중립수역에서는 선박통행을 금지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은 타국의 영해에서 중무장한 군함을 운항하고 있는 것이다.

 

인천시 조례 제정을 통해 평화의 공간으로 거듭나는 '한강하구 중립수역'

 

16일 인천시의회에서 개최된 '토론회'에서는 한강하구에서 벌어지는 모순적 상황을 해소하고, 인천시 조례 제정을 통해 한강하구 중립수역을 '평화의 공간'으로 거듭나게 하기 위한 방안이 논의됐다.

이날 토론회에는 정세일 생명평화포럼 상임대표와 남정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양연구본부장이 주제발표를 맡았으며, 조성혜 인천시의회 운영위원장과 김순래 강화도시민연대 생태보전위원장, 구영모 통일민주협의회 사무총장, 박원일 서해5도평화운동본부 집행위원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정세일 생명평화포럼 상임대표는 '한강하구 중립수역 평화정착 활동 지원 조례 제정 방안'에 대한 주제발표에서 '평화정착 활동 경과'와 '조례제정의 현실적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정 대표는 “시 조례가 제정되면 △평화의 배 사업의 연속성 확보 △남북교류사업의 이니시어티브 확보 △평화의 배 사업 사무국의 상설화 △평화의 배 사업의 다양성 지향 △인천시의 비전과 협력 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대표의 발표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평화의 배 사업의 연속성 확보

지난 15년 동안 진행된 한강하구 평화의 배 띄우기는 정권의 평화통일에 대한 기조나 정책의 변화에 의해 해마다 사업의 개최 여부가 불확실했고 사업 주체를 조직하는 일에도 부침이 컸다.

이런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을 걷어내고 정권의 평화통일 기조와 정책의 영향에서 벗어나 '평화의 배 사업'의 근거를 조례로 뒷받침해 사업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사업을 장기적 안목으로 기획·추진함으로써 인천시의 대표적 사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평화의 배 사업의 상설화

기존의 사업은 시민사회 단체나 민주평통자문회의 인천협의회가 사업을 응모해 승인이 나면, 그 때가서 조직위원회를 구성하고 조직위가 응모한 사업내용을 토대로 추진하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진행된 평화의 배 사업은 단기적 안목과 과거 행사를 답습하거나 일부를 개선하는 방식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한계를 갖고 있다.

이런 한계와 전시성 사업에서 벗어나 일반 시민과 한강하구 유역 주민의 구체적 삶과 연관된 연중 사업을 함께 추진할 수 있는 사무국을 상설화해 한강하구를 평화적·생태적으로 활용함으로써 한강하구의 평화정착에 기여할 수 있다.

 

△'평화의 배 사업' 의 다양성 지향

한강하구의 역사, 지리, 생태, 문화, 풍속, 평화와 남북교류 등 각종 분야에 관심이 있는 시민사회와 주민조직, 전문가와 활동가 등 다양한 조직과 개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능동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필요하다.

한강하구가 상징으로나 실제로 보여주는 풍요와 평화로움 포용 화해를 다양하고 적극적 방법으로 홍보하고 진전시켜 전국적 세계적으로 이목을 집중시킴으로써 막혀있는 한강하구를 통행과 활용이 가능하도록 교류와 소통의 물길을 여는 동력으로 활용해야 한다.

 

△인천시의 비전과 협력

한강하구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그곳에 살았던 선조와 우리 이웃의 무궁무진한 스토리가 숨겨져 있다. 이 콘텐츠들을 열린 한강하구와 결합하고 국제도시 인천의 장점을 활용하면 훌륭한 관광자원이 될 것이다.

이러한 비전들을 여러 부서와 단체가 협력하고 연대해 만들어 실행해 나가야 실현 가능하다는 점에서 새로운 조례가 필요하다.

또한 한강하구는 김포시를 비롯한 다른 지자체와 공유하는 수면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인천광역시 평화도시 조성에 관한 조례'보다는 타 지자체와도 협력하며 종합적으로 한강하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조례가 더 유용하다.

/정찬흥 논설위원 report61@incheonilbo.com